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독자의 수요가 변할 뿐이다.
글 외면받지 않을까요?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페이스북에서 기자의 글쓰기를 운영하다보니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내 대답은 분명하다
글이 주는 매력에 빠져본 이들이라면 글을 외면할 수 없다.
글이란 것은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다. 생산자가 자신의 수준에 맞게 만들지만, 소비자의 취향과 관심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소비된다. 인터넷이란 공간에는 워낙 다양한 수준의 지식이 널려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지적 수준 또는 콘텐츠의 이해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글을 읽을 때 생산자의 호흡에 끌려가지 않는다. 독자는 자신의 수준에 따라 글을 읽는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글은 읽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다. 소리내어 읽지 않는다면, 주변에 피해를 줄 일도 없다.
영상 = 마중물
영상의 매력은 접근성, 소비성이다. 매우 편리하게 접할 수 있다. 깊이 있는 지식이 없이도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 페이스북 등 SNS상에는 대부분 그런 영상들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시각적인 효과에 청각이란 요소를 잘 접목하면 감동을 주기도 쉽다.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줘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영상이 독자에게 주는 단점은 분명해 보인다. 영상을 보는 이에게 최악은 지루함이다. 그런데 짧은 영상 안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다 담기엔 한계가 있다. 짧은 영상이라도 구성이 떨어지는 영상은 10초를 보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소비자는 외면한다.
이런 이유로 영상은 마중물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 깊이 있는 내용을 모두 담으려 하기보다는 독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세상에 정보는 널려있다.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면 그 독자는 이제 능동적 소비자로 변한다. 그는 인터넷이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뒤어 들어가 필요한 정보를 찾을 것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글을 말이다.
글 = 종착지
물론 단순 이미지화된 요약본도 하나의 정보 제공 창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종착지는 글이 될 수밖에 없다.
더 깊이 있는 정보,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이들에게 소비의 종착지는 글이다. 글은 가벼운 것부터 굉장히 전문적인 학술지까지 방대하다. 정보가 필요한 이들은 여기서 골라서 소비하면 된다. 브런치는 그런 측면에서 꽤 훌륭한 플랫폼이다. 정보로써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의 수준 높은 글이 많아서다.
이미지와의 결합?
사실 난 글과 이미지의 조합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브런치에 웬만하면 글만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게는 조금 먼 이야기지만, 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미지를 첨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독자에게는 상상력이란 강력한 도구가 있다. 글을 읽는 동안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을 느껴본 이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글 사이사이에 붙여놓은 이미지는 오히려 상상력을 방해한다.
나 역시 해리포터를 책으로 읽었을 때가 훨씬 더 좋았다. 나만의 상상력으로 구성했던 장면들이 더 흥미진진했다.
나를 찾아야 한다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은 바로 진정성이다. 자신의 색깔을 담아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뻔하고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요즘 칼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전문성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얕은 지식에 현란한 수식어로 포장된 글에 독자는 더는 속지 않는다. 글을 읽는 독자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블로그나 SNS상에는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신선한 시각이 돋보이는 이들은 이미 셀럽이 됐다. 셀럽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날카로운 시각을 만들기 위해 연마하고 있다. 갈고 닦아야 한다.
일상생활을 쓰고자 한다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기 본연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 허세를 들어내고 남들과 다른 나를 보여줘야 한다. 비판하기 위해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그 안에 탄탄한 논리를 세워야 한다. 남들이 다 말하는 그런 비판이 아닌, 자기만의 가치관이 담긴 신선하면서도 날이 제대로 서 있는 글이어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하다.
글은 사라질 수 없다.
앞으로 글은 더욱 발전될 것이다.
다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소비 패턴이 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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