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바꿔줘야 한다
설거지
공동 육아를 함에 있어서 내게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설거지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는 설거지가 잘 되어 있어야 해서다.
난 수세미를 고를 때 까다롭게 고르는 편이었다. 그동안 난 쿠션감이 어느 정도 있는 수세미를 선호해왔다. 여기에 냄비 등의 찌꺼기를 잘 닦아낼 수 있는 철이 들어간 수세미는 단연 내게 최고의 수세미였다.
이날도 설거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아내가 내게 물었다.
"너무 오래 쓰는 거 아냐?"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세미를 오래 쓰긴 했다.
"수세미 안에 들어있는 스펀지에도 곰팡이가 생긴다고 하던데..."
아내는 덧붙였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수세미가 너덜너덜해지면 교체했지만, 수세미에 곰팡이가 생길 것이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세미가 오염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세미가 그릇이나 접시 등 식기 도구를 깨끗하게 해준다는 생각만 했지, 그것 자체가 더러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살아온 것이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눈에 보이는 깨끗함만을 믿고 착각 속에 빠져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아내가 추천해준 수세미
아내의 말을 듣고 그동안 쓰던 수세미를 모두 내다 버렸다. 다음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싱크대에 새로운 수세미가 놓여 있었다.
이전에 나였다면 절대 사용하지 않았을 수세미다. 스펀지가 없어 그립감이 별로다. 모양새도 엉망이었다. 수세미 답지 않게 실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듯했다. 뭔가 굉장히 엉성해 보였다.
하지만 나의 편견은 곧 깨졌다. 사용해보니 거품도 잘 나고 사용감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사용 후 흡수되는 것 없이 잘 씻기는 것이 눈으로 확인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염된 것을 깨끗하게 씻겠다고 하는 수세미도 썩는다. 닳을 때까지 사용하려고 하면 결국 오염된 식기로 매 끼니를 먹는 셈이다. 때가 되면 교체해야 한다. 그것이 깨끗하게 보인다고 하더라도. 아니 깨끗하게 식기를 닦아준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눈에 보이는 게 깨끗한 것일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