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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an 16. 2024

"흥미"가 "배움"을 만든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아이들의 흥미에 기반한 교육을 하자.” 

 

 글쎄요? 말이 쉽죠. 성적은 국영수에서 나오잖아요. 게다가 입시로 연결되는 주요과목들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교육하기 위해선 우선 사교육비가 치솟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죠. 괜히 어설프게 따라갔다가 코만 깨지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가 없이 아이들에게서 배움이라는 게 발생할 순 있을까요? 배움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억지로 암기를 할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해서 대학에 가고, 취업을 했으니까요. 그러나 과연 암기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배우고 있는 내용에 대해 흥미라고 하는 게 발생하지 않을 순 있을까요? 흥미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는 내용들을 10년 이상 억지로 우겨넣어야 하는 아이들은 공부를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요? 아니 대체. 배움과 흥미란, 어떤 관계일까요?


 흥미는 영어로 interest입니다. 중학교 때 많이 배우죠? interesting 하면 “흥미로운”, interested 하면 “흥미를 느낀”. 사실 이 두 단어를 외울 때도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은 그다지 없는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는 한번 흥미라는 개념에 대해 흥미를 붙여볼까요. 재미있게 설명을 해본다면 어찌 가능할 것 같습니다. 또한 배움과 흥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자녀교육의 관점에서 “흥미”에 흥미가 생기는 일도,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interest의 뜻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inter는 “사이에”라는 뜻이고, rest는 “놓여진”이란 뜻입니다. 그럼 흥미라는 개념은 영어에서 보면 “사이에 놓여진”이란 뜻이군요. 무엇과 무엇 사이에 놓인다는 것일까요? 자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려가는 것 같으면서도, 자꾸 새로운 질문들이 생겨납니다. 


 흥미를 느끼는 사람 본인이 있겠죠. 그러므로 interest의 한쪽엔 그 생각의 주인, 즉 학습자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반대편엔 누가, 혹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흥미를 느끼는 바로 그 대상이 있죠. 그렇다면 흥미란, 학습자와 대상 사이에 놓인 것, 다시 말하면 학습자와 대상을 연결해주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흥미와 생존


 interest라는 말 자체가 사이에 놓인 것이라는 뜻이니, 나와 사물 사이를 연결해주는 어떤 끈으로 흥미를 해석해 봐도 그렇다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이것이 중요한가 중요하지 않은가, 중요하다면 어느 정도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볼 차례겠네요. 여기서 한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야합니다. 우리가 매일 매일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휴식 취할 정도를 정하고, 잠들고, 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존은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반드시 필요로 합니다. 단지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에 갈 때조차 사실은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태인 것이죠. 발 아래 파인 곳은 없는지, 채일 돌은 없는지를 알아야 하고, 도로의 차들이 인도로 덮쳐오지는 않는지 신경을 써야 합니다. 횡단보도의 빨강불과 초록불은 반드시 신경써야 하죠. 하나 하나 우리의 안전과 생존이 걸린 문제이니 말입니다.  


 갓난아이가 100일을 넘기고 나면 구강기가 처음 시작됩니다. 입 안에 무엇이든 물고 있으려고 하죠. 안정의 욕구로 시작된 것이 이제 사물에 대한 감각으로 나아갑니다. 안정의 욕구도 생존에 연결된 문제이기도 하네요. 갓난아이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외부의 사물로부터 자극을 얻어야 하고, 그것을 어디서든 찾으려 애쓰다, 울음을 터트립니다. 


 이렇게 보면 흥미가 퍽 중요하죠. 남산 위의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크게 흥미와 관심 기울이지 않아도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우릴 둘러싼 사물과 나 사이에 놓여진 것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군요.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또 살아야하니까요. 생존과 대학, 취업과 돈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흥미를 생존의 문제로 먼저 연결해놓은 참이니, 이 부분에 있어서 대학과 취업은 잠시 뒤로 미루겠습니다. 


 이야기를 좀 더 심도있게 해보기 위해서 이번엔 “관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어로 attention으로, interest와는 구분됩니다. 아이는 흥미로 가득찬 세상을 살기 때문에 길에 나와서도 돌 하나에, 풀 뿌리 하나에 흥분해서 하나하나 만져보려고 하죠. 그렇게 해서 대상과 나의 관계를 확인하고 나서는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음.”이라는 결론을 내릴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부터는 흥미가 아닌 관심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영어로 attention은 “한쪽 방향으로 뻗어나감” 정도의 뜻을 갖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interest랑 확 구분이 됩니다. attention은 연결이 되지 않고, interest쪽은 연결된 상태를 보여주죠. 


 흥미와 관심은 이처럼 연결성에 있어서 차이를 갖습니다. 나와 관계가 먼 대상에 대해, 어떤 필요성에 따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관심이라면 흥미의 경우에 대상과 나의 관계를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탐지를 해나가기 시작하는 마음의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에서는 이처럼 관심이 흥미로 발전하는 경우를 수시로 발견할 수 있죠. 주로 엄마 아빠를 따라서 핸드폰에 관심을 갖거나, 요리하는 시늉을 하거나, 칼을 사달라고 하는 등, 자기와 대상의 연결성에 따라서 강한 흥미와 애착을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여기에는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적극적으로 여러 물건에 흥미를 갖고 이것저것 해보려고 하고, 다른 어떤 아이는 한 가지에 꽂혀서 내내 그것만 갖고 놀려고 하거나, 아니면 큰 흥미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도 발견됩니다.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이런 차이는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의 양육을 통해 점점 사라지게 되니까요.


 문제는 이런 대상에 대한 흥미를 풍족하게 경험하던 어린 시절이 끝나고 아이가 학교를 가게 되면서 접하게 되는 새로운 현상들입니다.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을 봐야 하고, 숙제가 늘어납니다. 아이의 흥미와는 관계가 없이 말이죠. 


 학교에 가기 전까지 아이들은 자기와 interest된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집안 물건 하나하나 자기와 관계없는 것이 없죠. 엄마 아빠를 따라서 집을 나서면 오감놀이와 캠핑장 등, 새롭게 흥미를 품고 만져볼 것들이 가득했죠. 학교 공간은 그런 아이의 흥미를 차츰 차츰 줄여나가고 체계적으로 공부에의 흥미를 늘려나가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초등학교 교실이 흥미진진한 색상과 수업기법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아이를 중심에 두고,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십 수 명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구성된 학교수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수업 내용과 연결성을 찾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죠. 


 즉,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스스로 다가서서 자유롭게 만지고 깨물어볼 수 있던 개방된 환경이 끝나고, 외부의 통제에 의해 강제로 흥미를 조절하게 되는 시기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바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직접 확인을 해서 자신과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요. 여기가 바로 사교육의 유혹이 손짓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방과후에 아이 한명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사물과의 관계를 다시금 형성해줄 개인교사가 있다면 아이는 다시 사물과 나의 관계를 스스로 조절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충분히 흥미를 느끼며 수업 때 배운 것들을 되새겨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유혹은 유혹일 뿐, 사교육 또한 당연히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에 대해서 뒤에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환경과 적응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학교 환경에 “적응”해야 하겠죠. 그런데 적응이란 말도 한번 곱씹어봅시다. 환경이나 상황에 변화에 따라서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바꾸어나가는 것이 적응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존-흥미-환경-적응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연결 연결해보니 대강 어떤 이미지가 그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주변 사물을 점점 인지하게 됩니다. 모든 욕구를 부모님들이 해결해주는 시기가 지나면 아이는 자기가 직접 만져보려 하고,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입에도 넣어봅니다. 그러다보면 차츰 주변 환경에 적응을 하게 되고, 흥미나 관심 수준을 조정하며 자기의 몸이 성장하는 것에 맞추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갑니다. 


 그런데 아이만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해나갈까요? 동시에 아이는 환경을 자신에 적응시켜 나갑니다. 아이들이 자기 물건들을 자리를 정해두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어떤 이유에 따라서, 각자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도와주다보면 어느새 아이와 싸움이 생기기도 하죠. 


 아이가 물건의 자리를 정하는 것에 이유가 있을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누구랑 누구랑 친구이기 때문이거나, 자기가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자리였다거나 해서요. 아이가 물건의 자리를 정하는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 흥미의 영어 단어인 interest와 그 뜻을 상기해봅시다. 아이가 대상을 해석하고 그에 대해 갖게 된 나름의 관점으로, 자기만의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대상과 아이와의 연결성을 뜻하지 않나요? 



그림을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아이가 사물에 대해 갖는 관심은 흥미로 연결되고, 그에 따라 아이와 사물과의 연결고리가 생기면, 그 논리에 따라 아이는 사물을 정의합니다. 그리고 아이는 대상에 따라 자기가 적응을 하면서 그 물건을 자기의 뜻에 따라 조정하기도 하죠. 이런 상황은 주변환경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때가 몇시였는지, 부모님은 어디 계셨는지 등의 문제들이죠.


그런데 주변환경 또한 여러 가지 사물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겠죠. 처음에 하나의 대상을 탐구하고, 그에 맞춰 자신이 적응하고 사물을 조절하던 아이가 이제 더 컸습니다. 이제 전등 스위치에 팔을 뻗을 수도 있고, 무언가 들고 나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아이가 조정하는 것은 하나의 사물에 머무르지 않게 됩니다. 아빠와 엄마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의자를 자기가 끌고오기도 하면서 환경을 통제해나갑니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되는 아이의 이런 성장발달 과정에 한가지만 추가를 해보지요. 아이와 사물 사이에 놓여진 실에 집중해보는 것입니다. “흥미”라는 실이죠. 아이는 주변 사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자기와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림에서 아이의 위치가 바뀌게 됩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큰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사물들을 배치하고, 그와 아이의 관계를 하나 하나 관찰해볼 수 있겠죠.      

이제 아이를 보실 때, 이런 그림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한층 아이에 대한 부모님의 관점도 달라집니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다고들 하죠. 아이가 교육을 거부하거나,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등 여러 가지 골치아픈 행동들에 대해서도 뭔가 이 문제와 이어져 있는 실이 있겠지. 하고 그것을 쫓아가볼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의 눈 앞에 보이는 여러 사건들의 중심에 아이를 세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소득이죠. 너무 하루 하루 내 몸이 힘들고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다보니, 우리 머리 속 그림의 중앙에서 아이가 한켠으로 밀려나게 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interest를 “흥미”를 유발하는 “연결망”로 이해하고 나면, 아이와 나의 관계도 재설정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연결망이 생길수록 아이의 세상은 넓어지고,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나 환경을 조정하는 기회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드시겠죠? 우리들이 아이에게 더 많은 흥미를 갖고,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나 자신의 행동들을 연결지어보는 것입니다. 이제 아이의 문제에 대해서 원인을 부모인 나에게서 찾고, 나 자신의 배움과 교육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져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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