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연습 #13
친했던 사람과 한 순간에 멀어지고, 멀었던 사람과 뜻하지 않게 가까워지곤 한다.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다. 가까웠던 사람과 멀어졌다는 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좋아요와 뒷담화로 알 수 있다.
아무리 친했던 시람이라도, 나는 상대방이 이렇게 행동하면 더 이상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 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을 때
- 다른 사람에게 내 뒷담화를 하고 다닐 때
정을 나누고, 친했던 사람이라도 이런 모습이 발견되는 순간 그는 이제 나와 무관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최근에 그런 경험이 있다.
나와 정말 친했던 동생이 있다. 그 녀석을 알게 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자주 연락했고, 종종 만났다. 만날 때마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함께 울고 웃었다. 허지만 가족이 아닌 이상에야 매일 만나고, 연락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제약을 페이스북과 카톡으로 넘어섰다. 서로의 글에 무조건 좋아요를 찍어주고, 항상 덧글을 달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 연락이 뜸해졌다. 그럴 수 있다. 서로 바빠서 정신이 없으면 연락을 못할 수도 있지.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나는 그 녀석의 페이스북 글에 빠짐없이 좋아요를 찍어주었다. 덧글도 항상 달아주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어느 날부터 내 글에 좋아요도 찍지 않고, 덧글도 달지 않기 시작했다. 나한테 화가 나거나 서운한 게 있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전까지는 그런 걸 물어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나 그 녀석의 행동이 달라지고부터는 묻기가 꺼려졌다. 내 마음속에 거리감이 생긴 탓이다.
그 녀석의 행동이 변했어도 나는 계속 좋아요를 찍어 주고, 덧글을 달아 주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내 덧글에 답글조차 달지 않았다. 답글 안 다는 게 대수일까. 다른 덧글에는 다 답글을 달고, 내 덧글에만 답글을 달지 않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없었다. 내 반응에만 아무 반응을 하지 않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SNS의 덧글이나 좋아요 기능을 글에 대한 동의나 지지 혹은 친근감이나 친분 표시로 사용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기능과 의미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그저 네 글을 읽었다는 발도장의 의미로 사용한다. 또 어떤 사람은 좋아요를 그 글에 대한 동의로 사용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좋아요를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니 좋아요를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적어도 가까운 사람끼리는 친분 표시로 사용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 녀석은 친분 표시로 사용하던 좋아요를 더 이상 나에게 사용하지 않는다. 우애 표시를 전혀 하지 않으니 나에 대한 그 녀석의 마음이 틀어진 게 분명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는 보통 친한 사람을 뒷담화하지 않는다. 나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절대 친한 사람을 뒷담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 내 앞에서 나와 친한 사람을 뒷담화하면 성을 내거나 변호해준다. 친한 사람이 입방아에 오르는 걸 내가 입방아에 오르는 것과 동일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친한 사람을 뒷담화한다는 건 이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선포한 것과 같다. 물론 뒷담화에도 종류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과 친한 사람을 뒷담화한다고 해서 무조건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규정한 거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 같으면 하지 않을 행동이기에 상대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그 녀석이 내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 녀석과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지만(관계가 틀어진 건지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러기에는 때가 많이 늦은 것 같다. 이제 그 녀석과의 우정은 한때의 추억으로만 남겨두고 싶다.
그 녀석은 나에게 악감정이 없고, 아무 생각도 없는데 나 혼자 오버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런 거면 좋으련만. 그 녀석의 속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전에는 좋아요 찍어주더니 이제는 안 찍어주네. 나한테 무슨 불만 있어?”
라고 묻고 싶지만, 속좁아 보일 것 같아서 차마 묻지 멋하겠다. 그래서 되려 그 녀석이 물어주길 바라며 더 이상 그 녀석의 글에 좋아요를 찍지 않는다. 좋아요를 왜 만들어 가지고...
Key Issues
1.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경우에 따라 친분 표시 역할을 한다.
2. 친한 사이에서 더 이상 좋아요를 찍어주지 않으면 마음이 떠난 게 아닌가 의심해봐야 한다.
3. 우리는 친한 사람을 뒷담화하지 않는다. 친한 사람이 내 뒷담화를 하면 그는 더 이상 친한 사람이 아니리고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