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평년은 일정 기간 동안 관측된 기상 요소를 평균 낸 값이다.
기후에서 기준으로 삼는 평년은 보통 30년의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며, 이 값은 일정 주기마다 갱신된다.
평년은 특별한 해가 아니다.
기록에 남을 만큼 극적이지도,
경고를 붙일 만큼의 이상도 아닌 날들이 오래도록 쌓여 만들어진 값이다.
기온과 강수량 같은 수치들을 하루나 한 해가 아니라,
시간의 길이로 평균 낸다.
세계기상기구와 기상청은 이렇게 만들어진 값을 지금의 날씨를 비교하고 설명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하루하루는 쉽게 사라진다.
어제의 온도는 오늘을 설명하지 못하고,
한 번의 폭우나 한 번의 한파는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후는 가장 강했던 순간이 아니라
가장 많이 반복된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다.
나는 이 단어가 이상하리만큼 현재의 나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기후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해가 있었다.
날씨를 읽고, 그 안에서 감정을 꺼내 적는 일.
그 일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고,
올해가 되어서야 기록의 형태로 남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늘 일정했던 것은 아니다.
매주 같은 속도로 쓰지 못한 주도 있었고,
어떤 날은 아예 페이지를 열지 못한 채 지나가기도 했다.
특별한 문장이 나오지 않는 날도 많았고,
그저 날씨만 확인하고 닫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느리기도 하고 누락하기도 했지만,
다시 돌아와 기록을 이어갔다.
기상에서 평년값을 계산할 때
모든 날이 완벽하게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측이 빠진 날이 있어도,
일부 값이 모자라도 기준은 만들어진다.
평년은 잘된 날들만의 평균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전체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 연재에 담긴 것도 그런 시간들이었다.
강하게 쏟아진 감정도 있었고,
아무 일 없던 날도 있었고,
말로 다 옮기지 못한 상태도 있었다.
그 모든 날이 같은 비중으로 기억되지는 않지만,
같은 무게로 누적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장 뜨거웠던 날이나 가장 추웠던 순간으로
한 해를 판단하려 한다.
하지만 기후는 그렇게 평가되지 않는다.
극값은 참고가 될 뿐,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기준은 그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이름 붙이기 어려운 날들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평년이라는 단어는 잘했다는 말도 아니고,
부족했다는 평가도 아니다.
그저 이만하면 범위 안에 있었다는 뜻이다.
넘치지도, 크게 벗어나지도 않은 상태.
지나온 시간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
이 기록도 그와 비슷했을 것이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고,
매번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기준에서 벗어나지도 않았다.
조금씩 이어졌고, 그렇게 한 장을 만들었다.
평년은 아무 일 없는 해가 아니라,
이런 일도 품는 기준이었다.
나는 그 기준의 범위를 조금씩 넓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