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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존 Apr 19. 2021

왜 눈을 그렇게 떠?

동백꽃 필 무렵(5)

 나는 반드시 주말에 낮잠을 잔다. 한번에 여섯시간을 넘겨서 자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수면부족 상태다. 이등병 시절에 <아침형 인간>을 잘못 읽은 탓인지, 그 뒤에 진짜로 그걸 실천하려고 했던 탓인지 마흔이 되어가는 지금도 어김없이 여섯시반이든 일곱시반이든 주말 아침에 눈을 뜬다. 아니면 쉰 정도 넘기면 온다는 아침잠 없어지는 현상이 지금 찾아온 건가.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밀린 예능프로그램을 조금 보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미뤄둔 게임을 하거나 청소를 한다. 누워서 폰을 오래 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데 내가 아침 일찍부터 침대에서 나오면 그 즉시 바깥양반은 선잠을 자게 된다고 한다. 내가 없어진 것을 자면서도 항상 인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일어나서 운동이라도 하라고 하고 싶지만 임신 초기를 넘기면서 지금 한창 폭풍처럼 잠만 자는 상태인지라 그러기도 어렵다. 하루 종일 잔다. 그런데 깊이 자진 않는다. 태교도 필요없고 클래식도 걷어치우고 그저 눕눕이 최고라나.


 어쨌든. 중간에 깨워서 아점을 먹인 뒤에 두세시간 더 혼자서 거실과 내 방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나는 침실로 들어와서 눈을 붙이는데, 이때쯤 바깥양반은 잠을 거의 채운 상태라 누워서 마냥 폰을 하고 있다. 내가 낮잠을 자기 위해 누우면 자기는 안심이 되니. 또 폰을 덮어두고 자기도 더 눈을 붙인다. 잠이 부족할리가? 라는 생각도 들지만, 때론 내가 낮잠에 드는 것보다 먼저 코를 골기도 한다.


 그렇게 나도 잠깐 자고 일어나면 바깥양반도 자고 있거나 깨어 있거나 한데, 어제는 내가 자고 일어나니 저렇게 날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다. 놀래서 왜 그리 쳐다보냐고 물으니 그냥 좋아서 바라봤다나 뭐라나.

 

...그러니까.


 결혼과 출산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긴 커녕, 모두에게 크나큰 고뇌인 시대에 사는 젊다면 젊은 부부인 나와 바깥양반에게는 임신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을 옥죄는 크나큰 시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또 그렇게 소중하게 이 시간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바깥양반이 낮잠 자는 날 바라보며 웃는 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정들을 함께 해준다는 사람에 대한 그런 감정이었을 테지.

 

 그런 마음을 좀 가사노동 분담으로 미리미리 표현해줬으면 어땠을까 바깥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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