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때부터 목동에서 자란 나는, 결혼을 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나는 예전부터 이곳이 참 좋았다.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단지 길과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좋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울창하게 펼쳐진 나무들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기억 때문인지 언제나 이곳이 그리웠다.
예상 못 했던 인생을 경험하고, 30대 이후에 가정을 다시 이끌고 돌아오니, 나의 아이들은 내가 다녔던 학교를 다닌다. 그리고 내가 늘 그리워했던 인도가 넓고 나무 많은 풍경은 이제 아이들의 삶 속에 있다. 목동에 다시 터를 잡은 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이곳이 좋다고 한다. '아마도 이곳이 주는 안정적인 주거환경과 푸르른 나무들 때문이 아닐까.' 나는 지레짐작만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보통의 날들을 매일 보낸다. 어느 날은 화가 나고 어느 날은 즐겁고.. 다양한 김정선과 일들이 펼쳐지면서 삶이 흘러간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곳의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변해서 나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기도 하고, 꽃내음을 전해주어서 웃음 짓게도 만든다.
어렸을 적 내가 홀대했던 목동에서의 보통의 날들은, 이제 내게 하루하루가 쌓여 소중한 기억이 된다.
나는 이제, 그냥 지나가는 날들이 스스로에게 그 자체로 소중함을 준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이 공간이, 이 순간이, 주는 평범한 것들을 내 식대로 그려놓고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러고는 내게는 조금은 익숙한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하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