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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20. 2016

#70. 이직하고 싶어요

지금 있는 회사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해야 해

선배... 혹시... 시간 되세요?

한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럼. 티타임은 언제든 가능해"


그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선배... 그럼 내일 오후에 연락드릴게요..."


"응!"

다음 날 오후

점심을 먹고 청계천을 걸었다. 가을이 옴이 느껴졌다. 예전 온라인 매체 시절에는 점심 먹고 난 후의 여유를 누려본 적이 없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초년병 시절이 떠올랐다. 속보를 챙겨야 하는 탓에 늘 어디론가 바삐 움직여야만 했던 그 때...


진동이 울렸다. 후배였다.


"선배 저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선배!!! 안녕하세요

후배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난 후배와 인근 커피숍에 들어갔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


"저...... 이직 상담 좀 하려고요"


"아........"


너 몇 년차지?

"저 이전 회사에서 1년 반 정도 있었고, 지금 회사에서는 1년 채웠습니다"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모두 2년이 안 됐네... 너무 자주 옮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는데..."


후배의 표정을 잠시 살폈다.


"분명 이유가 있어서 전 직장에서 2년을 채우지 못했겠지만, 이번 회사에서도 1년밖에 안 돼서 자칫하면 오해를 사기 쉬울 것 같아. 네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거지..."


목이 타들어 옴을 느꼈다. 미안함도 함께 고개를 들었다.


"보통 경력을 뽑는 건 당장 쓸 수 있는 인력을 뽑고자 하는 것인데, 너무 잦은 이직 이력을 가진 친구라면 뽑았는데 조직에 적응못하고 나가면 어떡하나 우려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이직에 대한 의욕 자체를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에 대한 걱정에서다.


이전 회사에서는
너무 베껴 쓰기만 시켜서요

후배는 속상한 듯 답했다.


"취재기자가 하고 싶었는데 이전 회사에서는 타사에 나온 기사를 베껴서 제 기사인양 하는 베껴쓰기만 시키더라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그만 두고 나왔죠. 그리고 지금 회사로 입사한 거고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크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좀 애매한 것 같아. 경력이 좀 모자란다고 할까. 이전 회사에서 기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 경력은 포기하는게 나을 것 같아. 그렇다면 지금 회사에서 1년인데... 그걸로는 어디에 경력으로 지원하기 무리인 것 같은데..."


후배는 애써 덤덤한 척하려고 했지만 침울함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후배가 결심한 듯 내게 물었다.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후배는 내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경력으로 어디를 가고자 한다면 포트폴리오가 중요하겠지. 자신이 쓸만한 사람인지 증명할 수 있는 게 기자에게는 기사잖아. 혹시 포트폴리오라고 내밀 수 있는 기사 5건이 있으면 얘기해볼래?"


후배는 머뭇거리기만 할 뿐 답하지 못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집중해. 그러려면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인정받아야 해. 그 안에서 네가 최고가 되려고 노력해야 해. 그래야지 타사에서도 너를 주목하게 될거야."


후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은 듯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난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지금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대충 일하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곤 하지. 그런데 말야. 이쪽은 한 다리 건너면 다 알잖아. 그럼 네가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금방 평판조회가 가능해. 또한 네가 기사를 얼마나 잘 쓰는지, 날카롭게 비판하는지 등에 대한 것 역시 출입처 임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 만약 네가 날카로운 기사, 업계에서 주목할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은 뒷전이고 경력 채용 자리만 기웃거리고 다닌다고 한다면 어떤 매체에서 너를 데려가겠어."


아... 알겠습니다...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그런데 이건 현실이야. 너 말고도 이직 상담을 해오는 이들이 꽤 있어. 경력도 2년 이상된 친구들이 보통이고. 보통 2~5년 차가 이직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할 때거든. 경력 채용은 한정돼 있고 그 곳에 들어가기 위해 수많은 선수가 뛰고 있어."


오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곤조곤 말하려고 노력했다.


"잘 고민해야 해. 네가 그들과 나란히 섰을 때 채용담당자가 그들이 아닌 너를 선택해야 하는 증명해 보여야 해"


후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넵! 선배 고맙습니다.

후배는 내게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미안함이 한가득 밀려왔다. 괜히 조언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30여 분간의 티타임을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카톡을 보냈다.


"난 내가 온라인 매체 기자였던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 난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까. 부끄러워해야 하는 건 퇴보하는 이들일 거야. 넌 너의 성장을 고민하고 있는 거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거잖아. 그러니 힘내. 그리고 조직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해봐. 그럼 좋은 소식 있을 거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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