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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06. 2021

봄날의 입덧은 칼바람과 같아서

동백꽃 필 무렵(1)

- 아 어떡해

- 나 교실에서

- 토했어ㅠㅠㅠㅠ

- 헐

- 온라인 때?

- 응 ㅠㅠ

- 수업 중에 갑자기

- 뿜어져나왔어ㅠㅠ

- 애들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네 ㅋㅋㅋㅋ


 누나와 엄마는 입덧을 모르고 아이를 낳았다는데 바깥양반은 지금 입덧이 한창이다. 심지어는 오늘, 수업 중에 뿜어져나왔다고 한다. 아이를 갖는 과정의 어려움이야 수만가지가 있을 것이나, 6주 3일. 우리가 임신을 확인하기 하루 전부터 시작된 입덧은 바깥양반을 마치 다세포소녀 속 가난인형처럼 따라다녔다. 아니. 작은 등짐같은 인형이라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문제이긴 하지.


 원래부터 그 누구보다 편식도 심하고 비위도 약한 탓에 그만 입덧도 직격으로 맞아버린 바깥양반은, 12주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하루 하루 입덧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침마다 등을 두드려주는 자상한 남편이고 싶지만 나는 아침에 도시락도 싸줘야 하고, 내 아침밥도 차려먹어야 하고, 시간이 나면 바깥양반의 입에 과일도 넣어줘야하니 요령부득이다. 등을 두드려주는 게 도움은 되려나. 열 몇시간 공복 상태로 일어나자마자 헛구역질을 하며, 기어코 초록색 위액을 뱉어내고서야 정신을 차리는 바깥양반에게는 말이다.


 그런 와중에, 8주차에 입덧약을 얻어왔는데 바깥양반은 또 그걸 일주일 넘게 먹지 않았다. 내가 몇번이나 권하고 사정사정을 해도,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해로울까봐 심하게 망설이고 있었다. 의료보험이 되지는 않아도 효과가 검증된 약이라는데.


 결국 최근에 쌍둥이를 출산한 동료선생님에게 보낸 장문의 카톡 문의와, 네이버 임신맘 카페에서 정보를 한참이나 찾아보고 나더니, 어느 토요일 겨우 첫 입덧약 두알에 평화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약효는 몇일 가지 않아서, 일주일 뒤에는 다시 약을 아무리 챙겨먹어도 입덧에 조금도 줄어들고 있지 않긴 하지만.


 그러나 금방 약발이 떨어진다는 것이, 독한 것이 아니라서 뱃속의 아이에게 해롭진 않을 것이라는 자기위안이 된다는 것이 또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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