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멈출거야
나는 현재 40대 초반이고 포토그래퍼이다. 그리고 엄마다.
포토그래퍼라면 그냥 포토그래퍼지. 뭐 이런 수식들을 붙이느냐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된 순간 더 이상 이 단어를 분리할 수 있게 된 상황이 아니기에 자기 소개에는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전에 브런치에 여행과 책방 직원으로서 글을 연재했었지만 사실 내 본체는 포토그래퍼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진을 공부했고 사진 활동을 하던 중 코로나로 한국에 귀국하게 되고 잠식되어 있는 상태였다. 아직 어린 아이를 육아하며 수시로 격리를 해야했던 코로나 초반 상황.
제로 베이스가 된 나의 커리어를 어찌 다시 쌓을 수 있을까. 방향을 못 잡고 꼬르륵 물 속에 들어가는 기분.
꿈을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엄마가 된 순간 5배는 더 노력해야했고 난 그럴만한 에너지도 체력도 없는 상태였다.
개인 작업이랑 주변 지인들의 의뢰로 일한 것 외엔 다 내려놓고 카메라도 한구석에 두고 핸드폰으로 찍으며 그냥 좀 멀리했다. 책방일도 나에게 적당한 안일함을 선사했던 것도 있다.
그럼에도 마음엔 다시 할거야. 이렇게 멈출 수는 없어의 불꽃이 작게 타오르던 중에 내가 일하던 책방이 정리되며 결과적으로 카메라를 다시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괜히 다른 것들을 찔러보려던 중에
친한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사진을 제일 잘하면서 왜 다른 거 하려고 해요?"
뜨끔한 순간. 그리고 유레카.
스스로 자신감이 낮아지기도 했는데 사실 이런저런 핑계대지 말고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이름은 바꾸고 싶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내가 정한 활동명을 정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정해지지 않았던 찰나에
새로운 이름과 운명의 만남들이 오게 되면서 포토그래퍼로서의 삶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