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파티
2시 30 분
애들이 왜 이리 늦냐고 남편이 짜증을 낸다. 자기가 3시까지 오라고 했잖아라고 말하니 그래도 일찍 와야지. 하며 씩씩댄다.
아파트 상자 텃밭에 키운 야채로, 생태공원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기로 했다. 겨자 쑥갓 상추 당귀 갖가지 야채가 있다. 손으로 따야 하는지 가위를 써야 하는지 야채를 처음 키우는 남편도 나도 모른다. 막내가 3시 반쯤 도착한다고 해서 가위와 바구니를 들고 남편의 짜증을 피해 내려간다.
아빠 화났지 하며 불안해하는 막내에게 결국은 약속을 지켜야지 하며 한마디를 한다. 오늘부터 5일 자고 간다고 했는데 막내가 생리통으로 힘들다고 오늘 간다니 남편의 서운함이 화로 나타난다. 동아리 영화조감독에 남자친구도 있는데 아빠는 자기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꾸 자고 가기만 바란다고 울먹인다. 산책을 하며 아빠 눈치 보는 막내에게 말한다. 너 인생의 주인은 너다. 네 상황 봐서 네가 결정해야 한다. 아빠에게 모든 걸 맞출 수는 없다. 너 스케줄 대로 움직이고 아빠도 챙기라고 말했다. 남편 몰래.
생태공원 취사존은 주차장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가 많다. 아기가 예뻐서 가까이 가니 앙~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남의 유모차를 자세히 보고 아기들을 사랑스레 보게 된다. 손자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준비해 온 삼겹살을 사위 둘이 굽는다. 버섯과 마늘도 곁들여 굽는다. 딸이 가져온 떡도 먹고 어묵탕도 끓인다. 어묵탕에 청양고추 넣고 얼큰하게 끓이니 고기 먹은 후의 느끼함이 가신다. 후식으로 한라봉 참외 먹는다. 야외에서 온 가족 모여 먹으니 더 맛있다.
산책을 하는 주말 오후가 갖은 색의 웃음으로 가득 찬다. 넓은 벌판과 초록나무들과 색색의 꽃들 덕분에 어디를 봐도 이쁘고 멋스럽다. 핸드폰으로 어디를 눌러대도 사진이 이쁘게 나온다. 새싹 돋는 싱그러움의 매력이다. 거기에 밝은 딸들의 미소와 사랑스러운 눈길의 사위들이 한껏 자연을 돋보이게 한다. 혼자 찍어도 커플로 찍어도 온 가족 찍어도 이쁘다. 웃음이 사랑이 있는 사진이라 다 이쁘다.
집으로 돌아와 사위 둘과 스플렌더 게임을 하고 얼굴 보고 웃으니 막내에 대한 남편의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