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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Sep 13. 2024

여름 2】태양에 눈이 부셔도


여름이 미쳤다.

2024년의 여름은 미쳤다. 태양은 너무 뜨겁고, 날씨는 광폭했다. 전국 어느 곳이든 낮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유럽 곳곳도 마찬가지였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었다.
홍수, 가뭄, 열사병. 자연재해가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9월 말까지도 이런 무더위가 계속될 거라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누구라도 예민해지고 지칠 수밖에 없다.


날씨만 그런 것이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 북한의 미사일 도발. 세상은 온통 혼란 속에 빠져 있다. 기상이변에 더해 전쟁과 분쟁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숨 막힌다.


자연재해는 그렇다 치자. 경제적 압박이 더 심각하다. 팬데믹 이후 풀린 달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 그 여파로 고금리 정책이 계속된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그 충격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우리에게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사람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국제 정세의 혼란만큼이나 국내 상황도 어렵다. 정치적 갈등은 점점 갈등이 깊어지고, 정부 정책은 어디로 갈지 길을 잃었다. 어디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이 없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을 더 열받게 한다. 


내 월급만 빼고 모든 것이 다 오른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책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그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내일을 알 수 없어 삶이 불편하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올여름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폭염이 광폭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가을바람이 불고도 남았겠지만, 올해는 한여름의 열기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끝없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날이 계속되며, 계절의 흐름조차 사라져 버린 듯하다. 사람도, 세상도, 자연도 부조리 속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이 여름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가을이 오겠지?

가을의 문턱인 입추는 한참 전에 지났고, 가을이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처서도 벌써 지났다. 새벽에는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는 9월 7일이다. 


그런데 정작 새벽이슬은커녕 가을은 여태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는 8월의 태양만큼이나 열기가 넘치는 9월의 태양이 이글거린다. 여름은 아직도 펄펄 끓는 열기와 등등한 기세로 밤낮없이 사람들을 들볶는다.


오늘은 9월 13일. 예년 같으면 가을의 전령이 척후병이 되어 세상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가을은 아침과 저녁에 견고한 진지를 구축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가을 병사들이 한낮에 잠시 퇴각했다가 새벽녘에는 찬바람이 세력을 넓혔다. 그러다가 계절의 수레바퀴를 끌고 와 여름을 밀어내었을 것이다. 


올해 가을은? 계절의 문고리만 만지작거리고 쭈뼛거린다. 여름 한낮의 폭염이 무서워 저만치 떨어져 잔뜩 주눅 든 표정으로 감히 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끝없는 폭염 속에서 계절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름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나 보다. 9월 중순에도 가을의 기운은 없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열대야에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가을은 어디쯤 왔을까? 
계절의 흐름조차 부조리해진 지금, 이 여름이 끝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가을은 올 것이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이 비 그치면 가을이 한결 가까워질 것을 기대할 따름이다. 


제아무리 힘주어 버텨도 끝내 여름은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여름의 광폭함을 잊고 가을에 기대어 살아갈 것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은 밥이자 식량이다. 우리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것만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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