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과.
결혼 준비
결혼을 앞둔 사람 중에서, 자신이 결혼을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인생에서 커다란 이벤트 중 하나인 결혼은 분명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어렸을 적 결혼은 마냥 설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얼떨결 한 감정이 더 크다. 나를 ‘신부님’으로 지칭하는 용어가 낯설어서 일수도 있지만, 결혼이란 제도가 만들어낼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우린 결혼을 하려는 걸까.
깨가 쏟아지는 잉꼬부부였다가, 날 선 모습으로 갈라서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아, 결혼해서 불행해질 바에야 혼자 살아야지’라는 게 나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곧 결혼을 앞둔 나에게 행복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사실 100퍼센트 확신은 어렵다. 우리 둘이 잘 지낼 자신은 있어도, 결혼생활은 둘 만의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이 사람과 잘 살아내고 싶기에 결혼을 한다.
우리 다운 결혼식
건축을 공부한 남자 친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건축물에서 결혼을 하고 싶었고, 나 또한 특별한 장소에서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예식장도, 날짜도 결국 상황에 의해서 정해졌다.(오, 이런) 그럼에도 몇 가지만큼은 우리답게 하고 싶었다. 우선은 청첩장을 손수 만들었다.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주는 사람
청첩장 앞면에는 우리가 마주 보는 모습을 그렸고, 속지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를 그렸다. 연애 초반에 손잡고 길을 걷다가, 장난스럽게 툭 던진 말이었다. ‘내가 어디가 좋냐’는 다소 유치한 질문이었는데, 그가 말했던 말은 오래도록 깊게 남았다.
있는 그대로의 네가 좋아!
벌써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나는 그 말을 여전히 품고 지낸다. 지금도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라 참 고맙다. 그 덕분에 앞으로도 그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결혼’을 할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청첩장에 쓰인 문구는 내가 늘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우리들의 파리가 생각나요>의 문장을 인용했다. 김환기 그리고 김향안 부부가 지성과 감성을 나누며 살아간 이야기를 정현주 작가님이 쓴 책이다. 2016년 초, 나 또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브런치 글에도 썼었는데 정말로 만났다. 지성과 감성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함께 있음으로 해서 두 사람의 세상은 커지고 넓어졌다. 계속 꿈을 꿀 수 있었다.
(42p)
이제 딱 한 달 남았다. 결혼 준비는 아직도 할 게 많다. 그저 소소하고 행복하게 준비하고 싶은데, 선택과 선택 사이에 놓여있는 상황들이 참 어렵다. 부디 우리답게 그 과정을 무사히 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