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문단 읽기

감정에 닿는 말하기

by mbly

지금까지 단어와 문장을 통해서 연습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문단을 읽어보겠습니다. 문단을 읽을 때는 2가지를 기억해야 해요.



1. 어느 부분이 핵심이고, 이 핵심을 어떻게 잘 전달해 줄까?
2. 어느 부분에서 어떤 감정을 줄까?




핵심감정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모든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그, 기승전결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부분이 있고, 그 핵심이 되는 부분 중에서도 중요 문장, 키워드가 있어요.


거꾸로 키워드, 중요문장, 핵심이 되는 부분, 기승전결이 없는 글은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설득 안 하는 글은요?'


설득하지 않아도 되는 글, '혼자 보는' 일기라든지, 학습메모라든지 이런 건 키워드나 기승전결이 필요 없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저는 일기에서든 학습메모에서든 키워드나 중심문장을 가지고 썼지만요. 오늘의 일기 키워드 '내가 생각하는 모성', 오늘의 학습 중심문장 '흥미는 가치관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보여주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형태가 어떠하든지 간에 '설득'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읽는 이를 내 상황에 공감하게 하는 것도 '감정을 설득'하는 거죠? 드라마를 보면서 "에이..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행동에 설득력이 없어."이런 이야기하잖아요? 주인공의 감정흐름이 내 감정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예요. 공감을 한다는 건, 글 속 감정이 내 감정을 설득시켰다는 것입니다.


또, 정보 전달만을 위한 글이라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당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내가' 전달하고 있음을 설득하는 거라고 봅니다.


왜 우리가 검색창에 'ㅇㅇ하는 법' 이렇게 검색어를 넣으면 정말 수만 가지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냥 제일 먼저 보이는 글을 읽고 정보를 얻기도 하지만, 뭔가 미흡하다고 느껴지면 두 번째, 세 번째 글을 찾아서 또 봅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딱 내가 찾고 있는 정보를 주는 글을 찾아 그 글을 신뢰하죠.


여러 사람이 같은 정보를 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A라는 사람의 정보를 내가 신뢰한다는 건 A라는 사람이 그가 가진 정보로 나를 '설득'한 것이지요.


즉, 주장하는 바에 동의하게 하는 것만이 설득이 아니라 감정표현을 하는 글이든 정보전달을 하는 글이든 어떤 형태의 글이라도 누군가가 보게 하기 위한 글이라면, 전달의 상대가 있다면 모두 '설득'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글을 말로 표현할 때는 설득하는 바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소리로 표현해줘야 해요.

어디를 어떻게? 말의 핵심을 상대의 감정에 심어 넣어 주면서요. 이성이 아니고, 감정이에요.


왜 감정일까요?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큰 영향을 받거든요. 우리가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연구가 있었대요. 뇌에 종양이 생겨서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을 제거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은 기억, 언어, 연산, 지능 등 완벽한 이성적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종양이 제거되면서 감정이 같이 없어져 버렸지요.


어느 정도나 무감각했냐면 자신이 직접 겪었던 사고를 떠올리게 해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어요. 슬프거나 괴롭거나 하는 감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감정이 없어졌다는 건 어떻게 보면 가장 논리적인 사람이 되었다.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 되었다. 합리적인 결정만 하겠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볼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보다는 잘 살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우리처럼 '마음에 드니까' '좋아 보이니까'라는 비이성적인 결정으로 실수하는 일아 없을 테니까요. 충동구매 이런 것도 없고 말이죠? 연구자들도 그렇게 예측을 했다고 합니다. '아주 합리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대요. 놀랍게도요. 오히려 우리들보다 더 많이 아주 불행했다고 합니다. 직장을 잘 다니지 못했고, 배우자와 갈등이 일어나서 이혼한 사람도 있었고, 아주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


감정이 마비된 환자들은 결정을 못 내렸대요.


여러 대안을 도출하고 각 대안의 장단점을 생각하는 것까지는 아주 잘했는데,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분석까지는 잘해놨는데, 딱 하나 꼽지를 못한 거죠. 우물쭈물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이걸 가리켜 합리성의 덫에 빠졌다고 표현합니다 - 내용 출처 : 김남국 편집장, 국제 경영학 박사 (동아 비즈니스 리뷰 2013. 4. issue 2)


감정의 힘이라는 게 참 크죠?




오늘 아침에 저희 집에서 있었던 일 하나 이야기해 드릴게요. 남편과 큰 아이는 아침을 먹고 있었고, 저는 아이의 책가방에 준비물이 잘 들어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는데요, 절대 의도하지 않았어요. 잔소리 3 콤보.


첫 번째 잔소리, 오늘 영어 단어 시험을 위해 공부했어야 할 영어책이 없더라고요? 어제 제가 일을 하는 동안 혼자 공부를 좀 해두라고 일렀었고, 했다고 대답도 했는데 책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책 어디에 뒀어?"

"학교에 두고 왔나 봐."


어제 다 했다던 공부는... 어떻게 한 걸까요???


두 번째 잔소리, 평소에 학교에 휴대폰을 챙겨가게 하거든요. 선생님이 등교할 때 거두셨다가 하교할 때 다시 주신다고 해요. 혹시 연락할 일이 있을까 봐 학교 갈 때 챙겨가게 하는데, 휴대폰 충전을 안 해뒀더라고요?


"휴대폰 충전 안 해뒀니?"

"응."


어젯밤 자러 가기 전에, "휴대폰 챙겨뒀니?"라고 물었던 기억이 분명히 있는데... 제가 의미했던 챙겨두기에는 충전이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아이가 들었던 챙겨두기에는 없었나 봅니다. 그냥 곱게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네요.


세 번째 잔소리, 이건 늘 하는 잔소리이긴 한데요, 식탁에 앉으면 숟가락을 뜨라고 말을 하기 전까지 절대 숟가락을 안 뜹니다. 물만 조금 마시다가 멍하게 앉아있어요. 네, 아침이 힘들겠죠. 저도 어렸을 때 비몽사몽간에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잔소리를 안 하려고 하지만, 하게 돼요.


"밥 먹어~~~"

"..."


이 외에도, “학교에서 읽을 책은 챙겼니? 체육시간 준비물은 챙겼니? 얼굴에 로션 좀 발라라~” 쓰리콤보 말고도 잔소리를 더 했지만, 과연 아이의 귀에 들어간 이야기였을지 겉도는 이야기였을 지요.




잔소리는 그렇다 치고 훈육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어른답게 성숙하게 조언을 건넨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아이가 어려도 말이죠. 꼭 필요한 교육적인 내용을 최대한 알기 쉽게, 감정을 억누르고 말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물어보면 아이는 이렇게만 기억하더라고요.


"엄마 그때 화 많이 났었잖아."


교육적인 내용은 어디로 간 걸까요? 남는 건 감정밖에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말을 할 때, 설득을 할 때에는 말의 핵심을 상대의 감정에 심어 넣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논리는 갖다 버려라!'라는 건 아니지만, 사실 우리는 논리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감정에는 소홀해요. 내 논리가 맞는가는 세심히 살펴보지만 상대의 감정에 닿았을 때 어떠할까? 는 신경을 잘 안 써요.


반대로 해야 합니다. 내 논리가 맞는가, 이것도 상대의 입장에서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일까?' 이렇게 고려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상대의 감정에 어떻게 닿을까? 상대가 어떻게 느낄까?' 이걸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 그럼 상대의 감정에 닿는 말하기, 한번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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