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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31. 2023

아름다운 빛의 여정과 인공 태양

【빛의 인문학 3】


수소 핵을 융합한 태양은 

사라지는 질량만큼 

우주 공간으로 무한의 빛을 뿌리고

그런 태양을 만들 수 있다면



인공 태양 만들기

태양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쭉 이야기했어. 우리에게 빛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바로 태양이야. 태양은 수소 핵의 융합을 통해 매초 어마어마한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 우주로 방출하고 있어. 이것만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면, 화석 연료나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우라늄의 핵이 분열할 때는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능이 나오고 핵폐기물 처리도 엄청 어려워. 그러나 핵을 융합할 때는 방사능 유출이 훨씬 적어. 게다가 생성되는 핵폐기물의 반감기도 훨씬 짧고, 처리하기가 더 쉽지. 게다가 핵을 분열하는 것보다 융합하면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오니까 핵융합은 장점이 많아. 


그럼, 핵을 분열하지 말고 융합하면 되지 않느냐고? 좋은 질문이야. 과학자들은 인공 태양을 만들고 있어. 그렇다고 지구 대기 중에 태양을 만들어 올리겠다는 말은 아니야. 태양의 핵융합 원리를 지구에서 응용하자는 것이지. 그렇게만 되면 원자력 발전소를 둘러싼 논란도 잠재울 수 있어. 또 화석 연료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문제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어. 


그렇게 좋은 걸 왜 빨리하지 않을까?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태양은 수소 원자의 핵을 융합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엄청난 빛과 에너지를 쏟아내지. 수소의 핵과 핵을 융합하려면, 약 1억°C에 가까운 고온과 1,000억 기압의 높은 압력이 필요하다고 해. 이건 수소 원자를 플라스마(plasma)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야. 



고체, 액체, 기체, 플라스마(출처 : 에듀넷)


플라스마(plasma)는 무엇일까?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 그리고 플라스마의 네 가지가 있어. 고체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단단히 결합한 상태야. 그래서 튼튼하고 모양이 잘 흩어지지 않지. 물과 같은 액체는 원자들이 고체보다 느슨하게 결합했기 때문에 그릇 안에서 잘 움직이지. 증기 같은 기체는 원자들이 떠다니는 불안정한 상태를 이루고 있어. 그렇지만, 원자 내부는 여전히 단단하게 뭉쳐져 있는 상태야. 


그런데, 플라스마 상태란 원자 내부의 핵과 전자의 연결이 끊어져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를 말해. 원자 내부에 있는 핵과 전자는 단단한 힘으로 서로 묶여 있어. 이런 상태로는 원자핵과 원자핵을 뭉칠 방법이 없어. 일단 핵과 전자를 서로 갈라놓아야 해. 그 후 강하게 반발하는 (+)전하의 양성자와 양성자를 합쳐야 해. 핵의 양성자와 양성자 핵을 고속으로 충돌시킬 길이 열리는 거야. 그래서 핵융합에 성공하려면 원자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이쯤 되면 비전공자들은 머리가 복잡해질 거야. 일단 이 내용은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할게. 어쨌든 과학자들은 원자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드는 토카막(tokamak)을 개발했어. 토카막(tokamak)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 즉 높은 온도와 고압으로 핵을 플라스마로 만드는 도넛형 장비를 말해. 토카막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생산되는 에너지보다 커다는 게 문제야. 한마디로 아직은 효율적이지 않아서 상용화까지는 먼 길이 남았어. 우리나라는 2025년에 토카막을 300초 운행하는 것으로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해. 


태양의 핵융합

핵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이해하려면, 질량보존의 법칙과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을 이해해야 해. 자세한 내용을 유튜브나 챗GPT에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테니 생략할게. 어쨌든 아인슈타인의 그 유망한 질량-에너지 등가의 방정식을 언급할 거야. 이게 없으면 핵융합 에너지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야. 


태양은 주로 수소와 헬륨로 이루어져 있어. 그 중 수소가 74%, 헬륨이 24% 정도 차지하지. 태양 내부에서는 이 수소 원자 넷이 합쳐져 헬륨 원자 하나를 만들면서 굉장한 양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 태양은 1초에 거의 6억 톤 가량의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빛과 열을 방출하는 거야. 이때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에너지가 태양계로 전체로 뻗어나가지. 



수소는 기본적으로 양성자 한 개와 전자 한 개로 이루어진 원자야. 그런데 수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 예를 들어, 수소의 핵에 중성자가 한 개 추가된 것을 '중수소'라고 하고, 중성자가 두 개 추가된 것을 '삼중수소'라고 해. 이런 수소의 변형들을 '동위원소'라고 부르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같은 원소지만 중성자 수만 다른 구성을 가진 친척들이라고 보면 돼. 실제 핵융합 과정에서는 이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중요하게 사용되는 거야. 


위의 그림은 플라스마 상태에 있는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들이 고속으로 충돌하는 장면이야. 두 개의 원자핵이 충돌하고 하면, 헬륨 원자 하나가 만들어지고 중성자 하나가 탈출해. 자, 여기서 전체 질량의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볼게. 


먼저 핵융합 전의 총질량부터 볼게. 

중수소의 질량은 약 ~2.014u

삼중수소의 질량은 3.016u

둘을 합하면 2.014u+3.016u=5.030u


핵융합 후 헬륨과 중성자의 질량을 합하며 아래와 같아. 

헬륨 약 ~4.002 u

중성자 약 ~1.009 u

둘을 합하면 4.002u+1.009u=5.011u


핵융합 전후의 질량에는 차이가 있어. 그 크기를 질량 결손이라고 하는데 값은 다음과 같아. 

5.030u−5.011u=0.019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과정에서 0.019u의 질량이 사라졌어. 헬륨에도 중성자에도 없어. 이건 질량보존의 법칙에 안 맞는 말이야. 그럼 줄어든 질량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태양의 산고가 만든 아름다운 빛

여기에 대해 답을 준 사람이 바로 아인슈타인이야. 그는 감소한 만큼의 질량이 에너지를 만든다는 질량-에너지 등가의 방정식, ‘E=mc²(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빛의 속도)’을 발표했어. 이 방정식을 통해 사람들은 사라진 질량(m)에다가 빛의 속도(c)의 제곱을 곱한 값의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았어. 빛의 속도가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이니, 이것의 제곱을 곱한다고 생각해 봐.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크기는 무시무시한 거야. 


자, 다시 정리해 보자. 태양 내부의 수소 원자는 플라스마 상태야. 전자와 분리된 핵이 빠르게 움직이는 조건이 충족돼 있어. 태양 내부의 엄청난 압력으로 초고속으로 충돌한 핵은 융합해. 이 과정에서 감소하는 질량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빛을 만들어. 실제로 태양 내부에서는 1초에 약 5억 9천7백만 톤의 수소가 5억 9천3백만 톤의 헬륨으로 바뀐다고 해. 거기서 손실되는 400만 톤의 질량은 빛의 속도에 제곱을 곱한 크기의 에너지를 만드는 거야. 


이렇게 탄생한 에너지는 빛이 되어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지. 태양 내부의 핵융합으로 발생한 빛은 8분 뒤면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도착해. 대기권으로 들어온 가시광선은 공기 분자와 충돌하고 산란하면서 파란 하늘을 만들지. 해 질 녘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도 바로 태양의 핵융합이 만든 빛이야.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의 산고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빛의 축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 아직은 빛의 아름다운 여정에 인공 태양이 함께하지 못해 아쉽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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