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과 엄마아빠센서
겨우 아이가 누워서 잔다. 두시간을 내리 아빠 배 위에서 엎드려 자고, 또 한시간을 잠투정을 아빠 배 위에서 하고 말이다. 하다가 하다가 침대에 눕힌 뒤 공갈 젖꼭지를 헹구러 다녀온 사이 울음이 잦아들었길래 그대로 배를 쓰다듬으며 자장가를 틀어주었더니, 몇시간 용을 쓰던 아이가 이제 누워서 잔다.
아이가 이리 저리 팔다리를 뻗으며 몸부림을 치는
걸 용을 쓴다고 하나보다. 동백이는 조리원에서부터 용쓰는데 선수로 악명이 높았다 한다. 조리원의 솜씨 있는 전문가들이 짱짱하게 매어 준 속싸개를, 몇분만에 왼쪽 팔을, 그러고 나서 오른 팔을 빼곤 했다. 한달이 지난 지금도 기운이 세고 용을 잘 쓴다. 병원에 기초검사랑 접종 등으로 두번 방문을 했는데, 유난히 힘이 세서 꼭 이야기가 나온다. 화요일이었던가, 내가 출근한 사이 틀에 찍어서 손발도장을 만들기 위해 제작자분이 방문을 했었는데, 동백이는 손발 틀을 찍고 굳히는 내내 용을 써서, 매우 용을 써서 자기 엄마를 참 힘들게 했다고. 사진을 보니 이와 같이 왼손 쪽에 구멍이 뽕 나 있는데 과연 잘 나올지 걱정이다.
용을 부단히 잘 써서인지 한달 사이에 3.1kg이던 아이가 4.1kg이 되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그때마다 나는 내 건강한 기운을 받아서 그렇다고 바깥양반에게 너스레를 떨곤 하지만, 무엇보다도 건강한 아이는 부모에게 복이라는 걸 안다. 고마울 따름. 고마울 따름. 다만 용을 쓰는 이유 중에는 배앓이도 있었다. 원체 잘 먹으니 배에 가스가 좀 찼던지, 3,4주차에는 아이가 밤 새 보채는 일이 심했다. 아빠의 출산휴가 마지막 날을 일부러 노리기라도 한 양, 동백이는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내리 앓았다. 그 힘든 시간을 지나고 나서 이틀에 한번은 꼬박 대변을 보는 지금 배앓이는 사라졌다. 밤에는 통잠을 세시간 잘 때도 있는 기특한 녀석이다.
다만 아빠가 출근을 하고 엄마가 산후도우미 없이 독박육아를 하겠다고 나선 이때가, 아이가 엄마 몸에서 떨어져나온 것을 인지하는 시기라고 한다. 게다가 수요일에는 BCG 예방접종을 했다. 아이가, 낮 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하고 심하게 보챘다. 월요일에는 처음으로 엄마 손으로 똥기저귀를 치우게 하더니만, 목요일 금요일 이 두 날은 거의 악마 수준으로 엄마를 괴롭혔다. 잠깐이라도 엄마 몸에서 떨어지면, 방금까지 코를 골던 아이가 목이 찢어져라 울기 시작한다. 바깥양반은 양치도 화장실도 맘 편히 하지 못하는 일주일, 그 중에서도 힘든 요 이틀이었다고 하니, 아이의 성장통이 부모의 성장통이 되는 고스란함이 선명하다.
그래도 우리는 산후도우미를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고 있다. 내 출산휴가 중엔 그래도 새벽에 마지막 맘마와 트림 순번까진 바깥양반이 맡아주어, 내가 몇시간 편히 잤는데 내가 다시 출근을 하게 되고 일과 내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니 이번엔 바깥양반의 몸이 버티질 못한다. 밤에 아이 챙기는 것을 내가 모두 하기 시작. 한시 세시 다섯시 여덟시 이렇게 네번의 아이 맘마를 이번주엔 내가 거의 다 했다. 그러고 나서 출근을 하면 몸이 배기지 못하지만, 그래도 한다. 휴가로 교체해둔 수업으로 하루 5,6개씩 수업을 하는 강행군이지만, 그래도 한다. 이것도 다 부모가 되는 과정이고, 우리도 용을 쓰며 하루 하루 버텨나가는 것이다. 산후도우미를 썼더라면 그나마 편했을 첫 일주일이 지나, 우리는 동백이까지 셋이서 서로 모두가 기특하다고 격려를 할만도 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아빠인 나의 경험과 이해도 퍽 늘었다. 밤에 아이를 재우는 것도 당연히 나의 몫인데 내 배 위에 올리든,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자든 재우는 건 제법 한다. 아이 배 위에 베개를 올려줘서 안정감을 주거나, 잠투정이 심할 땐 엄마 자궁처럼 폭 아이를 싸매서 재운다거나 하는 요령을 알음알음으로 익혀서 아이를 돕고 있다. 전동식 코뻥을 샀는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더라도 어르고 달래서 재빨리 코를 뚫어주고 코딱지까지 제거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너무 놀라고 겁내 하던 아이가, 코를 뚫어주면 이내 편안함을 되찾고 조용히 잠에 든다. 바로 지금이 그렇다. 아빠 배 위에서도 영 잠을 못자고 보채더니만 코를 뚫어주는 짧은 시간 동안 자지러지게 울고는 지금 시원하게 자고 있다. 물론, 나는 지금 아이를 깨워서 맘마를 주긴 해야 한다. 그럼 아마도 또 보채며 내 뱃살과 턱에 각각 자기 다리와 머리의 틈바구니를 찾을 때까지, 내 고막을 울려댈 테지.
여기까지, 20분 가량만 천사가 된 동백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보니 이럴 때가 아니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 독박육아를 하는 엄마와 그를 보좌하는 아빠의 밤은, 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