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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18. 2016

#61. 내가 서 있는 이유

느낌표를 찾기 위해 신입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선배

"언제 함 봬야 하는데 날이 참 덥네요"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헉헉거리던 내게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평소 굉장히 활달하고 열정이 넘치던 후배였기에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무슨 일 있어요?"


"선배 편하실 때 제가 함 찾아뵐게요. 요새 신입 기자들 교육하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ㅜ 어떻게 해야 될지..."


 이 친구는 현재 수습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다.


조금 망설였지만, 이 친구를 잘 알기에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글쓰기라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저널리즘에 대해서 고민하도록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글쓰기는 어차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니. 사실 요즘 신입 기자들이 고민이 많을 거예요. 매체는 많아지고, 취재 등의 업무 외잡다한 일이 많다 보니... 이럴 때일수록 사명감에 대한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명감이요?"


"네. 본인이 왜 기자를 하려고 하는지. 자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매체에 자신이 뛰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가 깨달아야 하는 거죠."


"그쵸... 잘하고 있는가 모르겠어요 ㅋㅋ; 전 방목형으로 커서;;;"


"사실 ㅇㅇ 씨를 제가 일전에 만나서 느낀 점을 말해보면, 누구보다 지금 있는 매체에 대한 애정이 컸어요. 자신이 왜 그 매체에서 일해야 하는지, 거기에서 어떤 희열을 느끼는지가 제게 고스란히 전달됐거든요. 솔직히 ㅇㅇ 씨에게 언론사 매체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ㅇㅇ씨는 지금 매체와 함께 커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물론 지금 ㅇㅇ 씨가 소속된 매체는 1년 사이 굉장한 성장을 했고요. 전 그게 바로 구성원의 사명감과 애사심 때문이라고 보는거죠."


"다시 말해, ㅇㅇ 씨는 본인이 왜 거기에 있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더는 의심하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능력 배양이지요. 좋은 기사 발굴하는 취재력과 취재한 것을 글로 녹여내는 필력을 키우는 단계로 넘어가면 돼요".


"하지만 후배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안 돼요. ㅇㅇ씨가 가진 애사심과 갓 입사한 후배들이 가진 애사심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제 주변에도 많은 이들이 이직을 꿈꿔요. 좀 더 영향력 있는 매체로 말이죠. 이 경우에는 본인 스스로가 성장할 거에요. 굳이 회사 차원에서 교육이 불필요할지도 몰라요. 어쩌면 ㅇㅇ씨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유능한 인재가 됐을 때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남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할지도 몰라요."


"결국엔 왜 거기에 내가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야 멋진 기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늘 말하잖아요. '기교는 나중에'라고요. 글쓰기도 하나의 기교에요. 기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죠. 곧 저널리즘".


"맞습니다! 하여튼 점심시간 한번 내주시면 제가 함 찾아봬도 괜찮을까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언제든 오세요. 후배들 다 대동해서 와도 좋아요".


"후배들 일정 잡아서 연락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사명감이 중요하다.

기교는 그다음이다.

내가 왜 거기에 있어야 하는지

신입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들에게 업무 스킬은 부차적인 것이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주지 못한다면

그는 언젠가 떠날 것이다. 언젠가...

그만의 느낌표를 찾아서...


- 2016년 8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더웠던 어느 여름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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