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은, 박사논문 쓰면서 여러번 기웃거렸기에 늘 동경하는 분야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점과 동일하다. 많은 건축글들이 사회와의 관계를 언급하지만 피상적일 때도 많기 때문이다. "내가 거기 살아봤는데, 내가 한번 가 봤는데, 내가 아는 누구누구는~"라고 하는 정도에서 일반화하는 것도 종종 본다. 그것보다는 좀더 면밀하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세상을 관찰하고 그다음 건축과 연결시킬 일이다.
그런 너는 뭘 얼마나 잘 썼냐고 누가 따져 물으면 크게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말하고 쓰는 것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한다.
그런 점에서 나를 항상 괴롭히는 지점이 있어, "학문에도 정의로움이 있는가?"라는 고민이다. 건축설계가 되었건 역사이론분야가 되었건, 그 발견의 과정이 명백하고 주장의 근거가 눈속임없이 떳떳한가, 하는 점이다. 우습게도 이건 때론 "모두 떳떳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기도 한다.
오랜 연구를 엮은 두꺼운 학술서보다 건축사와 도시사를 한낱 가쉽꺼리처럼 엮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실을 볼 때 주로 그렇다. 기본적으론 "떳떳해야지!''라는 분노로 시작하는 고민인데, 혼자 생각을 곱씹다보면, 그게 뭣이 중요한가?로 허무하게 빠진다. 생각의 자유란 것도 있지 않겠냐는 타협이다.
마땅히 얘기 나눌 이가 없어 혼자하는 고민은 늘 그렇다. 난 어쩌다 이리 삐딱해졌나, 라는 자책으로 접을 때도 많다. 그리고 감히 내가 학문의 정의가 어쩌네저쩌네 따질 만한 위치가 아닌 것도 잘 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정말 반가웠다. 한 자리에 꼬박 앉아 읽었다. 2019년 한겨레신문에 <대학을 떠나며>라는 글로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조형근 선생님의 최신작이다. 지난달에 출간됐다. 사회학자로서 바라본 한국사회의 부조리 중 몇개 사례, 그리고 사회학자로서 느낀 문제의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에 크게 공헌하지 못했다는 고백과 반성을 다룬 내용이다.
물론 사회학자로서의 정의(justice)를 말한 것이라, 내 경우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 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고 반은 잘 몰라 갸우뚱했다. 내가 하는 고민은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기 보다는 건축을 공부하는 이들이 좀더 진지하게 임하기를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마음을 잃지 않고. 혹은 잃을까 두려워서다.
각자가 관여한 모든 분야가 그럴 것 같다. '바르게 한다는 것'이 제일 어렵다. 게다가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정의부터 내려야 한다는 건, 더 미치고 폴짝 뛸 노릇이다.
그냥 쉽게쉽게 가면 될텐데, 돈도 안되고 시간만 드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래도 고민이 없는 것 보단 고민이 있는 편이 나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말했듯 "긴장과 모순을 잊지 않으려 애쓰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