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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들려준 야한 이야기

Laura Lindstedt,My Friend Natalia (2019)

by Victoria
이름도 성(性)도 알려지지 않은 심리상담사가 성 중독자인 나탈리아를 치료한다. 스릴 넘치는 사이코 섹슈얼 어드벤처! - 미국 Glamour 지
권력과 섹스, 예술과 언어에 관한 영리한 소설 – 네덜란드 일간지 De Volkskrant
비밀에는 파괴적인 힘이 있어야 하죠.


심리상담사인 나에게 어느 날 “나탈리아”라는 가명을 붙인 환자가 찾아온다. 머릿속이 섹스로 가득 차 있다는 그(핀란드어에는 ‘he’와 ‘she’의 구별이 없고 둘 다‘hän’으로 표기된다)는 내 상담실 벽에 걸린 ‘입과 귀’라는 이름의 그림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나는 그녀에게 글쓰기 치료를 제안한다. 큰 자명종을 가져와 배 위에 올려놓고, 상담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수시로 예약을 취소하며 고통의 전이를 위해 외설적인 글을 쓰고 행위를 하는 나탈리아의 예측불허 행보는 거리낌이 없다.


너는 아이가 아니었다. 너는 악몽이었다. 너는 걷잡을 수 없었으며, 너는 너였다.


시간과 말의 주도권이 뒤바뀐 상담에서 화자의 나이와 성별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모호하다. 발기한 남근의 정밀화가 등장하고, 프랑스의 누보 레알리즘 화가 니키 드 생팔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나탈리아의 손글씨와 베로니카라는 제2의 자아까지 나타난 가운데 나탈리아의 요구에 따라 입과 귀 그림은 뒤집힌다(전복된다). 나탈리아의 성기가 말하는 마지막 장에 다다르면 독자는 이것이 화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중요한 고민거리를 이야기할 때 친구 얘기라고 하니까.


사르트르는 철학으로 위장한 개구리에 불과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나탈리아의 이야기가 주는 쾌락 외에 이 소설의 미덕은 독자를 또 다른 독서로 이끄는 참고문헌이다. 나탈리의 책장은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도 유명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초대받은 여자』에서 시작해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이브 엔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지나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다다른다. 『포트노이의 불평』(필립 로스)을 통해 나탈리가 시도하는 것은 『젠더 트러블 :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전복』(주디스 버틀러)이자 『어린 시절』(나탈리 사로트)의 또 다른 자아와의 대화이다. 비평가, 유부남, 잠복고환의 비뇨기과 의사, 페티시를 지닌 여자와의 섹스 캠프 경험을 늘어놓고 각국의 포르노 장르를 꿰차고 있는 나탈리아는 뇌에 섹스만 가득 찬 여자로 보였지만, 그녀의 말과 글은 결국 자크 데리다가 『그라마톨로지』에서 말한, 경계를 해체하고 간극을 메우기 위한 텍스트의 재생산이다.


작가 소개 Laura Lindstedt

입양에 관한 첫 소설 『가위』(Sakset, 2017)으로 핀란드 일간지 헬싱긴 사노맛 문학상과 핀란디아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15개 국에서 출판된 죽음에 관한 두 번째 소설『오네이론』(Oneiron, 2015)으로 핀란디아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북유럽 문학상, 루네베리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헬싱키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며 누보로망을 대표하는 프랑스 작가 나탈리 사로트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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