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Sep 23. 2016

#66. 서로 불쾌했던 날

현실이 그러하니 답답할 뿐이다

오랜만이에요

날씨가 화창한 봄날이었다. 모처럼 가족과 한강공원에서 휴일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아내는 육아에 지쳐있었고, 나는 아들을 온 맘 다해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진동이 왔다. 전화였다. 오랜만에 보는 번호였다. 


"오랜만이에요"


"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상투적인 짧은 인사를 마치고 본론이 시작됐다.

저기... 뭐하나 물어보려고요

"아... 네...."


오랜만에 전화하는 이유는 대부분 목적이 있다. 휴일에 전화했다는 것은 다급했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잠시 양해를 구했다.


"제 지인이 그러는데 요즘 기사 광고할 수 있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요. 거기에 제가 하는 일 관련해서 기사를 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불쾌했다. 기자에게 이런 부류의 질문은 실례다. 바이라인이 곧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자존심을, 존재 이유를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게 짜증이 났다. 


그런 거 하지 마세요

난 거침없이 쏘아붙였다. 


"그런 식으로 기사를 내셔서 뭐하시려고요. 미디어에 노출된다는 것은 장단점이 있어요. 인위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쪽 바닥에서 열심히 하시면, 입소문이 나겠죠. 그러면 미디어는 알아서 찾아갈 거에요. 왜 굳이 돈을 들여서 기사를 내려고 하시는지..."


전화한 이도 불쾌한 듯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하겠다는 게 아니고 그냥 좀 알아보려고 전화를 드린 거지요"


난 몇 차례 더 신랄하게 반대 관점을 관철하려고 애썼고 그와 난 서로 기분이 상했다. 


자신의 가치를 포장하고 꾸미기 위해 돈으로 기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라는 측은함 따위는 없었다. 


그날 난 온종일 우울했다

상쾌하게 시작했던 기분, 화창한 날씨와 가족들과의 나들이를 나온 설렘은 모두 망가져버렸다. 


아내 역시 화났다. 휴일에는 오롯이 육아에 전념하겠다던 내가 전화를 1시간 가량 받으면서 아내가 또다시 육아하는 상황이 돼서다.


......


그리고 어제 

우연히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기사를 접했다. 2016년 7월 기준 매체별 단가표를 공개한다는 기사였다.

일반 언론보도의 건별 단가. 브릿지경제 등은 10만원, 전자신문·디지털타임스 등은 13만원, 아주경제·이투데이 등은 14만원, 뉴스1은 15만원, 파이낸셜뉴스는 17만원, 아시아경제·세계일보·서울경제·서울신문·국민일보는 19만원, 한국경제는 20만원, 노컷뉴스는 22만원, 경향신문은 24만원, 매일경제는 25만원, 중앙일보·조선일보는 28만원.


광고기사 단가. 병·의원 관련 광고기사의 경우 월간암·의학신문·메디컬타임즈 등은 건당 13만원, 이투데이·조세일보 등은 14만원, 디지털타임스는 16만원, 경향신문은 24만원.


부동산 광고기사도 단가. 메트로신문·국제뉴스·한국금융신문 등이 건당 11만원, 전자신문·건설경제·아주경제 등이 13만원, 한국경제TV가 17만원, 서울신문이 19만원, 세계일보 ·아시아경제가 21만원, 경향신문이 24만원, 매일경제 25만원, 중앙일보·조선일보는 28만원.


광고성 기사는 누가 쓰는걸까. K업체측 관계자는 “기자 같은 분들이 쓴다”, “우리가 쓰고 언론사에 넘겨준다. 원래 광고기사가 사회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광고 티가 안 나게 내보내긴 하는데 신뢰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 오늘날 추락한 저널리즘의 ‘민낯’이다. 

<<  2016년 09월 22일(목)자 미디어오늘 기사 中 발췌 정철운·이하늬 기자>>
아..........
현실이여......
이전 18화 #61. 내가 서 있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