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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Feb 09. 2024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드는 우리의 협력적 주도성

협력적 주도성(Co-agency) : 책임의식, 공동체성, 

 교사도 아니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도 아닌 우리에게 학교 공부를 척척 알아서 하는 학습 주도성이라는 공통된 이상이 있습니다. 공부를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아이가 너무나 절실한데, 그런 아이를 만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갖지 못했던 것이죠. 


 한가지 분명한 해답은, 학부모인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 그리고 주도성이 반드시 필요하단 것입니다. OECD의 미래교육2030 보고서는 주도적 학습자를 만드는 교사와 부모의 협력적 주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아이들이 공부 속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려거든, 그것을 설계할 교사가 그에 걸맞는 주도성을 갖추어 할 것이며, 세상 속으로 성장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주도성을 발휘하려면, 그만큼의 부모님들의 주도성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협력적 주도성, 다시 말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학부모인 우리의 주도성이란 무엇일까요? 이것을 제대로 알아야 나의 자녀교육이 옳지 그른지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우리 아이를 제대로 기를 수 있지 않을까요? 


 협력적 주도성에 대해 자세히 알기 전에근간을 이루는 세 가치가 있습니다첫 번째 요소는 책임의식입니다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확 부담도 되는 키워드입니다. 이것은 미래사회의 예측 불가능성과 아이의 성장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의 주도적 배움에 대해 “내가 아니면 안돼”라는 확고한 책임의식 하에 원칙을 지키고 자녀교육에 몰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에의 참여, 우리 아이의 학습 과정에의 참여가 필수 조건이 됩니다. 다만 이 참여 활동은 학교의 권리, 아이의 권리를 우리가 임파워먼트로 부여받는 것이므로 우리의 책임 수준을 설정하고 상대방의 권리와 책임을 존중하는 태도 역시 필요합니다. 우리가 잘못된 임파워먼트를 요구하거나, 그런 행동을 한다면 아이에게 우리의 권한을 부여하는 임파워먼트 역시 잘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책임의 공유와 권한 부여라는 임파워먼트의 원칙을 한번 위배한 이상,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선 두 배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협력적 주도성에서의 책임감이란자기 통제와 절제문제해결력적응력 등을 두루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협력적 주도성의 두 번째 요소는 공동체성입니다. 아이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가치롭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어떻게 지식을 써먹을까요? 우리 가족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우리 사회를 위해 지식을 써먹는다는 목적의식이 있을 때, 우리의 관계적 정체성이 공고히 유지될 때 아이는 지식을 활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 공부에 반영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지닐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의 공부와 주도성 양면에서 그것이 올바르게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공동체성을 갖춘 협력적 주도성일 때라야 학교 교육과 아이의 학습에의 참여도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의 주도성이 사회적 공공선을 위배하지 않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공동체성의 모범을 보이지 못하면 아이 역시 그런 점을 결여할 수 있고, 공동체성이 부족한 아이는 말도 안돼는 학습의 비효율성을 노출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공동체성은 복잡하게 얽힌 갈등과 긴장을 풀어내는 고등 사고력과도 연관됩니다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계망을 고려하며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중요하지요. 


 협력적 주도성의 세 번째 요소는 단련입니다.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동체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인내하며 나 자신을 단련시켜나가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교육은 아이도 우리도 행복한 배움과 함께 시작합니다. 첫걸음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배움을 발전시키고 학교공부로 이어가는 것에는 조금 난이도가 올라가고, 아이와 다양한 질문을 하고, 지식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러한 방법은, 퍽 까다로워보입니다. 


 그러나 하루 하루의 실천이 이어지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우리의 정신을 단련시킵니다이러한 자녀교육의 실천을 이어나가는 노력이 곧 주도성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입니다또한 단련에 있어서는 학습자 본인우리의 경우엔학부모로서의 나의 존재 그 자체를 변혁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어려운 과제라고 포기하고,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의 삶은 변화할까요? 우리는 단련을 통해 협력적 주도성을 키워내, 아이의 배움의 주도성과 교차하는 지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아이를 기르는 이 어려운, 고통스럽기까지 한 과제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솔직히 응하는 것이 협력적 주도성을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임의식과 공동체성을 발휘하며 아이를 키우는 길은, 자녀교육을 사교육에 아웃소싱하는 효율적인 길과는 판이한 삶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야 하고, 우리의 취미 시간을 줄여 아이와 공유해야 하고, 여가를 쪼개 가며 아이의 공부를 봐주어야만 하죠. 이러한 단련을 통해 변화된 우리의 모습을 아이는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단련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의외의 소득은 훗날공부법 책에 의지하지 않고 나만의우리 아이를 위한 자녀교육 방침을 세워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공부법 책들 역시 하나의 가능성, 하나의 경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이 꼭 나의 아이, 우리 가정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온전히 맞추어진 주도적 자녀교육, 우리 아이만의 가장 잘 어울리는 주도적 배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평생이 사명이 되지 않을까요? 


 책임감과 공동체성, 단련의 세 가지 가치는 부모로서 우리가 아이를 기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자녀교육은 쉽지가 않지요. 그런데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가 한번 겪어본 일이기 때문에, 혹은 이미 충분히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가치를 반영하여 나의 자녀교육을 새삼 돌이켜볼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우리의 자녀교육이 멈추는 순간, 아이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지요. 우리는 늘 아이가 성장하길 바라고, 실제로 아이는 쉬지 않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멈추어 있는 우리와 변화의 도상을 차근히 밟고 있는 아이의 삶이 교차점을 찾아내는 일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서두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삶이란, 아이와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라고 말하면 딱 들어맞을 테지요. 그것이 협력적 주도성이라는 개념과 가장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아이의 주도성과 우리의 주도성이 일치되는 때 가장 올바른 자녀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테지요. 


 그런 우리에게 현실적인 문제는 찾아옵니다. 학군, 집값, 학원비, 아이의 예측할 수 없는 반응, 시시각각 변화는 노동구조와 경제 환경까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그 현실적인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함께 이 길을 걷는 아이의 잠재력과 역량, 그리고 올바른 가치관을 믿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이야, 아이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 범위에서까지 무리를 해 가며, 아이와 소통할 시간을 줄이고, 아이가 알아야 할 것까지 모르도록 하며 아이를 현실의 문제에서 차단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이가 우리의 한계, 주어진 환경을 충분이 이해하도록 하고 자기가 어떻게, 어떤 영역에서 배움의 주도성을 일구어나갈지를 결정토록 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또 아이를 존중한다면 그 길이 옳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뒤에 아이가 충분히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배움을 이어나가며,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을 지지해주시면 됩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경제적인 어떤 지원 그 이상으로 아이의 존재의 든든한 근거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성적과 대학의 학벌이라는 또 다른 목표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학교공부로 우리의 목표를 한정한다면 우리는 평생에 걸쳐 갖게 되는 풍성한 경험들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을 것입니다. 아이가, 눈 앞의 목표를 놓치지 않도록 하면서도 장기간에 걸쳐 자신의 역량을 싹틔우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세심하고 섬세한 자녀교육의 기술은, 바로 지금 시작되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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