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필코 조식을 먹겠다는 다짐이 나를 깨웠다. 우리는 부스스한 차림으로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처음 카오소이를 먹던 날 아내가 야외 자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 후부터 어디 앉게 될지 예상이 되었다. 조식도 야외 자리에서 먹었다. 파리가 날리고 더운 것이 불편하긴 했지만 아내를 위해서라면 괜찮다.
오늘은 호텔에서 많은 시간들을 보내며 즐기기로 한 날이다. 그래서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마사지를 먼저 받을지, 수영을 먼저 할지 몰랐다. 일단은 산책을 가기로 했다. 아내는 차가 많이 다니는 길보다 골목길을 걷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태국의 정서를 더 잘 느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골목골목을 손잡고 걸었다. 아내는 동네에 큰 개가 나올 때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리를 바꿔준다. 치앙마이의 개는 한국의 개들처럼 짖지 않는다. 짖는 개를 보기 힘들 정도다. 개들도 사람들과 잘 섞여 지내는 것 같다. 그래서 아내가 보호해줘야만 하는 정도로 무섭지는 않았지만 항상 자리를 바꿔주는 아내가 고맙다.
우리는 망고 나무로 확실시되는 나무도 발견하고 동네의 작은 카페도 알게 되었다. 산책을 나온 김에 마사지를 받으러 가자는 계획이 생겼다. 한참을 걸어 마사지 가게를 찾아갔지만 아직 오픈 전이었다. 다시 한참을 걸어 호텔로 돌아오니 딱 수영장 가기 좋게 땀이 났다. 30분 정도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땀을 더 흘렸다. 흘리고 싶고, 흘리기 위해 흐르는 땀은 싫지 않다. 그런데 흘리고 싶지 않은 땀이 흘리고 싶지 않은 때에 나는 것은 정말 싫다. 운동을 하면서 똑같이 흐르는 땀에 내 기분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결국 내 몸에 흐르는 땀마저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됐으면 하는 인간임을 다시 깨달았다.
수영을 하고, 에프터눈 티를 즐겼다. 그리고 트립어드바이저에 후기를 남기면 한 시간 무료 스파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아내가 알아냈다. 아내는 정말 대단한 포노사피엔스다. 우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만끽하는 기분으로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고, 스파를 즐겼다.
이제 다시 해가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제대로 나갈 준비를 하고 올드타운 중심으로 갔다. 라탄 가게를 구경하고, 토요 마켓이 열리는 곳까지 걸어갔다. 아내와 손을 잡고 걷는 것은 참 즐겁다. 토요 마켓은 정말 정신이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곳에서 돼지고기 덮밥과 두리안, 족발 덮밥과 맥주, 소고기를 먹은 것은 나에게 엄청난 일이다. 역시나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아마 혼자였거나 사랑하는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왔다면 어떻게든 안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 맞다. 옥수수도 먹었다. 토요 마켓을 돌며 배도 채우고, 맥주를 마시며 라이브 음악도 듣고, 아내가 좋아하는 그릇도 샀다. 선물할 마그네틱과 내가 좋아하는 천으로 된 신발도 샀다. 치앙마이에서 처음 갔던 야시장보다 훨씬 재밌는 시장 구경이었다. 다시 땀으로 끈적끈적해진 몸을 싣고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에어컨 바람을 쇠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아내는 오늘 두 번이나 내 허리를 주물러줬다. 난 아내 다리를 주무르고 침대에서 쉬다 보니 지금이 되었다. 오늘도 이미 지나 내일이 되었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새롭지 않은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