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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21. 2015

#22. 글 잘 쓰고 싶어 매주 찾은 책방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토요일이면 나를 이끌었다

에잇!

토요일 오전 10시쯤 도착한 영풍문고. 늘 그렇듯 이날도 글쓰기 관련 코너로 이동했다. 가장 먼저 이번 주새로 나온 신간을 살다. 역시나 이번 주도 별다를 바 없었다. 온통 강의를 위한 책, (당시 내 수준에서)공감가지 않는 책뿐이었다.


'그래도 이번 주 읽을 책을 골라야 해!'


사명감을 가지고!!! 난 두 눈을 부릅뜨고 서점을 훑기 시작했다.


'음...... 어디 보자...'

'발견! 현직 기자가 쓴 경제기사 해설??'

'한 번 봐볼까?'

'아... 뭔소린지 모르겠다.'

'음...... 어디 보자......'


'베껴 쓰기?'

'요거 좀 괜찮아 보이는데! 좌측엔 좋은 문장이 쓰여 있고 우측에는 직접 베껴 쓰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네!!!'

'좋아! 쓰면서 글쓰기 연습을 해야겠다!!! 일단 요거 하나 들고!!!'

'음...... 어디 보자......... 다른 건 없나.....?'

'하악하악! 요건 번 읽어보고 싶었지!!! 우리 이외수 형님 책이니'

(독백입니다. 이외수 님과 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쿨럭;;;)


권의 책을 사 들고 서점을 빠져나왔다. 인근 구석진 곳에 있는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익숙하게. 토요일 오후 브런치를 먹으며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당시 난 이곳 2층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읽는 것을 좋아했다.


토요일 오전 커피숍 손님은 늘 거의 나 혼자였다.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이따금 창밖 너머로 보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멜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낌이랄까. 어쩌면 '허세'를 즐겼던 것 같다.


어디 보자......

그로부터 한 주가 흘렀다. 또다시 영풍문고다. 시간 역시 오전 10시쯤. 또다시 글쓰기 책을 찾고 있다.


지난번 책? 나랑 안 맞았다. 아무리 읽고 베껴 써도 감동이 없다. 글을 베껴 쓰면서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다.


'이게 어디가 잘 쓴 글이라는 거지?'

'내가 지금 무얼, 왜 쓰고 있는 거지?'

라고......

글쓰기 책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매주 그렇게 글쓰기 책을 찾아 서점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책 사는 게 돈이 너무 아까다. 때부터는 서점 쪽에 주저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1/3쯤 읽은 뒤 살지 말지를 결정했다. 사실 그 뒤로 산책은 거의 없다... 슬프게도...


이런 일상은 약 2년간 반복됐다. 글쓰기가 늘지 않아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집어 들고 서점 구석에 앉아 읽어대기 시작했다.


'오늘은 여기서 책을 읽다가 죽자!'

라고 되뇌면서...


에필로그

입사 후 2년 정도는 이렇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서점으로 출근했으니까요.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이 절 주말이면 서점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최신 스마트폰을 사놓고 쓸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하기보다 최신 스마트폰이 후졌다고 했던 꼴이었으니까요.

이런 사실을 깨닫기까지 6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어낸 소중한 깨달음이죠.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사람마다 글을 보는 눈높이가 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의 눈에 잘 쓴 글이라 하더라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대와 나의 글을 보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글쓰기를 연습하고자 할 때는 본인이 품을 팔아야 합니다.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직접 찾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내 수준에서 잘 쓴 글을 골라 베껴 쓰기하다 보면 실력이 단계별로 상승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예전에 골라 놓았던 좋은 글을 읽으면 '그땐 왜 이런 글에 감탄했지?'라고 느끼실 겁니다.

얼마 전 옛 생각이 나서 당시 자주 가던 커피숍을 찾아갔는데... 그 자리엔 다른 가계가 영업하고 있더군요.

조용한 커피숍 2층, 탁 트인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 풍경, 책을 읽다 보면 따사롭게 비춰주던 햇살, 커피 한 잔의 여유... 사랑을 속삭이던 커플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유치하다며 질투를 하던 때... 이런 것들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벌써 추억을 먹고 살면 안 되는데...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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