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여덟째 날, 좋은 부부란? 갑자기?

by 이태화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밤 이자, 2019년 2주간의 여름휴가의 마지막 밤이다. 태화 코치는 내게 내일 떠나는 날인데 집에 가고 싶은지, 아니면 더 남아서 여행하고 싶은 지에 대해 물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여유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싫으면서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한주에 막막 80시간씩 일하고 싶다. 그래서 또 녹초가 된 상태로 어디론가 떠나서 깊이 휴식하고 싶다. 확실히 올해 상반기에 바빴고 힘들었다. 하반기에도 덤벼라. 실컷 바쁘다가 겨울에 또 태화 코치랑 호주 살이 해야지.


어젯밤에 왔었던 까꿍 새가 또 왔다. 방금은 정말로 몰래 살금살금 갔는데 또 날아가버렸다. 원통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또 비가 오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우기라고 해도 이건 너무한다. 물론 비 오는 풍경조차 너무나 아름다워서 약 87% 정도는 즉시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13%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침 먹으러 가다가 빗길에 미끄러져서 발을 다쳤기 때문! 다행히 여행이 다 끝날 무렵이어서 대단히 억울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13% 정도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물론 내일 한국에 돌아가서 열대야를 며칠 겪으면 긴 팔 입고 다녔던 비 오는 오늘을 기억하며 쪼잔 했던 나의 13% 앙금마저도 가시겠지만.

응급처치를 받고 아침을 먹고 우리는 로비에 있는 아주 멋진 소파 침대에 누워서 빈둥거렸다. 저 멀리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스마트폰을 하고 양자역학에 대한 영상도 봤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서 태화 코치가 한국에서 가져온 참치가 들어있는 오모리 찌개 컵라면을 마지막 날 드디어 먹었다. 그리고 수영을 하러 가는 태화 코치를 쫓아가서 구경했다. 태화 코치는 오묘한 자세로 배영을 하기 시작했다. 수영장에는 끊임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고 배영을 하는 태화 코치의 입에도 (아마도)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는 꿋꿋이 배영을 연습했다. 배움에 대한 태화 코치의 끝이 없는 의지에 감탄하며 나도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봤다. 여행지에서 읽기 매우 적합한 책이었다. 오늘 읽어서 아쉽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발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로 태화 코치와 잠시 다투었다. 머리론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닌데 싶었는데도 자꾸 화가 났다. 왜 화가 났나 생각해 보면, 아픈 사람은 난데 자기 생각이 맞다고 우기는 것이 마치 내가 아프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옳은 것이 더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분명 이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이 생각이 옳지 않은 것을 알지만 난 확인이 필요했다. 우리에게는 신뢰를 쌓아 나갈 더 많은 시간과 더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 어쨌든 몇 시간 안에 화해하고 이미 잘 지내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좋은 부부란 거룩한 부부인 것이 맞다. 서로를 돕고 부족한 부분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그건 분명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기 때문에 훈련할 기회가 있고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경험할 고락이 있을 것이며 언젠가 그 경험을 또 다른 보통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전 15화남편의 일곱째 날, 산속 호텔, 까꿍까꿍 울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