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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07. 2021

각도가 뭐시 중허니

동백꽃 필 무렵(2)

 나는 딸을 바라고, 바깥양반은 아들을 바라고 있다. 그러더니만 한 10주를 넘기고서는 "각도법"이라는 거에 꽂혀서 내게 미주알 고주알 설명을 하더니, 급기여 12주 진단을 받고 와서는 하루 종일 각도법 공부중이다.


"...고추? 성기 각도를 보고 아들인지 딸인지를 맞춘다고? 12주에?"

"응. 고수들은 거의 다 맞춰. 그럼 각도법으로 성별 얻어간 사람들이 사람들이 나중에 애 낳고 후기 올리는데 거의 다 짱구맘 말대로라고 해."

"그럼 거기에 올리면 안돼?"

"안돼. 무플이면 상처받아. 그리고 사진도 잘 보이는 사진에 고수들이 와서 봐주지. 제대로 안찍힌 사진은 고수 맘들이 와서 안찍어줘."


 네이버 임산부 카페에는 12주 사진을 올려서 성별을 알려달라고 요청을 하고, 그럼 고수들이 나타나서 성별을 꽤나 잘 맞춰준다는 모양. 바깥양반도 몇날 몇일, 남의 태아의 성기가 올라가 있는지 내려가 있는지만 바라보고 있다.


 마침 우리 초음파 진단을 해주신 선생님께서 거의 성기를 드러나게 찍어주지 않으셨고, 그것은 아마도 딸이라서 성기가 잘 안드러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겠구나 싶고, 그래서 나나 바깥양반이나 대략 딸이구나 싶어서 좋아하고 있는데 바깥양반은, 그 특유의 소심한 성품으로 절대 포기를 안하고 있다.


"혹시 이거 아니야?"

"이거 다시 봐바. 이거 탯줄 아니지?"


 이런식. 요즘처럼 손 귀한 시절에, 그것도 소중한 우리 아이를 두고 성별로 가타부타 말을 할 일은 전혀 없지만 서도, 50mm 남짓 되는 아이의 고추 각도를 재는 바깥양반의 알 수 없는 여행은 어떻게 언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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