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하이델베르크
그가 사는 그곳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장소 같다.
그가 연구하고 있는 하이델베크크 대학교와 그가 러닝을 하는 숲의 사진들을 보내 줄 때면 그런 도시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나는 그 도시와 공간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곳에 꼭 방문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와 이야기하면 느껴지는 소년 같은 느낌은 아마도 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자에게서 저절로 느껴지는 순수함과 여유일 것이다.
그는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점심시간에는 집으로 돌아가 직접 요리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름다운 조깅코스를 따라 조깅을 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연구를 하는 마치 수도자 같고 단순한 일상을 살고 있는데 어쩌면 그런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맑은 기운을 지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교류를 하며 내 세상이 확장되어 간다.
모르던 도시와 장소를 알게 되고
그의 논문과 연구의 성과를 설명 들으며 몰랐던 학문의 분야를 이해하게 된다.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입시를 준비 시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한국의 교육제도와 독일의 교육제도를 비교하게 된다.
나의 지향점과 그의 지향점을 이해하고 나누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서로를 모른다.
일곱 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며 서로의 일상을 살아가며 겨우 둘 다 깨있는 시간 몇 시간 동안 소통하며 서로의 결이 비슷하고 취향이 비슷하단 걸 알고 서로를 이해하지만 사실 그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파편적인 정보에 의한 이해, 그 이해 속에서 서로에게 호감이 더 큰 상황에서 만들어낸 프리즘으로 바라본 이해일뿐이다.
콩깍지는 무해하지만 그 유지 기간이 짧다는 걸 우리는 서로 너무나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고 아름다운 네버랜드에 살고 있는 피터팬을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