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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다 Oct 17. 2023

Epilogue

육아 회색지대 인터뷰를 마치며 

인터뷰 대상자를 찾는 것부터,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 인터뷰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그 모든 과정이 설레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과 육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시선을 담아내면서 그중 나에게 어울리는 혹은 내가 찾고 싶은 답을 얻게 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만 인터뷰를 마친 지금의 시점에도 저는 여전히 일과 육아를 두고 매일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찾고자 했던 답보다 값지게 얻은 깨달음은 일과 육아를 해내는 많은 엄마 아빠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그 자체로서 얼마나 의미 있고 가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비슷하게 고민하지만 다 다르게 느끼기도 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방식 역시 각각이었습니다. 일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육아에 대해 느끼는 피로도도 달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얼마만큼의 위치를 누릴 것인지, 사회구성원으로서 평범의 기준이 되는 집단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하는 것도 각자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연과 이유들이 그 삶 안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기에 감히 평가하거나 선호를 가릴 수도 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한계와 위치를 인식하고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애쓰며 살아내는 각자의 일상들이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저는 일과 육아를 키워드로 어떠한 고민이나 갈등이 생길 때면, 이 인터뷰에 담긴 여러 삶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저의 방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용기 있는 선택에 믿음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방황이 어떤 것이든 그 선택이 무엇이든 저만의 의미와 가치를 그려갈 테니까요. 


 출산을 할지 말지, 아이를 두고 직장으로 복귀할지 말지,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둘지 말지를 고민하는 모든 육아회색지대에 놓인 분들께도 그저 우린 오늘의 주어진 삶을 겪어내고 있는 중일뿐이라는 뻔한 말로 심심한 위로를 건네어봅니다. 더불어 우리의 고민과 방황의 시간이 그저 흘러가는 많은 시간들 중 하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도 함께 전합니다.  

 

 사랑하는 아이와의 시간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있음을 알아주고,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나의 자랑스러운 순간들을 추억하고, 일과 육아를 둘 다 잘 해낼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다시금 나의 욕망과 주어진 자원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민과 방황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붙잡은 순간들이 비로소 삶의 의미가 되고 가치로 자리 잡을 테니까요.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나누어주신 15명의 인터뷰이들과 매회 인터뷰를 글로 정리하는 동안 육아를 맡아준 제 파트너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육아회색지대 인터뷰집을 마무리 지어볼까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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