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수달이의 반달살이
1. 숙박
한달살이를 여러번 한 다른 선배님께 문의를 해서 네이버 "제주도 한달살이" 연관 대표 카페 두군데 정도를 검색해서 먼저 컨택 글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쪽지 20개 정도가 왔고, 몇일간은 그 숙소들을 찾아보다가 역시 쪽지를 통해 알게된 "한달살이"라는 앱을 설치하고 그 앱을 통해 숙박을 결정했습니다.
한달살이 앱의 경우엔 일반 숙박어플처럼 여러 숙소를 사진 중심으로 빨리 빨리 볼 수 있고, 중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허위매물의 위험이 낮은 편입니다. 다만 사업체가 작아 응답시간이 늦습니다. 그리고 허위매물의 위험성이 낮은 대신, 내가 원하는 날짜에 맞추긴 어렵습니다.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는 내가 원하는 날짜를 게시하면, 그에 맞춰 객실이 여유가 되는 사업자 분들께서 먼저 연락을 주시기에 날짜에 대해 고민을 할 필요가 없죠. 그러나 한달살이 앱의 경우, 숙소를 탐색한 뒤 중개인을 통해서 숙소와 날짜를 협의하기 때문에 원하는 날짜에 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달살이 숙박의 경우 최소 한달 전엔 확정을 해둬야 하기 때문에 양쪽 경로를 모두 활용하면서 숙소를 탐색하는 게 가장 좋겠죠. 저희는 쪽지로 컨택이 들어온 숙소 중엔 뷰가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한달살이 앱을 통해 숙소를 고르고 가격대와 날짜를 조정해서 최종 결정했습니다. 물론 네이버 카페를 통해서 숙소 탐색을 하고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결론은, 좋은 숙소를 찾는 것은 들인 시간에 비례한다는 단순한 사실이겠죠.
2. 차량
차량은 한달살이에 맞는 조건을 아무리 검색을 해도 최소 50만원 이상이 지출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차 소유자들은 한달살이를 할 경우 탁송으로 차에 짐까지 실어 미리 부친 뒤, 비행기를 타고 이동을 하죠. 저희는 탁송을 하지 않고 둘이서 직접 차를 몰고 남해안에서 제주도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서울까지의 왕복 탁송비용만 60만원이라고 하니, 시간 여유가 있고 가족 규모가 작다면 직접 운행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제주도와 남해안 최단 루트는 완도-제주 구간 쾌속선입니다. 1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가격은 저와 아내의 1등석 객실까지 2인 포함 편도 21만원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왕이면 여수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가기로 했습니다.
제주도와 여수 간 야간 여객 노선이 있습니다. 5시간 30분이 소요되는데, 밤 12시에 승선, 1시 20분 출항, 아침 7시 하선하는 한일 골드스텔라입니다. 가격은 저와 아내의 1등석 객실까지 2인 포함 약 25만원입니다.
먼저, 내려가는데 이용한 한일 골드스텔라는 객실이 깔끔하고 중형 크루즈라 시설이 깔끔한 편입니다. 찾아보는 과정에서 어떤 블로거분은 침구가 매우 더러웠다고 하시는데 저희는 1등객실이라 그런지...2층 침대가 무척 쾌적했습니다. 다만 너무 더워서 두어시간 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여수에서 밤 늦게까지 놀다가 배를 타고 제주도에 아침에 내릴 수 있다는 메리트, 그리고 숙박비도 아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죠. 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니까요. 저희는 몹시 운이 없게도 코로나로 인해 9시 이후엔 아무데도 갈 수 없어 결국 모텔 대실을 해서 미리 잠을 보충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객실도 너무 덥긴 했지만, 술을 먹던지 해서 잠을 잘 수는 있었겠죠.
탁송을 하지 않고 차를 직접 몰고 갈 것이라면, 완도에서 쾌속선을 타거나 여수에서 밤 배를 타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가격은 두 경우가 거의 비슷합니다. 다음에 다시 한달살이를 한다고 해도 여수에서 밤배를 타는 것을 택하지 않을까요? 당일로 완도까지 내려갔다가, 완도에서 제주도에 배를 타고서 저녁부터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무리 쾌속선이어도 그리 효과적인 이동경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코로나가 끝난다면 말이죠.
올라오는데 이용한 제주-완도간 쾌속선은 1시간 30분 가량 워낙 빠르게 이동하는지라 시설을 별다르게 이야기할 것은 없고, 1등석은 버스 우등석 비슷합니다.
3. 이동경로
그러나 저희는 "이왕 배를 타고 가니까, 여수까지 천천히 가자."라는 결정을 내립니다. 방학이 시작되었고, 제주도 첫날 일정까지는 대략 4일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광주-남해-남해-여수의 4박의 일정을 결정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지에 불과합니다. 저는 5년쯤 전에도 친구와 둘이 여름 성수기에 제주도에 가기 위하여 아침 일찍 완도로 출발해서 2시쯤 배를 타고, 6시쯤 도착해서 일정을 시작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엔 남해를 좋아하는 아내의 희망에 따라서 4일의 남도 일정을 따로 짜둔 것이죠. 그러나 겨울이고 해서, 광주-남해-여수 이렇게 3일정도만 훑고 가더라도 충분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이렇게 3일간의 일정을 간략히 정리합니다.
(1)광주
- 숙박은 에어비엔비
- 들른 곳은 나주 하얀집, 송정동 영명국밥, 금남로 예향식당, 궁전제과, 바비에르, 무등산 전망대, 양림동 한옥거리 등입니다.
- 양림동은 전주 한옥마을처럼 상업화되지 않은 구옥과 양옥의 조화가 이루어져 있어, 봄에 느긋하게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나주와 담양을 죽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광주는 숨겨진 명소들이 많아, 이번 여행에서 만족했던 곳입니다.
(2)남해
- 남해는 겨울엔 볼 것이 없어서 1박으로 충분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 다만 2박 3일 중에 첫날과 마지막날만 날씨가 좋아서, 남해의 먼 거리를 감안해봤을 경우 1박으로 날씨가 흐려지는 리스크가 발생하기에 2박 이상 일정을 잡고 억지로라도 구석구석 둘러볼 수 밖에 없겠죠. 이번에 남해 두루 봤으니 당분간 가진 않을듯합니다.
- 숙박은 야놀자를 통해서 예약한 어느멋진날이 추천할만 했습니다. 노을맛집.
- 들른 곳은 농가섬, 다랭이마을. 특히 식당으로 다랭이마을의 해바라기맛집과 힙한식은 추천할만합니다.
- 이들 말고는 겨울이라 통 괜찮은 곳은 없었습니다. 독일마을은 가지 않았고 다른 유명한 곳도 재작년에 두번이나 방문해서 따로 이번에 가진 않음.
- 만약에 남해를 좋은 계절에 제대로 간다면야...남해는 모든 곳이 보석이죠 뭐...
- 남해에서 사천으로 올라와 케이블카를 운좋게 날 좋을 때 탔습니다.
(3)여수
- 숙박은 핀란드의 아침을 추천합니다. 향일암과 가깝고, 그냥 아이스크림만 까먹고 있어도 인생뷰가 나옵니다. 시설은 낙후하지만 희생할 가치가 있습니다.
- 여수 맛집도 워낙 많지만 이번에 길언니, 나래밥상 식당이 괜찮았습니다.
- 코로나가 없다고 전제하고 여수에서 12시까지 놀다가 배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여수-제주 골드스텔라호 노선이 메리트가 있습니다.
4. 제주 도착 후
- 제주도에 아침에 도착을 했으니...대춘해장국을 먼저 갔습니다만, 앞으론 무조건 산지해장국으로 갈 생각입니다. 산지해장국은 새벽 5시에 오픈합니다. 현지인, 항구노동자 맛집이라는 게 딱 보이는 오픈시간이죠?
- 아침식사를 마쳤을 때가 8시. 숙소 사장님께서 다행히 언제든 오라고 해주셔서,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10시 30분에 들어갔습니다. 그정도면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했죠. 마노르블랑에 갔습니다.
- 저희는 대정에 숙소가 있었기 때문에, 해장국이 아니라도 모슬포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갔다가 숙소를 갔어도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5. 숙소
(1) 1차 숙소, 대정바당갤러리펜션
- 일반 펜션으로는 영업하지 않고, 한달살이 앱 등 별도의 경로로만 컨택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카카오맵에서 찾아낸 전화번호로 전화하면 안됩니다.
- 장점은 오션뷰, 서귀포/제주시와 1시간, 한림/애월과 30분이라는 위치의 적절성, 상업화되지 않고 비교적 한적한 동네라는 점, 결정적으로, 돌고래 해안이라 돌고래가 노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 단점은 원룸이라서 좁고 생활공간 분리가 되지 않으며 집기도 낙후되고, 3층이고 우풍 등의 문제로 난방비가 좀 비싼 편입니다. 겨울이라 추워서 난방을 빵빵 틀었더니 정산할 때 관리비가 제법.
- 보통 한달살이 기간을 2주 내외로 줄이면 가격이 확 올라가는데, 바당은 숙소와 조율해서 12일의 숙박기간으로 조정을 했지만 굉장히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1층에서 지내시면서 자주 인사도 나누면서 여러가지 도움을 주시는 편이라, 낙후된 시설이 많이 벌충된 부분이 있습니다.
- 세탁기는 1층에 있고, 쓰레기는 뒤에 창고에 가서 버리는 등, 쾌적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제주도 현지인의 생활을 체험한다? 재미있는 숙소였습니다.
(2) 2차 숙소, 돌담너머집 돌담점
- 세화 해변에 가까운 하도리에 두군데 돌담집 독채펜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좀 더 저렴한 쪽에 묵었습니다. 차이는 방 사이즈.
- 장점은 돌담독채펜션 중 가장 저렴하다는 점. 단점은 소음!
- 호스트분께서 안내문자로 야간 고성방가에 대한 주의를 미리 주시지만, 실제 옆방 숙박객이 새벽 세네시까지 웃고 떠드는 통에 아내는 잠을 잘 자지 못했습니다. 아마 주변 현지인분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시는듯. 민원이 있으면 호스트께서 별도로 조치를 취할 텐데. 그렇다고 우리가 호스트에게 항의를 하는 성격들도 못되어서리...
- 어쨌든, 원룸 사이즈에 1박 비수기 기준으로도 12만원 정도이지만 완전히 대정 숙소와 대칭되는 위치에, 가성비로 쾌적한 인테리어를 즐겼습니다. 야간 소음만 완전히 통제될 수 있다면 언제라도 또 가고 싶음.
- 또 한달살이를 위해서 방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비치되어 있어, 장기 숙박에도 유용함.
두번째 부록은 여기까지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여러 봉지 들고 다니면서 불편함도 아쉬움도 컸지만 하루 하루 매일의 일기를 남기는 것, 그리고 이렇게 오가는 여정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의미있는 기록이 되겠지요. 또 우리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