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트레이싱/패러디/팬아트 어떻게 다를까요?
그림을 그리면 태어나는 관계들
창작 활동에서 미묘하고 복잡한 영역 중 하나가 다른 작품을 기반으로 한 창작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참고, 트레이싱, 패러디, 팬아트는 각각 다른 성격과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고, 이는 저작권 침해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창작자들은 이러한 경계를 이해해야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어요.
먼저, 저작권 침해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 저작물의 정의부터 살펴볼게요.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합니다. 표현된 창작물이므로 단순한 아이디어, 콘셉트, 주제, 화풍, 표현 기법 자체는 표현이 아니므로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 저작권 침해의 두 가지 요건은 뭘까요?
저작권 침해가 되려면 "실질적 유사성"과 "의거성"이 인정되어야 해요. 비교의 대상이 되는 두 작품이 실질적 유사해야 하고, 기존 작품을 보고 만들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저작권 침해라고 할 수 있어요.
ⓒ Luisella Planeta LOVE PEACE �� / 출처 : pixabay참고/트레이싱/패러디/팬아트는 각각 어떻게 다를까요?
● 참고(Reference)
기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자신만의 창작성을 더한 경우입니다. 그림체나 화풍의 영향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표현은 독창적인 경우입니다. 모네의 인상파 화풍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나만의 풍경화, 특정 작가의 색감 사용법을 참고하되 완전히 다른 주제와 구성으로 작업한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림체나 화풍 자체는 아이디어에 가까워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닙니다. 저작권은 구체적 표현을 보호하므로, 구체적 표현이 다르다면 저작권 침해의 문제는 없습니다.
● 트레이싱(Tracing)
기존 작품의 선이나 형태를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을 말해요. 그림의 연습 방법으로 사용될 경우가 많아요. 그대로 따라 그리니까 구도와 형태를 거의 동일하게 재현할 수밖에 없어요. 실질적 유사성과 의거성이 모두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저작권 침해 소지가 매우 높습니다.
연습 목적이라도 작가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트레이싱하고 공개하면 저작권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공개하지 않고 연습용이 아니라면 주의해야 할 행동입니다.
● 패러디(Parody)
원작을 인식할 수 있게 하되 비판, 풍자, 유머 등의 목적으로 변형하는 경우입니다. 원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아요. 패러디는 저작물의 공정이용(Fair Use)의 범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상업적 이용 시에는 여전히 주의 필요합니다.
원작의 핵심적 특징을 유지하되 창작적 변형, 비판적 논평의 성격이 있어야 하는 패러디는 법이 금지하지는 않지만 인정범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또한 단순한 따라 하기, 변형은 패러디가 아닌 복제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팬아트(Fan Art)
기존 캐릭터나 작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2차 창작으로, 팬덤 문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어요. 원칙적으로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으나, 비영리적 성격과 원작 홍보 효과로 묵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업적 이용 시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고, 원작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이미지를 해치는 방식으로 사용되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요즘은 팬아트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콘텐츠 기업도 있으니 팬아트 창작 전 확인해 볼 것을 권합니다.
ⓒ Sasha Moroz / 출처 : pixabay공개 전 확인해 보세요.
타인의 저작권 침해 염려 없는 안전한 창작을 위해 다음 사항을 확인해 보길 권합니다. 실무적 판단 기준을 참고했어요.
● 독창성 확보
- 기존 작품과 구별되는 나만의 표현 요소가 있는가?
- 단순한 모방이 아닌 창작적 해석이 포함되었는가?
● 의거성 고려
- 특정 작품을 직접적으로 참고했다면 그 정도는 어느 수준인가?
-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유사성인가?
● 이용 목적과 범위
- 상업적 이용인가, 비영리적 이용인가?
- 원작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타인의 권리 존중, 건전한 창작 문화의 시작입니다.
창작자에게는 창작의 자유와 저작권 보호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기존 작품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창작 과정이지만,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나만의 창작성을 더하는 것이 예술가의 자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의 진정성입니다. 타인의 창작물에서 영감을 받되, 자신만의 해석과 표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건전한 창작 문화를 만드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