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면 못 봤을 세상

: 무서워하지 말고 뛰어들어봐! 함께 가자!

by 박세미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2020)

글: 리처드 T. 모리스, 그림: 르웬 팜, 옮김: 이상희(소원나무)




북유럽 어느 산속을 배경으로 한 곰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며 표지를 열고 들어서면 표정이 귀여운 등장인물들과 역동적인 그림으로 놀이기구 하나를 정신없이 타고 내린 듯한 기분을 느끼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아이들은 웃다가 끝나고, 어른들은 재미를 넘어 용기까지 얻을 수도 있다. 특히, 혼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두려운 어른들에게 힘이 될 그림책 같다. 행동하지 못하고 제자리만 빙빙 돌면서 무엇인가를 망설이고 있다면 이 그림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흘러가는 강의 모습이 궁금했던 한 마리의 곰은 강에 뛰어들지 않고 흘러가는 강을 그저 바라보며 따라 걸었다. 그러다 부러진 나무 위에 올라서서 강물을 만져보려던 곰은 물에 빠지고 말았다. 바라만 보던 강을 만져보는 데는 곰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물에 빠질 것은 예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곰은 당황스러웠지만, 개구리를 만나면서 함께 강을 떠내려가는 모험이 시작되었다.



곰과 개구리는 거북이, 비버, 너구리, 오리를 차례대로 만나게 된다. 이 그림책에는 그림 한 모퉁이에 다음에 등장할 인물을 숨겨두어 찾는 재미가 있다. 이들은 부러진 나무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 모른 채로 그 강을 떠내려갔다. 분할된 그림으로 이들이 흘러가는 모습도 매우 역동적으로 느껴지고, 강의 흐름도 속도감이 느껴진다. 결코 강은 잔잔하지 않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걱정거리에 대한 해답을 모험을 함께 떠나는 다른 동물 친구들의 모습에서 찾게 되었다. 외로운 개구리, 두려움 많은 거북이, 융통성 없는 비버, 조심성 없는 너구리들, 함께 있는 것이 즐거운 오리는 서로 부족한 점을 다른 사람들의 장점으로 채워가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강 위를 두려워하기보다 즐거워하며 함께 흘러갔다.



이들은 어디선가 마주쳤던 내 모습도 있고,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있다. 그래서 그 강의 끝이 어딘지 모르면서 신나게 흘러가는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벼랑 끝에 그들이 섰을 때, 그 아찔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발끝이 간질간질하다.



간질간질한 그 순간 책장을 넘기면 아찔하고 시원하게 벼랑에서 떨어지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폭포 아래가 보이지 않은 채로 서로를 붙들면서 내려가고 있는 모습은 시끄러운 소음이 사라진 조용한 공간 속에 시간이 잠시 멈춰진 것 같다. 이들은 뿔뿔이 흩어지지 않았다. 곰은 개구리를 붙들어주었고, 개구리는 거북이를 붙들어주었다. 거북이는 비버를 붙들어주었다. 비버는 너구리를 잡아주었고, 너구리는 오리를 붙들어주었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떨어졌다.



잠시 뒤 이들은 안전하게 폭포 아래로 내려와 있다. 이들은 시원한 폭포만큼이나 시원하게 웃고 있다. 그들을 보는 나도 어느새 따라 웃고 있다. 안도감이다. 강이 끝날 것 같았지만, 강은 끝나지 않았다. 폭포 위의 강처럼 평안하게 이들이 도착한 곳에서도 다시 강이 시작되는 것처럼 흐르고 있었다. 이들은 그곳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들을 둘러싼 환경은 색깔이 없다. 호기심을 가지고 이들을 쳐다보고 있는 사슴, 토끼, 새들도 색깔이 없고, 이들이 살고 있는 듯한 숲도 색깔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이 시작되던 그 시점에 그 숲도 색깔이 없었다. 친구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면서 곰과 강만이 가지고 있었던 색이 그 친구들과 환경에도 입혀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색을 찾았다.



처음에 곰이 우연히 강에 빠졌지만, 개구리를 만나면서 곰은 어쩔 수 없이 떠내려 간 것이 아니다. 곰은 함께 모험을 떠날 친구가 생겼기 때문에 궁금해하기만 했던 강 위를 따라갈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었지만, 지나온 길에 미련을 두기보다 앞으로 펼쳐질 길을 두려워하기보다 즐기면서 떠날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만 수만 번 그렸다 지웠다 하는 미래는 두려운 마음만을 키울 뿐이다. 그 그림을 꺼내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친구가 함께 한다면 그 용기가 증폭될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부족한 면을 채워 함께 이끌고 나갈 수 있는 면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잊지 말고 자신을 다독여 보자. 누구든 자신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두려움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그런데 극복은 나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될 수 있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 아이의 한 줄 평>

나는 곰 같다. 왜냐하면 나는 강을 따라갔던 곰처럼 호기심이 많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하면 외롭지 않다. 그리고 내가 하지 못하거나 용기를 내지 못한 일을 친구와 하면 잘할 수 있다. 해보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다.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https://youtu.be/5WXCkBtae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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