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머핀 속의 건포도 빼먹기가 아니야.

by Henry

사는 일이 그리 말랑말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부드러운 머핀 속의 건포도 빼먹기라면

얼마나 맛있고 즐거울까

삶은 딱딱한 바게트 뜯어먹기야



건포도 머핀.jpg 머핀 사진 출처 : Pixabay


머핀이냐? 바게트냐?

건포도가 들어 있는 머핀(Muffin)이냐, 아니면 딱딱한 바게트(Baguette)일까?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당신은 무얼 고를 것인가? 어떤 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머핀을 고를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이 부드러운 바게트를 고르겠지. 때로는 빵을 바꿔가며 서로 다른 식감을 즐기기도 하지.


당신 앞에 펼쳐질 삶의 모습이 건포도의 머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딱딱한 바게트일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어떤 빵을 선택할 것인가? 한 번 정하면 일생을 그렇게 쭉 가야 한다면 이건 보통 고민이 아니겠지. 하나를 선택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중간에 바꾼다면 좋겠지. 인생은 그게 안 된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야.


삶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자기 의지인 것은 맞아. 사람들은 자기 삶이 건포도가 든 머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성과가 있을 거로 기대해. 큰 고생 없이 순탄하면서도 즐거움이 가득한 그런 삶을 바라는 게 사람 마음이야. 아쉽지만, 희망은 희망일 뿐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 당신은 머핀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그건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야.


머핀 같은 삶을 살려고 죽을 둥 살 둘 모르고 노력해도 정작 딱딱한 바게트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아. 아참,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절대 바게트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님을 알아주면 고맙겠어. 바게트를 먹으려면 머핀보다 더 많이 애를 써야 한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야. 빵으로서야 분명한 자기 개성을 가진 바게트도 마다할 이유가 없어. 단지, 바게트를 닮은 삶은 머핀을 닮은 삶보다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딱딱한 바게트를 맛나게 먹는 방법도 많아. 빵이나 물에 살짝 적셨다가 오븐에 데우는 방법도 있고, 우유와 계란 등을 함께 넣어 브레드 푸딩(Bread Pudding)을 만들어 먹어도 좋아. 그렇다면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기 삶이 머핀이 아니고 딱딱하고 먹기 힘든 바게트라고 거부할 수는 없어. 어떻게 하든 마음의 레시피를 동원해 즐기면서 사는 길을 찾아야 해. 힘들기는 하지만,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는 자기 몫이야.


늦은 밤의 전화는 힘든 소식이야.

늦은 밤 전화를 받았어. 밤이나 새벽에 받는 전화는 반가운 소식일 잘 없어. 상황이 다급하고 내가 없으면 안 될 일일 때 그런 전화가 와. 오늘도 예외가 아닌 마음 무거운 일이야. 구체적인 사정이야 시시콜콜 이야기할 바가 못 돼. 급하게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란 사실만 알면 될 거야.


5시 2분 첫 기차를 타려면 3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해. 급한 사정으로 따진다면 하루 잠을 설치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첫새벽 역사는 예상보다 사람이 많아. 휴가의 끝이라서 그런가? 사람들은 각자 배낭을 메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어. 객차의 끝자락이라 그나마 자리가 듬성듬성해. 졸며 깨며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지.

그 길로 곧장 해결해야 할 일이 있는 곳으로 갔어. 옥신각신 언성은 높아지고 서로의 주장만 팽팽해. 상대의 말은 틀렸고, 자기 말이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의견은 대립하고 했든 말을 되풀이하는 난감한 상황이야. 서로의 말이 이렇게 다르니 상황을 목격하지 않은 나로서는 심증만 가질 뿐이야. 일단 양측 이야기를 다 들어보는 수밖에 없었어.


긴 이야기 끝에 겨우 달래고 어르고 해서 타협점을 찾았어. 법적 조언을 함께 받기로 합의했어. 누군가 객관적으로 판단해 줄 심판관이 필요하다고 설득했지. 변호사의 조언을 듣기로 했지만, 또 한쪽이 말을 바꾸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어. 이해당사자가 다 모여서 이야기하면 되지 웬 법률적 조언을 구하냐고 투덜거리네. 그렇게 될 일이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야. 우여곡절 끝에 제3안의 안을 합의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했지.


내가 경험한 삶은 부드러운 머핀 속의 달콤한 건포도 찾기가 아니야. 딱딱한 바게트 껍질을 뜯어야 밀가루 속살을 만나는 그런 삶이야. 단맛이라고는 별로 없고, 담백한 맛이라 위안할 뿐이지. 그렇다고 그걸 버리거나 부정할 수도 없어. 어떤 요리로 만들 것인가는 내 선택과 의지에 달렸어. 브레드 푸딩을 만들 수도 있고, 우유에 살짝 담갔다가 오븐에 돌려 부드럽게 만들 수도 있겠지.


머핀과 바게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권한이 애초 내게 없었어. 그저 주어진 상황에 맞게 요리해 먹어야 할 따름이지. 어떤 이는 노력한 것보다 운이 좋아 건포도의 머핀을 먹을 수 있어. 다른 이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머핀을 먹는 행운을 얻지 못할 수도 있어. 안타깝고 아쉽지만, 어쩔 수 없잖아. 딱딱하지만 고소한 풍미를 가진 바게트를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할 거야.


급박한 새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어. 일찍 시작한 오늘은 하루가 무척 길어. 간단한 여행기를 일기를 쓰고도 아직 시간이 많이 남네. 운동복을 챙겨서 나가야겠어. 운동은 딱딱한 바게트의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도 왜 안 힘들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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