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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Jan 28. 2024

Ctrl+C, Ctrl+V 자녀교육, 그 해법은?

엄마와 아빠라는 배움의 롤모델

 아이들에게 지식과 공부의 참됨을 가릴 능력을 함양해 나가려면, 먼저 우리가 아이의 교육을 참된 것으로 이끌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른 교육법을 복사해서 우리 아이에게 붙여넣기 하는 방법이 아니라요.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학습에 있어서도 이 말은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어떤 학습관과 교육관을 갖고 있느냐는 아이의 공부습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특히 우리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아이들의 주도적인 학습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주도성은 어린 시절에는 활발하게 주변환경에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성장을 해서는 대학과 기업에서 반드시 필요로하는 인재로 바로설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미 성인이 되어 학습과 다소 거리가 멀어진 시기이긴 하지만, 부모님들께서 직접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더라도 평소의 태도와 대화를 통해서 아이에게 얼마든 긍정적인 공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단지 타인의 자녀교육법을 흉내내는 것보다는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아이에게 미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발성을 발휘하여 부모님들께서 지식에 대한 관심을 갖는 모습, 공부에 대한 진실된 조언을 해주는 모습들은 아이에게 분명 큰 의미를 지니니까요. 




 물컵이 하나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물컵과 우리의 관계는 물을 붓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럼 "물컵"은 "물을 마신다"는 행위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을 유리창에 그려놓는 것은 이런 관계를 우리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기호학이라는 학문에선 “의미”와 “상징”이라고 부릅니다. 지금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한글도 의미와 상징입니다. 우리가 엄지와 검지를 교차해 그리는 하트도 의미와 상징으로 이루어지지요. 


 그런데 예를 들어 화폐의 경우, 10원 짜리 동전과 5만원 짜리 화폐 두 종류는 각각의 물질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습니다. 의미와 상징의 연결관계가 그때 그때 우연스럽게 지정되기 때문입니다. 일본어로 바다는 "우미"이고 영어로는 "씨"입니다. 이런 각자의 다른 의미와 상징의 관계는 꼭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구리로 만들어진 동전이 10원의 가치를 부여받은 것과, 종이프린트가 5만원의 가치를 부여받은 것은 본래의 물질적 특성과는 관계가 없죠. 어떤 상징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느냐에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일까요? 기호학을 이용해 표현하자면 학부모와 교사는 "공부와 배움"이라는 의미를 품을 상징입니다. 우리는 물컵이고, 아이들은 물을 마시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아이들은 부모님들을 통해서 공부가 무엇인지, 배움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아이들의 공부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공부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도 사실은 아이 본인이 아니라 부모님들이죠. 아이들은 감각을 갖추면서, 인지를 형성하면서, 배움이라는 평생의 관계를 부모와 맺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들은 배움이라는 의미를 품은 상징으로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을까요? 


 10원짜리 동전은 여백이 많습니다. 색상을 통해서도 은색보다 낮은 가치로 인식되는 구리의 색입니다. 옆면에는 톱니자국이 없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은 그것을 만드는 생산원가보다도 낮은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반대로 5만원권 지폐는 초정밀 인쇄도안과 특수인쇄기법을 동원해 종이의 양면에 온갖 의미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구리와 종이가 각각 어떻게 의미를 부여느냐, 어떤 방법으로 상징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에 물컵이 앞에 있는데, 물컵이 품은 “물을 마신다”라는 의미에 따라서 손을 뻗어, 물을 마셨는데 그런데 물이…없다? 기의 전달 실패!



 부모인 우리는 스스로가 공부와 배움이라는 상징으로서 아이들에게 적합한 의미를 전달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과지식의 참과 거짓에 대해 관심없이 아이에게 거짓된 행위로서의 공부라는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은, 좋은 상징으로서의 작용이라고 말할 수 없죠. 비어있는 물컵은 여전히 물을 마시라는 메세지를 던집니다. 위조지폐꾼들이 만든 가짜 5만원짜리도, 반으로 접고 또 접으면 화폐처럼 보이긴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들 부모라는 상징들이 "공부와 배움"이라는 의미를 아이들에게 던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상징이라면, 그 메시지는 전달될 수 없죠.


 이야기를 돌려 돌려 말했습니다만 아이를 위해 우리는 진실되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학습자 아동을 배움의 길로 인도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입니다. 우리 교육이 오랜 시간동안 여러 곳에서 아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억지공부를 반복시키는 중요한 원인으로 교사와 학부모님들의 잘못된 의미-상징 관계가 있습니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교사는 말할 것도 없죠.  배우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던져도, 그것이 종이 한장을 5만원 짜리로 만드는 초정밀 기술이 있지 않고서는 메시지는 전달될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의 실패를 우리는 여러차례 목도한 바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부모님들과 대화하면서, 그리고 다른 교사들과 대화하며 느끼는 것은 대부분이 학생 그리고 자녀를 이해하는데 서투르단 점이고, 그리고 그 원인은 스스로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해서 아이를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더욱 아이를 중심에 두고 교육에 힘을 써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아이들을 커피콩을 볶듯 단순한 공정에 끼워 맞추는 행위의 반복들입니다. 물론 그런 노력들 또한 아이의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그것이 학습자인 아이들의 저마다의 특성을 잘 알고, 그에 맞춰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면 참된 공부는 결코 발생할 수 없습니다. 


 물론 살아온 삶을 통해, 그리고 아이들과의 풍성한 관계맺음을 통해서 좋은 부모님으로, 좋은 배움의 상징으로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도 그리고 아이들의 삶도 우리의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또 문제입니다. 현재의 아이들과의 관계, 현재의 자녀교육에 만족하며 안주할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변화 속에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대응은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 아이를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학부모든 교사이든, 저는 우리가 배움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닙니다. 매일의 집밥 하나만으로도 심대한 배움을 아이들에게 선보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배우기 위해 서핑을 하고 쇼핑을 하는 모습, 새로운 레시피를 보고, 그 레피시에서 또 변용을 가해 아이들 밥상 위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공부습관을 자연스럽게 배워갑니다. 


 아이와의 대화 자체도 깊이 있는 공부거리입니다. 목적을 따로 정하지 않고 아이들과의 대화 자체에 집중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설득, 문제 해결 등의 목적이 아니라 대화 자체에 목적을 지녀보도록 해보시죠. 교사가 시험문제를 낼 때 "발문"이란 것을 고민하는데, 대화는 바로 그 발문과 경청, 그리고 수용과 협상 등등 아주 많은 고등적 사고행위를 수반합니다. 아이와 우리의 삶은 배움의 기회로 가득차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배움의 기회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 실천하는 생생한 사례를 학습자 아동에게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죠. 


 너무나 많은 교육법, 교육도서가 세상에 존재하고, 자신에게 맞는 책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우리들에게 주어집니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그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교육법의 참됨을 먼저 따져보고, 충분히 성찰을 해본 다음, 아이에게 적용해보고, 세심하게 관찰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교육법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고, 틀렸다면 버려야죠.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 바로 지식의 참과 거짓을 가려내어 공부를 참된 것으로 이끌어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기꺼이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학부모로서의 나의 물컵에 물을 채워야 합니다. 10원짜리 그것도 허술한 위조지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고액권 지폐의 정밀한 도안만큼 우리의 삶을 공부와 교육, 지식들로 채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바로 그럴 때 우리는 아이의 거울로서 제대로, 광택이 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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