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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Jul 09. 2024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은 없다

 글을 쓸 때면 힘이 들어간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다. 글쓰기를 시도조차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우리는 검사를 받기 위한 글쓰기, 점수화되는 글쓰기를 해 왔다. 일기를 통해 개인적인 일상을 검사받고 논술, 글쓰기 학원을 다니며 빨간색 볼펜으로 첨삭을 받아야 했다. 내가 쓴 글에 빨간색 볼펜의 침범을 받지 않고 다시 쓰기를 하지 않기 위해선 온 힘을 다해 써야 했다. 글쓰기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이런 방식의 글쓰기에 길들여져서 쓰는 일이 더 두려워졌을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도 평가받는 글쓰기는 계속되었다. 자기소개서, 보고서 등 힘을 빼고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아무리 잘 쓴 글이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를 할 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합니다."

구체적인 연령대와 직업, 성별까지 고려한 상상 속의 독자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라고 글쓰기 책이나 글쓰기 특강에서 작가님들은 말한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난 별로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작가가 생각했던 독자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은 타깃 독자가 '나'였던 책이다. 책마다 사람들의 호불호가 달랐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이 남편이나 아이가 별로라고 했던 이유를.

출판기획서를 쓸 때 주독자층을 쓴다. 포괄적이 아닌 구체적인 독자층을 써야 한다. 출판사도 한 권의 책이 모든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다.


 하나의 글을 읽고도 어떤 이는 '그래 맞아'하며 공감하지만 다른 이는 '어쩌라는 거지'라고 의아해한다. 독자의 나이, 직업, 성별,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기에 같은 글을 읽고도 다른 반응이 나온다.

tv 프로그램도 예능,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각자의 취향이 있듯이 책도 마찬가지다. 소설, 에세이, 경제, 과학, 자기 계발서 등 선호 분야가 다르고 같은 분야의 책 안에서도 쓰인 방식이나 내용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함께 사는 가족끼리도 취향이 안 맞아 리모컨 쟁탈전을 하고 책 취향도 달라 읽는 책이 제각각인데 하물며 완전 남인 독자들의 취향에 맞춰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나의 생각이 담긴 글을 보여주는 일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 일상을 누가 궁금해나 할까?', '내 글을 누가 읽고 싶어 할까?', '내 글을 읽고 누가 상처받진 않을까?'라는 질문을 나에게 수없이 던지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질문들 속에 묻혀 있다 보면 어떤 글도 쓸 수가 없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글을 쓸 순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디선가 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 한 명을 상상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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