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ictoria Sep 11. 2021

귀 빠진 토끼와 놀이공원의 수학자

Antti Tuomainen,The Rabbit Factor (2020)

 *이 책은 은행나무 출판사를 통해 <토끼 귀 살인사건>(김지원 역,2023)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최근 핀란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국제무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로자 릭섬의 『Hytti nro 6』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컴파트먼트 넘버 6>는 2021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 상을 수상한 바 있고, 오늘 소개할 안티 투오마이넨의 『The Rabbit Factor』(2020)는 Amazon Studios와 Mandeville Films의 합작으로 스티브 카렐 주연 할리우드 영화화 예정이라고 한다.


*스티브 카렐(Steve Carrell) : 미드 《오피스》의 마이클 스캇 역,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시리즈 악당 그루의 목소리로 유명하며, 영화 《40살까지 못해본 남자》(2005), 《미스 리틀 선샤인》 (2006) 등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The Rabbit Factor』는 주인공 헨리가 폐장한 놀이공원에서 부서진 토끼 조형물을 고치던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게 쫓기며 시작된다. 한 손에 접착제를 든 헨리가 놀이기구 사이를 뛰어다니며 손에 땀을 쥐는 추격전을 벌이다 칼을 던지며 위협하는 괴한을 간신히 물리치는 순간 이야기는 그 한 달쯤 전으로 돌아간다.

 

 헨리는 보험 계리사(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위험을 수학적으로 분석한다)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쇼펜하우어라는 고양이를 기르는 42세의 독신남이다. 남의 일에 관심 없고 쓸데없는 말은 안 하는 성격 때문에 승진 심사에서 밀렸는데, 새로운 팀장은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고 오픈 오피스를 만드는 등 회사를 놀이공원처럼 만들더니 다른 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헨리를 반강제로 해고해 버린다. 자존심은 박살 나 버리고, 재취업도 여의치 않던 판국에 변호사가 헨리를 찾아온다.  유하니가 놀이공원 ‘너와 나의 즐거움’(순문펀)을 유일한 혈육인 헨리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죽었다는 것이다.     


 유하니는 헨리와 성격이 정반대였다. 부모님의 즉흥적이고 대책 없는 성격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은 헨리는 예측할 수 있고 정확한 학문인 수학을 사랑했다. 반면, 유하니는 부모님을 닮아 오늘만 사는 사람이었다. 유하니처럼 엉망진창인 놀이공원에서 매표 담당인 벤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유지보수 담당인 크리스티안은 매사 사장인 것처럼 간섭하고 다닌다. 술 냄새를 풍기며 헨리를 천연덕스럽게 ‘자기’라고 부르는 홍보담당 민투 K. 는 어딘지 무섭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상대는 혼자 알레르기가 심한 딸을 키우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대신 놀이공원 운영총책을 맡아온 라우라뿐이다.

 게다가 이 놀이공원, 알고 보니 사채가 잔뜩 있었다. 괴한들의 위협을 받던 헨리는 전직 보험 계리사인 괴한들의 보스와 독대해 시간을 벌지만, 완벽할 줄 알았던 그의 계획은 놀이공원에 숨긴 괴한의 시체와 함께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우리는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을 고를 수 없다. 어떤 부모, 어떤 형제, 어떤 아이가 나의 가족이 될지는 내가 정할 수 없는 문제이고, 그들의 습성은 간혹 나와 아주 다를 때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와 어린 시절의 시간을 공유한 가족들은 한동안 떨어져 살았다고 해도 어느 정도 닮은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직장인 헨리가 자신과 정반대라고 여겼던 유하니의 즉흥성을 받아들여 놀이공원 오너가 되면서 그의 인생에는 놀라운 모험들이 펼쳐지게 된다. 물론, 이 책은 스릴러고 동화 속 같은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면 인생에서 '절대로 안'(Never)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작가 소개

안티 투오마이넨 Antti Tuomainen (1971~)

2019년 영국 더 타임스 지가 꼽은 유럽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가로, 페트로나 북유럽 추리소설 상 (2020), 핀란드 올해의 추리 상(2010) 등 수상.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The Man Who Died, 포레스트 북스)를 비롯한 그의 작품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판되었으며, 『The Rabbit Factor』(2020), 『The Moose Paradox 』(2021), 『The Beaver Theory』(2022) 등 동물 이름 3부작은 15국에 선 수출되었다.

이전 06화 체홉의 제6병동과 러시아 대륙횡단 열차 6 호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