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인문학 2】
눈에 보이는 빛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가 보는 건 가시광선 하나
태양은 생명의 빛을 뿌리고
빛의 파편으로 흩어지는 색
빛으로 데운 밥
빛으로 밥을 데울 수 있다고?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 햇빛 아래 찬 밥을 두고 기다린다고 해서 따뜻해질 리는 없겠지.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그 빛으로 밥을 데우는 것은 가능해. 빛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 용도도 생각보다 넓어. 일상에서 음식을 데우는 용도부터 공학, 의학 분야까지, 각각의 빛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상황이 있어. 새벽 일찍 떠나는 여행이나 출장 때,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 말이야. 가는 길에 휴게소나 가게도 드물다면, 길가는 동안 배고픔을 참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해.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전자레인지 오븐이야. 이 기기는 마이크로파라는 빛의 한 종류를 사용해서 음식을 빠르게 데워주지. 마이크로파는 음식의 수분 분자를 신속하게 움직이게 만들어. 그렇게 움직이는 수분 분자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열로 음식이 데워지는 거야. 그래서 '빛으로 밥을 데운다'고 표현하는 것이지!
우주는 다양한 빛으로 가득 차 있어. 이 빛들을 전체적으로 부르는 이름은 '전자기파'야.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상호 작용하며 퍼져나가는 현상인데, 그 크기는 1억분의 1밀리미터에서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어. 이런 전문적인 내용이 처음 들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빛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있어 큰 지장은 없을 거야.
감마선은 파장의 간격이 10피코미터(pm), 즉 1억분의 1밀리미터(mm)로 가장 짧지. 우리 귀에 익숙한 X-선은 0.01나노미터~10나노미터 범위의 파장을 가졌어.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의 길이야. 자외선은 1~400나노미터, 가시광선은 380~750나노미터, 적외선은 750나노미터~1밀리미터의 파장을 가졌어. 1밀리미터~1미터의 마이크로파와 1킬로미터에서 수 킬로미터가 넘는 전파는 가장 긴 파장의 빛이야.
우리가 사는 지구는 다양한 빛, 즉 전자기파로 둘러싸여 있어. 사진에 나온 대로, 지구의 대기는 이 전자기파를 다르게 받아들이지. 전파와 가시광선은 대기를 쉽게 통과하지만, 나머지는 대기 속에서 흡수되거나 반사돼버려. 모든 빛들이 다 지구에 내려오면 생명체가 존재하는 데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어. 자연은 이렇게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장치를 미리 마련해 둔 거야.
전자기파의 종류를 살펴보면,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파장이 짧아지는 순으로 나열됐어. 이때 파장의 길이는 각각의 빛의 에너지를 나타내고, 태양에서 발생한 빛의 온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야. 이런 빛 중 감마선이나 X-선 같은 짧은 파장을 가진 빛들은 그 에너지가 매우 강력해서 DNA를 손상시킬 수 있어. 이런 강한 에너지를 지닌 빛들은 운 좋게도 지구의 대기에 의해 흡수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위협을 가하지 않아. 특히 자외선은 오존층에서 대부분 걸러지고, 방사능 오염의 위험을 가진 감마선과 X-선도 대기의 질소와 산소에 의해 흡수되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
날 좋은 날 투명하게 쏟아지는 햇빛은 가시광선이야. 사람들은 한때 가시광선이 빛의 전부인 줄 알았어. 우리 눈은 태양이 만든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볼 수 없기 때문이지. 가시광선 속에 있는 색채의 스펙트럼도 제대로 보지 못해. 빨간색에서 보라색 사이에 얼마나 미세한 색의 변화가 있는지 구분하는 것도 힘들어. 그저 빨간색이나 혹은 옅은 빨강 혹은 진한 빨강 정도로만 구분할 따름이야.
빛, 그 아름다움 속으로
빛은 태양의 후예라고 할 수 있어. 태양 빛은 생명의 근원인 에너지를 공급해. 동시에 빛은 온 세상에 아름다운 색채를 뿌려. 빛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깊은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어. 빛이 없다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지. 식물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동물은 에너지를 얻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해. 빛이 없는 세상은 절대의 어둠과 모든 것의 종말이야. 지구는 색도, 꽃도, 나비도 없는 죽음의 별이 될 거야.
물체나 공간이 빛을 모두 흡수하면 어둠만 남아. 빛의 앞길을 방해하지 않는 우주 공간에서는 빛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아. 칠흑 같은 우주 공간에서는 한 줄기의 빛이 눈앞을 스쳐 지나도 우리는 그걸 알아차릴 수 없어. 빛은 그 자체로서는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 빛은 뭔가와 닿았을 때 산란하며 제 모습을 드러내.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먼지나 미세한 물방울에 부딪힌 빛의 파편이라고 볼 수 있어.
파란 하늘도, 석양의 붉은 노을도 빛의 산란 현상이야. 파장이 짧은 보라와 파장은 대기 중의 입자와 부딪쳐 높은 하늘에서 흩어지지. 하늘이 파란색을 띠는 이유가 이 때문이야. 파장이 긴 빨강과 주황은 대기 중의 먼지나 공기와 부딪치지 않고 오랜 시간을 여행해. 땅 위에 도착할 때쯤 산란하면서 붉은색 노을과 주황색 석양을 펼치지. 이렇게 먼지와 입자의 도움을 받아 빛은 아름다운 본색을 드러내지.
빛은 참 고마운 존재야. 정작 우리는 빛의 본질을 제대로 몰라. 빛이 당연히 우리 곁에 있는 것으로만 생각해. 빛은 전자기파이고, 종류도 많다는 사실을 이제 알았어. 빛, 그 가운데 가시광선은 색을 가득 품고,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우리에게 오지. 그것도 1억 5천만 킬로미터의 먼 길을 달려서 말이야. 그러니 우리는 태양을 존경해야 마땅하지.
이제 본격적으로 빛과 색의 근원을 따져볼 거야. 빛은 어떻게 생겼는지, 색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 세상을 보는 눈은 한결 깊어지겠지. 빛에서 색이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을 보는 즐거움도 배가 돼. 빛과 색이 우리 마음을 어떻게 다독이는지 알면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거야. 그리고 인상파 화가들이 왜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따라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있어. 이제 본격적으로 빛의 아름다움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