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인문학 4】
세상은 분자로 이루어졌고
분자는 원자로 만들어졌어.
원자 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빛이 보여
빛 속으로
이제 그대는 빛 속으로 들어왔어. 빛의 아름다움을 찾는 여행의 두 번째 역에 도착한 거야. 첫 번째 역에서 태양 내부의 핵융합을 살펴봤어. 수소 핵의 융합으로 엄청난 양의 빛과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았어. 이제 두 번째 역에서는 물질이 발생하는 빛을 관찰할 거야. 태양만 빛을 내는 게 아니야. 밤거리를 화려하게 밝히는 형광등과 네온사인도 빛을 내지. 그건 이들 장치 내부의 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이 만드는 빛이야. 이게 뭔 말이냐고? 그걸 알려면 물질 속으로 들어가 원자의 세계를 살펴봐야 해.
아 여기서 잠깐, 물체는 뭐고 물질은 뭘까? 우리는 이 두 개의 단어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 물체는 형태와 구조를 가진 물리적인 것을 말하고, 물질은 특정한 화학적 혹은 물리적 성질을 가진 것을 뜻하지. 컵 속에 물이 있다고 하자. '컵'은 물체이고, 그 안에 담긴 "물"은 물질이라는 말이지. 그렇지만, 물체인 컵을 만드는 데 사용한 재료들, 예를 들어 세라믹, 플라스틱, 금속 등은 '물질'이라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물질은 또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물질은 분자 혹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 처음에는 분자가 물질의 최소 단위인 것으로 생각했어. 그다음에 분자 내부를 들여다보니 핵과 전자를 가진 원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한동안 우리는 원자가 물질의 최소 단위로 여겼고 그걸 받아들였지.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어. 원자핵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쪼개보니 그곳에 다시 쿼크라는 물질이 있는 거야. 쿼크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이 단계까지 내려가면 머리가 엄청나게 복잡해질 거야. 우리는 물질의 빛을 탐구하는 여행 중이라 원자 내부까지만 알면 돼. 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이 빛을 내는 결정적인 이유이기 때문이야.
다시 돌아와서 생각해 보자. 그럼, 분자와 원자는 뭐가 다를까? 분자를 쪼개면 원자가 나온다 했으니, 원자들이 결합하면 분자가 된다는 사실은 알겠어. 물리학이나 화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이런 내용이 구구단 외우는 정도에 불과해. 하지만, 나 같은 비전공자는 개념을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여기서 먼저 한 가지 짚어야 할 게 있어. 우리가 원자를 이야기할 때 가끔 원자(atom)라 했다가, 또 어떤 때는 원소(element)라고 말해. 원자는 낱개를 셀 때 쓰는 말이고, 원소는 그것이 모인 집합체의 이름이야. 원소(element)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적인 성분이라는 추상적인 의미이고, 원자(atom)는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로 셀 수 있고 구체적인 개념이야. 이렇게 설명하고도 헛갈리긴 해.
물(H2O)의 구성 성분이 뭐냐고 물으면 수소 원소와 산소 원소라고 말하지. 물은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이 몇 개로 이루어졌냐고 할 때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라고 하는 거야. 원소는 원자들이 모인 집합체의 이름이라 몇 개, 몇 개로 말하지 않아. 개수를 말할 때는 원자를 붙여 말해. 아무튼 일반인은 분자의 구성 성분을 알기 위해 어떤 원자가 몇 개씩 결합했는가를 알면 된다고 봐.
물 한 방울과 10의 21승 개의 물 분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물질의 내부로 들어가는 거야.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을 예로 들어 보는 게 좋겠어. 물 분자는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가 두 개가 합쳐진 거야. H20라는 분자식을 보면 이게 물이구나 하고 이해하는 거야.
자. 지금부터는 물을 쪼갤 거야. 컵에 있는 물을 나누고, 나누고, 나누고, 나누면 마지막에 한 방울의 물이 남지. 위의 그림을 한 번 봐. 물 한 방울에는 10의 21승의 물 분자가 들어 있어. 이게 얼마나 많은 건지는 그림 속 숫자를 세어보면 알 거야. 그러니까 물 한 방울 안에 산소 원자 한 개와 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한 물 분자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거야. 거꾸로 말하면, 물 분자가 10의 21승 개 모이면 물 한 방울이 된다는 뜻이지.
물 분자와 원자가 눈에 보이냐고? 당연히 안 보이지. 그렇지만 한 방울의 물도 이렇게 많은 수의 물 분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야. 물 분자의 직경은 약 0.275~0.3 나노미터 (nm) 정도로 알려졌어. 1 나노미터는 1억 분의 1미터이니까 분자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어. 이 작은 크기의 물 분자가 무려 10의 21승 개가 모여야 물 한 방울이 되는 거야.
이제 분자를 다시 쪼개서 원자의 세계로 들어가야 해. 서로 다른 원자들이 결합해서 분자를 이루기 때문에 분자를 쪼개면 각각 별개의 원자로 돌아가지.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졌어. 이 셋이 나란히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물 분자라는 뜻이야. 물은 이들이 손을 잡고 결합했을 때 물의 존재 가치를 지녀. 만일 이들이 손을 놓고 뿔뿔이 흩어지면 어떤 물질인지 알 수 없어. 원자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요소인 건 맞지만, 혼자 독립해서 놀 때는 어떤 물질이 될지 모른다는 거야.
사람의 몸도 수소, 탄소, 질소,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거야. 이들 수조 개의 원자가 결합해 분자가 되고, 분자들이 결합해 세포, 조직, 장기 등을 만들었어. 세상의 모든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분자 결합이고, 분자는 다시 원자의 결합이야. 이제 물질과 원자의 관계를 알았으니 원자 내부로 뛰어들 준비는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