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반도체란 무엇인가?
글의 어원을 알면 재미있습니다. 글자의 의미를 더 잘 알수있을 뿐 아니라 옛사람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 (電氣)를 뜻하는 전(電)은 신(神)의 원래 글자인 신(申)에서 나온 말입니다. 신(申)은 갑골문에서 ‘번개’를 뜻합니다. 양전하와 음전하의 마찰로 하늘에서 번쩍하는 빛은 번개를 보고 고대 중국인들은 더 없는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에 제사를 뜻하는 시(示)가 들어가 신(神)으로 변했습니다. 번개는 주로 비가 올 때 나타납니다. 그래서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그린 우(雨)가 더해져 전(電)이라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전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electricity’ 입니다. ‘electricity’ 는 ‘electric’ 의 명사형이고, 이 단어는 라틴어의 electrum에서 유래했습니다. 라틴어의 electrum은 그리스어 elektron에서 왔구요.
그리스어로 elektron은 호박(琥珀)을 뜻합니다. 먹는 호박이 아닌 보석 호박이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송진등과 같은 나무 기름이 땅속에서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만들어진 호박(琥珀)을 문지르면 정전기가 생긴다는 관찰을 통해 호박에서 ‘전기’라는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물체를 문질렀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와 같은 마찰전기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 입니다. 탈레스(Thales)는 나무의 진이 화석화되 만들어지는 보석인 호박을 양가죽으로 문지르면 작은 물체를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탈레스는 흔히 ‘철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주장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우리에게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는 주장은 얼토당토 하지않는 말로 들립니다. 아마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만물의 근원은 전자’라고 주장했겠지요.
그런데 그가 철학의 아버지가 된 이유가 뜻밖에도 이 말에 있었습니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여러 사물과 변화를 넘어 세계는 과연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에 답하는 본질적인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텔레스의 주장과 발견은 일상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에 기인합니다. 그는 가능한 한 세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만물의 근본 원리를 찾기 위해 ‘철학적 사고’ 를 했습니다.
심지어 우주의 이치를 알기 위해 하늘을 보며 걷다가 자기 발밑의 웅덩이를 보지 못해 넘어져 하녀로부터 “우주의 이치를 탐구한다는 분이 발 밑의 웅덩이도 못 보다니요!” 라는 비웃음도 샀습니다.
발밑의 웅덩이도 보지 못했던 탈레스처럼 철학자란 일상의 세세한 일에는 어수룩하고 둔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철학자는 인생과 세상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성찰합니다. 자신의 존재와 실존의 고민을 통해 타인을 이해합니다.
대학에 떨어진 후 ‘공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철학은 멘토가 됩니다.
첫사랑에 실패하여 눈물 흘리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부지 질문에도 답을 줍니다.
치매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 앞에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고 흐느껴도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설악산 봉정암 새벽녁 밤 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며 ‘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지?’ 라는 호기심에도 답을 하지요.
먼 옛날 그리스의 철학자가 발견한 마찰전기가 오늘날에는 우리 삶 속에 신처럼 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특이점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도래가 머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삶에서 전기가 신의 경지에 오른 것처럼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신의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미래의 신인 인공지능이 ‘ 너희들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 라는 섬뜩한 질문에 여러분은 어떤 철학적 대답을 내놓으시겠습니까?
이 시대에도 철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