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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gane Oct 26. 2021

인문학적 반도체_1.반도체 정의(4)_헐크와 스님

1장.반도체란 무엇인가?


◆ 인문학적 반도체_헐크와 스님


과학자인 브르스 배너는 화가 나면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헐크로 변합니다. 영화에서는 슈퍼히어로 중 한 명으로 그려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하고 불완전한 히어로이지요. 헐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닮고 싶어 하지는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화가 나면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화란 무엇인가요? 일묵 스님은 ‘화는 대상을 싫어하는 특성이 있는 모든 마음’으로 정의합니다.

그래서 화는 분노, 짜증, 슬픔, 허무, 우울, 공포, 불안, 악의, 절망, 스트레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화를 내면 헐크같이 몸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불만족한 마음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화가 났는지 알려면 몸이 녹색으로 변하고 바지가 찢어졌나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현재 마음이 슬픈지, 무서운지, 불편한지를 알아차려야 하는 것입니다.


화의 원인은 탐, 진, 치 (貪瞋癡)라고 불리는 3독 (三毒)에서 옵니다. 즉 화의 원인은 탐욕이며 탐욕의 원인은 어리석음입니다. 화의 뿌리인 어리석음은 지혜의 칼날로 끊어버려야 합니다.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신 어느 날, 한 브라만이 와서 붓다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며 길길이 화를 내었습니다. 붓다를 향해 한참 욕을 하다가 제풀에 잠잠해진 브라만에게 붓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브라만이여, 그대의 집에 가끔 손님이 방문하면 그대는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할 것이다.”

“물론이다. 고타마여.”

“브라만이여, 그때 그 손님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 음식은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

“그야 나의 것이 되겠지.”


그러자 붓다께서 조용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브라만이여, 그대는 지금 나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지만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 욕설은 그대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브라만이여, 주인이 대접했는데도 손님이 식사를 하지 않은 것과 같이 그대의 욕설을 나는 받지 않고 그대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렇듯 화가 난 상대방에게 같이 화를 내거나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지혜로써 벗어나야 합니다.


화를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화의 원인을 알았으니 원인을 제거하면 됩니다.

비트코인에 영끌하여 벼락부자가 되고자 하는 과도한 욕심(탐)이나,

자식이 공부는 안 하고 허구한 날 게임만 해서 속이 터져 불같이 화를 내거나(진),

세상은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음(치)을 없애면 됩니다.


결국은 지혜를 계발해야 하는데  지혜를 증득하기 위한 구체적 수행법 3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는 명상입니다.

화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명상의 종류도 호흡명상, 걷기 명상, 사마타와 위빠사나 등 많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은 호흡명상입니다.

호흡명상의 자세는 이렇습니다.

허리를 곧추세워 앉습니다. 가부좌를 틀어 앉으면 좋으나 어려우면 한 다리만 포개 앉는 반가부좌 자세도 됩니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손을 가부좌한 다리 위에 살며시 내려놓습니다.

호흡명상을 하는 장소는 가급적 조용하고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인 자신의 방이 좋습니다.

호흡명상을 하는 시간은 10분에서 30분 사이면 좋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흡명상을 하는 방법은 입은 다문채로 숨이 코끝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자연스럽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다 보면 얼마 안가 호흡을 놓치고 별별 다른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이때 자신이 호흡을 놓쳤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다시 자신의 코끝의  들숨, 날숨으로 돌아옵니다.

또 놓치면 또 돌아오고 또 놓치면 또 돌아옵니다.

호흡을 잘해야겠다고 애쓰지도 말고 편안한 가운데 오직 자신의 코끝에서 일어나는 호흡만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호흡명상은 매일 습관을 들이면 개들도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수행법이지만 화를 누그러뜨리는데 가장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두 번째자애송(The Chant of Metta) 낭송입니다. 자애송은 사무량심(四無量心)에 기초한

노래(Song)입니다.

불교에서 사무량심이란 모든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고 괴로움과 미혹을 없애주는 자(慈)·비(悲)·희(喜)·사(捨)의 네 가지 고귀한 마음을 뜻합니다.


사무량심의 첫째는 자무량심(慈無量心)으로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인 ‘자애’를 뜻합니다.


둘째는 비무량심(悲無量心)으로 주위에 고통받는 존재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고, 나아가 그 고통을 덜어 주고자 하는 마음인 ‘연민’을 뜻합니다.


셋째는 희무량심(喜無量心)으로 고통받는 존재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만족하고 행복해할 때 ‘함께 기뻐함’을 뜻합니다.


마지막 사무량심(捨無量心)은 차별하는 마음을 버리고(捨)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보며, 자신의 공덕에 집착하거나 싫어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평온’한 마음을 의미합니다.


자애송은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자신과 이웃들을 돌보는 부처님의 소중한 노래입니다.


내가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내가 악의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내가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내가 자신의 행복을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나의 부모님
스승들과 친척들, 친구들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이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악의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이 사원에 있는 모든 수행자들이
증오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악의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자애송도 매일 아침이나 자기 전에 낭송하면 좋습니다.


저의 경우 화가 일어날 때 자애송을 세문장으로 축약하여

‘내가 몸과 마음의 과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이 악의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를 속으로 되풀이하면 화가 사라지는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달리기입니다.

머리속이 복잡할 때 한바탕 달리고 나면 속이 시원한 경험을 해보신 적 있으신지요?


달리기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원초적 행동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압축한다면 우리는 23시간 40분까지 사냥하고 과일이나 열매를 따먹는 수렵 채집 생활을 했습니다.

산업화가 된 것은 23시 59분 40초.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것은 자정에서 1초 전 일입니다.

우리의 뇌는 아직까지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에 살고 있습니다.

 사냥을 하기 위해 달리는 행동은 곧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고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달릴 때마다 뇌에서 엔돌핀이라는 보상 물질을 내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손가락 터치 하나로 배민에서 음식을 배달해 편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우리 뇌와 몸은 석기시대에 맞춰져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뇌는 불안과 공포를 느낍니다. 달릴 때마다 화가 소멸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달리기는 특히 우울이나 불안을 감소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에 달리기를 권유합니다.


그럼  달리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상할 때도 허리를 곧추세워야 하지만 달리기를 할 때도 허리를 곧게 유지해야 합니다.

마치 머리 위에 끈이 달려 있어 허리가 곧추세워졌다고 상상하며 뛰는 것이 좋습니다.

시선은 전방 30m 정도를 주시하며 가슴은 활짝 펴 숨을 충분히 들이마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손은 달걀을 쥔 것처럼 가볍게 말아 쥐고 팔을 90도 정도 구부려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듭니다.

무릎 궤도는 일직선이 되게 하고 발이 착지할 때는 뒤꿈치로 할 수도 발전체로 할 수도 앞꿈치로 할 수도 있는데 자신이 편한 착지법으로 하면 됩니다.

호흡도 코만 사용해도 되고 입만 사용해도 되고 둘 다를 사용해도 됩니다.


달리는 속도도 자신이 원하는 속도로 천천히 달려도 되고 빨리 달려도 되고 빨리 달렸다 느리게 달렸다 해도 됩니다. 건강상 큰 문제가 없다면 주 3회 30분 이상, 거리로는 5km 이상 달리는 것을 권장합니다.


달리는 장소는 한강변이나 둘레길이 좋으며 없으면 근처 공원도 괜찮습니다. 언덕이 있는 장소면 금상첨화고요.


달리기는 화나 불안, 우울을 잠재울 뿐 아니라 주의력, 창의력, 기억력 등 우리의 인지 능력을 향상하는 마법의 운동입니다. 즉 달리면 몸도 좋아지지만 마음도 편안해지고 머리도 똑똑해집니다.


명상이나 자애송 낭송이 어렵다면 당장 운동화를 신고 원하는 속도로 기분 좋을 만큼 달리십시오.


화는 당신의 속도를 절대 따라올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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