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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14. 2016

신입 AE, "창의적 글쓰기가 뭐죠?"

마케터는 마술사가 아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기자의 글쓰기 페이지를 운영하다 보면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도 있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내게 쪽지를 보냈을까'란 마음에 쉽게 지나칠 수가 없는 글들이다.


앞으로 차근차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한다.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첫 시간. 이번 질문은 '보도자료' 글쓰기에 대한 문의다. 보도자료 작성자 처지가 아니라 기자의 시각이 궁금했던 것 같다. 정성껏 한 자 한 자 적어놓은 글을 음미해보자.


Q.

기자님, 안녕하세요. 기자의 글쓰기 페이지를 열심히 구독 중인 PR회사 신입 AE입니다. 매번 실무진에게 유익한 글을 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보도자료 작성법과 관련해 기자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제품 홍보 보도자료를 쓸 일이 많은데요, 초안을 작성할 때마다 '보도자료의 기본 틀에 갇혀 있다', '읽어도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등의 지적을 받습니다. 저 스스로는 이제 겨우 보도자료의 기본을 익혀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틀에서 벗어나 타 제품 자료와의 '차별화'까지 고민하라는 주문을 받으니 좀 혼란스럽고 어렵습니다. 차별화된 보도자료, 소비자가 사고 싶을 정도의 '매력적인' 보도자료를 쓰는 데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요? 기본에 충실하되 뻔하지 않게, 재미있는 보도자료를 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3가지다.

1. 초안을 작성할 때마다 '보도자료의 기본 틀에 갇혀 있다', '읽어도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등의 지적을 받는다. 

2. 차별화된 보도자료, 소비자가 사고 싶을 정도의 '매력적인' 보도자료를 쓰는 데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3. 기본에 충실하되 뻔하지 않게, 재미있는 보도자료를 쓰는 방법이 있을까?


A.

우선 질문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이라고 보면 된다. 대행사에의 경우 갓 입사한 이들에게 AE를 붙여준다. 홍보대행사에서는 최일선에서 모든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담당자라는 의미로 AE(Account Executive)라는 표현을 쓴다. 이들은 보조자료 초안 작성부터 다양한 업무를 맡게 된다. 밤샘 작업은 일상이 되기 일쑤다.


AE에 대한 이해를 했으니,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 이야기를 해보자.


1.

초안을 작성할 때마다

'보도자료의 기본 틀에 갇혀 있다',

'읽어도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등의 지적을 받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다고 본다. 보도자료 작성은 어떻게 보면 기자에게 있어 기사작성과도 같은 것이다. 수습기자의 경우에도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틀을 알지 못해서다.


보도자료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우선 보도자료의 기본 틀을 잘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교는 나중에'라는 부분을 늘 강조해왔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초안은 말 그대로 보도자료의 뼈대를 잡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멋 내기를 할 필요 없다.


다만, '읽어도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는 부분에서는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한다.


자. 여기서는 반문이 필요하다. 홍보대행사는 클라이언트(고객 업체)의 요구로 자료를 만들고 홍보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렇다면 무조건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숙명이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도 내가 사고 싶지 않은 제품이라면?'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고 하더라도 식재료가 부실하다면 요리의 맛과 풍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인이 보기에도 별로인 요리를 '세상에서 최고의 요리다'라고 말하는 것은 요리사가 아니라 '사기꾼'이다.


마케팅도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마케터의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훌륭한 마케터를 만드는 것은 좋은 제품이다.


이렇게 써보고, 저렇게 써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 써봤지만, 매력이 없다면... 그냥 기본에 충실하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억지로 쥐어짜봤자 나올 게 없는데... 마케터가 마술사는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좋은 제품인데 마케팅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이 경우라면 더 고민해야 한다. 좋은 제품을 사용자에게 잘 알리는 것이 마케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면에 좋다. 기발한 방법으로 사용해도 좋다. 이런 식의 접근이 신선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입에게 이러한 발상을 요구하는 것은 좀 무리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칼질에 서툰 이에게 TV에서 나오는 요리 장인들이 하는 칼질을 왜 못하느냐고 질책하는 것과 같은 것 아닐까...


2.

차별화된 보도자료, 소비자가 사고 싶을 정도의

'매력적인' 보도자료를 쓰는 데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우선 좋은 글은 기본에서 나온다. AE라면 기본기에 충실하자. 보도자료마다 틀이 있다. 출시 보도자료, 제품 기획 보도자료 등이 그것이다. 이들의 보도자료를 분석해서 가장 깔끔한 틀을 만들어보자.


어차피 현란한 수식어와 감동 없는 형용사를 써봤자 기자가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모두 제거된다. 결국, 헛고생만 열심히 한 셈이다. 물론 클라이언트에게는 칭찬을 받을 수 있겠지만...


본인의 가식이 그 자료를 받아보는 수많은 기자에게 '자! 이제 너희 식대로 고쳐봐'라고 일을 시키는 것과 같다.


기자 관점에서 훌륭한 보도자료는 기자가 손 델 것이 없는 깔끔한 보도자료다. 기자의 경우 보도자료가 오면 무조건 고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면 솔직히 창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도록 고치려고 하는데 고칠 게 없는 자료가 오면 정말 고마우면서도 당황스럽다.


안타깝게도...... 고치지 않아도 되는 보도자료는 거의 없다.....


요컨데, 차별화된 보도자료는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내용만 담은 것이다.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보도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가 읽었을 때 광고 같지 않아야 한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현란한 수식어는 제거해야 한다.


대신, 제품을 정말 사용해본 이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 주가 돼야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리뷰를 쓴다고 생각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면 좋다.


'자신이라면 이걸 사야 한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해서 살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야 한다. 그리고 본인이 그 글에 설득돼야 한다.


훈련은 단순하다. 클라이언트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보면 된다. 메뉴얼대로가 아니라 그것이 응용 가능한 것이 있다면 무조건 사용해봐라. 그렇게 쓰다 보면 소위 '대박'이 날 것이다.


3.

기본에 충실하되 뻔하지 않게,

재미있는 보도자료를 쓰는 방법이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재미가 뭔가?'라고 말이다. 제품을 알리는 글에서 재미를 찾는다?


아마 여기서 말하는 재미란 가독성과 유용한 정보일 것이다.


제품을 알리는 데 필요한 것은 정보다. 독자는 제품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글을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사례를 넣어 가독성을 높일 수 있다. 읽고 난 이는 제품의 단순 기능 나열이 아니라 사례를 통해 쉽게 제품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다.


읽기 쉽고 생생한 사례가 들어간 글이 여기서 말하는 재미있는 보도자료다.


어떤 글이든 사례를 통해 풀다 보면 '유익하다'는 것을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공감을 끌어내는 데에는 사례, 예제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다.


'기본에 충실하되 뻔하지 않게' 쓰고 싶다면 풍부한 사례를 넣으라고 말하고 싶다. 기발한 사례가 들어간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보도자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쓰기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두드려주세요.
sdjinny@naver.com 익명은 보장해 드리니 안심하시고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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