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를 빛내기 위해 담아야 할, "질문들"

질문이 곧 학생이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by 공존

대학교에서는 매년 졸업생들의 취업율을 조사한다. 대학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내가 원하는 진로"를 찾도록 학생들에게 스펙과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보니, 그 성과가 실제로 취업율로 나오는가를 대학은 자체평가하고, 이런 취업율은 나라에서 대학을 평가하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하게 쓰인다. 즉, 대학으로서도 학생들이 취업을 잘 하는데에 매우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학생들이 취업을 잘할까? 이 질문에서, 대학의 고민은 시작된다. 대학에서 정시를 선호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수능 성적으로만 뽑아서는 대학에 적응 잘 하고 나중에 취업에도 성공할, 좋은 잠재력을 가진 학생인지, 학원에서 문제풀이만 반복한 꽉 막힌 학생인지를 알기 어렵다. 수시를 통해 학생들을 다면평가, 즉 여러가지 방법으로 평가하고 좋은 학생들을 가려 뽑으면 대학에서는 여러 모로 이익이다. 수시로 입학한 학생이 반수를 한다며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비율도 낮다. 면접과 생기부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애들을 보면서, 비록 그 학생이 입학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좋은 학생을 가려 뽑을 수 있는 기준선이 점점 명확해진다.


그러면, 어떤 학생들이 나중에 취업도 잘 하고 우리 학교에서 열심히 활동하며 교수에게 가르치는 보람이 있도록 할, 그런 학생이란 말인가? 학생부종합전형를 위한 서류 채점을 단순히 고달픈 행정업무로만 받아들이기 힘든, 최선을 다해야만할 사정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런 대학 교수들에 있어서 학생들의 잠재력과 주도성을 판가름하는 것이 바로 자기의 흥미 분야에서 구체적인 질문들을 품 이것을 고등학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전, 변형시키며 탐구해 온 "성장 스토리"인 것이다.


대학 교육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고등학교와 같이 사교육이 없기 때문에 학습자 자신의 주도성과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시험 딱딱 잘 쳐서 학점만 잘 받는 학생들이 교수의 입장에서 가장 예쁜 학생들인 것은 또 아니다. 좋은 대학원생을 맞아들여, 자신의 연구를 함께 할 동료로 길러내야 하기에 틀에 박힌 학점 벌레보다는 빼어난 창의력이나 분석능력,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을 보이는 학생들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된다.(그리고 이런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성적도 평균 이상으로 잘 받는다. 전 과목 A+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들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을 통해서 그런 잠재력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어떤 학생들이 자기만의 성장스토리를 학교생활기록부에 담아서 가지고 왔지? 이 아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고민들을 해 왔지? 자연스럽게 이러한 질문으로, 교수들이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 정리된다. 그리고 이런 "성장 스토리"와 탐구의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질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의 평가자인 대학의 교수님들의 본업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질문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교사에게 있어서 본업인 수업에 따라붙는 행정업무가 있듯, 대학 강의는 본업인 연구에 따라붙는 약간의 행정업무와 비슷하다. 본업은 어디까지나 연구다. 연구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는 아주 간단하게도, 하나의 질문을 학문적 탐구 과정을 통해 밝혀내고, 그 답변을 기술하는 것이다.


학문적 연구는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이 질문은 다음과 같이 다양한 학문분과로 분화되어 이루어질 수 있다.


- 이런 현상, 문제 있는 건 아닐까? : 문제제기

- 이런 현상, 이전에 없던 것 아닐까? : 발견

- 이런 접근은 어떨까? :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 이 현상을 지금 어떻게 설명하지? : 문제에 대한 기술

- 과거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왔지? : 학문적 접근

- 이 현상을 어떻게 해결하지? : 공학적 접근

- 왜 사람들마다 이걸 다르게 이야기하지? : 사회적 접근

- 이건 대체 왜 바뀌지 않지? : 비판적, 역사적 접근


이와 같은 질문들은 학습자들이 살아가면서, 전공과 진로에 대해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싹트게 되고, 그것에 대해 학술적인 접근을 하게 되면서 점점 구체화될 수 있다. 지난주의 연재꼭지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배경"과 함께 제시될 때 효과적이라고 하였는데, 그 예시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인공지능 의료 기술의 발전 전망과 한국의 아동인구 급감 환경에서 미래의 의료 기술의 변화상에 관심을 갖고 연구 동향을 탐구하던 중(사회적 배경), 소아과병원의 폐업 문제를 보고 소아 아동의 불치병과 치료법에 더욱 큰 문제의식을 갖게 되어 탐구키로 하고(개인적 배경), 모야모야라는 질병이 8세의 아동들에게서 자주 진단된다는 것을 알고, 아동 난치병의 치료 과정에서 보호자들의 정서 심리는 어떨까? 하는 문제를 탐구키로 함(연구 질문)


위의 예시처럼 연구 질문이라는 것은 학습자가 자신의 학문적 관점에서 구체화한, 가치로운 질문으로서 탐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질문은 학생들의 삶에서 우러나올 때 가치가 있는 것이므로, 개인적 배경이 진솔하게 기술되어 전달될 때 그 필요성을 인정받기 쉽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탐구해 온 결과가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이나 동아리, 진로활동에 설득력 있게 기재된 후, 다른 질문으로 연계된다면 교수의 입장에서는 뚜렷한 장점이 있는 학습자임을 강조할 수 있다. 위 질문은 아래와 같은 연구 내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야모야는 뇌혈류 장애를 일으키는 병으로, 유전적 요인으로 소아기부터 발병되어 평생 뇌경색 등의 심각한 급성질환 및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전력질주를 하면 숨이 가쁘거나 현기증, 심한 경우에 뇌혈류공급이 안되어 실신과 마비 증상을 초래하며 소아기 발병 시 운동 능력과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쳐, 정상발달이 되지 못할 수 있음을 알고, 이에 따라 소아기부터 적절한 치료와 보호자의 조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알게됨.(탐구 결과 1: 대상 정의) 그에 따라, 모야모야 치료를 위한 뇌혈류 형성 수술 및 진단 기술의 발전을 알아보고,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한 이 질병의 특성 상, 인공지능 상담 및 원격진료 등 사전진단을 통해 최대한 빨리 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하며, 난치병 아동을 돌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보호자를 위한 정서심리적 대응을 의료 패키지화하고, 의료보험 보장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힘. 이를 통해 소아과의 폐업 등, 의료 사각지대가 커지는 문제도 해결할 거이라 평가함(탐구 결과 2: 발견과 주장).


위의 사례에서는 학생이 나름의 주장을 제시하며 끝맺어진다. 그런데 이 주장은 새로운 질문, 즉 "소아 난치병의 보호자에 대한 의료보험 보장 비율은 어때야 하는가?"라는 탐구 대상을 남긴다. 이것은 의료복지와 보건재정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만약 이 질문이 "후속 탐구 주제"로서 학습자가 다음 학기, 혹은 다음 학년에 이어서 학습했다는 흔적이 있을 때, 평가자인 교수들은 훨씬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쉽다.


보통,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는 말이 있다. 배움이 본분인 고등학생에게 있어서, 질문이 이처럼 이어져야 한다. 단, 질문만 사방에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질문 하나에 충실한 답을 찾아낸 뒤,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연구 질문이 사교육 컨설팅으로는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질 높게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며, 이런 질문이 생기부에 담겼는가, 그런지 못한가에 따라 학습자의 가정 배경이나 학군까지도 능히 추측이 가능하다. 이런 점이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이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불공정한 요소가 있다고 비판을 받는 점이지만, 대학 입장에서도 취업율이나 학술적 성과를 위해서도, 더 좋은 학생을 뽑을 수 밖에 없다. 수백명의 학생을 평가하면서, 누가 보아도 훨씬 뚜렷한 성장스토리를 그려온, 반짝반짝 빛나는 잠재력을 지닌 학생이 눈에 띄는데 그 학생을 떨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결국, 얼마나 나 자신을, 내 생기부를 이 대학에 들어가서 나와 학교의 미래를 어떻게 빛나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것은 "질문"을 어떻게 차곡차곡,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이면서, 생기부에 담아내는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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