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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18. 2016

#69. 오래전 그날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나의 취준생 시절

반갑습니다

오늘 오후 한 수험생이 찾아왔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빛이 나는 그런 친구였다.


"반갑습니다"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고는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기자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아서 뵙고 싶다고 했어요"


그의 입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긴장을 한 탓이었으리라.


제가 사실 내성적이라...
걱정이에요

그는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내게 자신의 단점들에 대해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저 그래도 기자가 될 수 있을까요?"


말을 할 때 떨리는 미세한 음성, 파르르 진동하는 입술, 정면이 아닌 탁자를 주로 쳐다보는 모습에서 나의 20대 후반의 모습이 교차돼 떠올랐다.

대인기피증

내게도 어두웠던 시절이 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도서관을 다녔는데, 그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1차 서류 시험도 통과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겉으로는 밝게 보이려, 긍정적으로 보이려 애썼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내게 끔찍하리만큼 고독했다. 어두운 독방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랄까. 일부러 사람을 피해 다닌 적도 있고,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고 독서실에서 책만 본 적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조급해졌고,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더욱 갑갑해졌다. 미래는 더욱 어둡게만 느껴졌다. 취직을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까지 생겼다. 그때는 그 어떤 것도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난 그에게 말했다. 너무 안쓰러웠다. 그는 말이 빨랐다. 긴장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말을 조금 천천히... 그리고 자신감 있게 해보세요. 저는 심사위원이 아니에요. 그렇게 다소곳하게 앉아 있지 않아도 돼요. 편하게 앉으세요"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 긴장하지 말고 당당하게 임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저는 너무 평범한데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깨달았다. 그는 자신에 대해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겸양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조금은 자신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저도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매체에서 시작해서 운이 좋아서 이곳 CBS까지 오게 된 것이죠"


"겸손하시네요..."


"그런데 예전 수험생 때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깨달은 게 있어요.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이죠. 자신을 다독이세요. 자신의 단점을 보기보다 장점을 더 보려고 하세요. 장점을 극대화하면 단점이 보이지 않을 수 있어요. 수험생활은 누구나 힘들어요. 저도 그랬고요.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요. 확신을 가지세요"

살아남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예요

난 그에게 자신감을 가질 것을 거듭 강조했다.


"본인의 비전을 믿으세요. 된다고 믿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세요. 좌절하지 마세요. 시련이 오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마세요. 성공한 많은 이들이 얘기해요. 누가 살아남느냐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버티느냐 싸움이라고요"


"내성적인데도 취재를 잘할 수 있을까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취재란 것은 상대방과 나와의 신뢰관계가 쌓여야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단순히 저녁에 술을 먹는다고 깊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요. 외향적이라고 해서 취재를 꼭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신뢰하도록 하느냐의 문제인 거죠. 내성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진심을 담아 대화하고, 상대가 나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기자로서 내 가치를 인정해준다면 취재력은 커지겠지요"


그는 내 이야기에 조금 안도한 듯했다. 하지만 이는 듣기 좋으라고 꾸며낸 말이 아니다. 취재란 그런 것이다. 취재원과의 오랜 신뢰관계 속에서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기자라고 해서 모두가 기삿거리를 주지 않는다.


그와 난 40여 분가량 대화를 나누고 커피숍을 나왔다. 그와 나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기 위해 나란히 걸었다. 그는 얼굴은 여전히 굳어있었다. 내 수험생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조심히 들어가고 힘내세요"


그를 뒤로하고 난 길을 건넜다. 그리고 생각했다.


'부디 다음번에 만날 때는 자신감과 확신에 가득 찬 모습으로 만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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