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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간 Sieben Stunden

4.카카오, 좋은 회사입니다.

by 언젠가

금요일 밤.

아이가 잠든 후 편안하고 고요한 시간.


조용히 거실로 나와서 밀린 미드를 보거나 읽고 싶던 책을 읽으며 맥주를 한 캔 마시는 그 시간은 일주일치 생활에서 오는 피로와 분주함을 날려준다.

요즘엔 새로운 것이 추가되었다.

독일에 있는 그와의 영상 통화.

한국시간으로 밤 10시 30분. 독일 시간으로는 오후 3시 30분.

카카오 페이스 톡을 켜고

와인 한잔 혹은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우리의 대화는 시작된다.

나를 보고 웃는 그를 보고 웃게 되는 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지만 SK의 통신기술은 끝내준다. 우리 집 와이파이는 모든 촉을 세우고 그와의 연결을 위해 노력해 준다. 카카오 페이스 톡은 순식간에 그를 불러와 그의 모습을 내 눈앞으로 끌어와 준다.

축복받으세요 한국의 통신 기술력.

독일의 통신 상태는 뭐... 그냥 그렇다.

독일은 왜 잘하는가: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의 비밀 (열린 책들, 존 캠프터 지음, 박세연 옮김)

이 책을 보면 독일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이민 수용,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 외교정책, 문화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아주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독일 사회의 체계화된 인식과 시스템을 칭찬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래 그 나라는 성숙하고 부강하구나, 그 국민들의 삶의 질은 만족스럽겠구나 하고 수긍한다.

그런데 통신기술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얼굴이 정지되는 순간도 있고 그의 말이 끊기기도 한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의 비밀에 민간 통신 업체의 통신기술력까지 끝내준다고 언급되면 너무 질투 날 거 같으니까.


좋아하는 책, 음악이야기, 서로의 자녀들 이야기, 그냥 시시껄렁하고 별거 아닌 이야기.

때로는 화면 속의 서로를 응시하기도 한다.

침묵 속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별다른 말이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감정을 어찌 정의할 수 있을까? 또 그걸 명확히 정의한다 해도 그걸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기분이나 느낌은 가변적이다.

빨리 변하고 사라진다.

우린 그걸 아는 사람들이다. 인생에 많은 경험이 있었고 너무 젋지도 너무 늙지도 않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런데 이 고요한 밤.

저 멀리 있는 상대의 눈빛을 읽어내리며 가변적인 감정에 기대보고 마음껏 기쁨을 누린다.

그것만으로 족하다.


카카오 기술력의 축복을 받으며 나의 금요일 밤, 그의 금요일 오후 시간은 점점 깊어간다.




1. 독일은 왜 잘하는가? 성숙하고 부강한 나라의 비밀 (열린책들/ 존 캠프터 지음/ 박세연 옮김)

2. 그가 사용하고 있는 통신사는 winsim. 인터넷은 Vodaf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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