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을 거라는 생각에 글을 쓸 때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출판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출판을 앞둔 신인 작가가 두려움을 못 견디다 못해 출판사에 계약해지 통보를 한다. 1년 동안 공들인 작품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편집자와 편집장은 서둘러 작가를 만나러 간다. 하루를 꼬박 기다린 끝에 작가와 만난 편집장은 작가에게 솔직한 위로를 한다.
"작가님 책 많이 안 팔릴 겁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사봐요.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3000권을 팔기도 어려워요. 그게 무슨 말이냐면요, 망신을 당해봐야 3000명이고 작품 엉망이다 욕해봐야 3000명이에요."
이렇게 말하며 한 마디 덧붙인다.
"작가님 책 좋아요."
편집장의 얘기를 들은 작가는 다시 용기를 낸다.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그 정도 사람들한테 욕먹고 금방 잊고 잊히고 하면 되죠."
작가는 3년을 공들여 글을 쓰고, 출판사는 1년 넘는 시간 동안 정성 들여 편집해 만든 책조차도 몇 천명한테만 창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출판을 한다.
하물며 내 글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한테 창피를 당할까 봐 책 쓰기를 시도하지 못한다는 건 이유가 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몇 명의 사람이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능력보다 잘 보이려고 하지 말고 내가 가진 능력만큼만 쓰면 된다. 딱 그만큼이면 된다. 나에게 말하듯, 친구와 대화하듯.
노래를 만든 적이 있다. 10주 동안 만들고 공식 음원으로도 나왔지만 '나만 듣는 노래'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들어보라고 권할 만한 노래는 아니지만, 노래 만든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시간 동안 실망하고 기대하고 결과물을 기다리며 설렜던 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다.
지금 준비하는 책이 '나만 읽는 책'이 될 수도 있지만 책을 준비하는 동안 꾸준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었고, 도전에 설레었다. 더불어 버킷리스트 한 줄을 완성해 간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꾸준한 글쓰기를 계속 실패해 왔지만, 책 쓰기를 목표로 하니 글이 써졌다. 목표가 생기니 행동이 바뀌었다. 매일 글을 한 편씩 써야겠다고 생각할 때와는 달리 주제를 잡고, 목차를 세우고, 제목을 정하니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라는 막연함이 선명해지는 경험이었다.
나만의 책 쓰기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나는 어디선가 계속 쓰고 있을 거다. 오픈된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매일 한 편의 글을 완성시키지 못하더라도, 글쓰기는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 나를 위한 글쓰기가 나에게만 머물지 않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