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곱 시간 Sieben Stunden

3.아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by 언젠가

돌싱이 연애를 시작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일까?

고려할 대상이 본인과 상대뿐인 싱글들도 연애를 하며 안정적인 관계가 정착이 되어 미래를 함께 그리기까지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고 여러 걸림돌을 만날 것이다.

연애를 하는 것은 그 어려운 과정을 겪어내는 것이고 그 과정을 통해 가장 큰 소득으로 자신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과 교류하며 기쁨을 느끼고 갈등을 겪으며 슬픔을 느끼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아는 것은 연애의 가장 큰 성과이다. 그러므로 운명 같고 영원할 것 같은 연애를 하더라도, 그게 어느 순간 운명이 아님을 인지하면 관계가 종료되어도 된다. 연애가 끝난 그 후에 자신을 더 명확히 알게 된 자신이 남는다면 실연 역시 아픔이 아닐 것이다.

연애의 끝인 결혼을 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가정을 꾸렸던 파트너와 관계의 종료를 경험했다. 자녀 때문에 살아가려 했으나 그것만 붙들고 사는 인생이 얼마나 공허하고 불행한 것임을 알게된 돌싱은 더더욱 연애의 과정에서 말하는 영원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고 그게 사실 별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서 어떤 돌싱들은 연애에 대한 진입장벽이 더 낮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 같은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한 파트너와 오랜 시간 계약을 맺었지만 그것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걸 이해했기에 이번엔 정말 깨지지 않을 견고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도 조차 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많은 시간 이야기를 한 끝에 그 부분에서는 그와 내가 닮아 있단 것을 알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인연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나는 비관적, 시니컬 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이중성은 그렇게 인연에 대한 비관적인 태도를 유지 하지만 그래도 노력은 게을리하고 싶지 않아서 현실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가 나를 찾아내기 전에 나는 그래서 소개팅을 노력의 과정이라 생각했다. 빗장을 풀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빗장을 잠그고 어디 감히 넘어오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소개팅을 하는 것이 노력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를 알게 되면서 나는 내가 가진 모순점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건 내 노력이 아닌 그의 노력이다. 그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그것이 편안함을 준다.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타인에게서 실제 하는 줄도 모르던 사람에게서 생각과 사고의 과정, 지향점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 과정을 즐기게 된다. 이것도 그의 세심한 노력 때문이다. 내가 빗장이 풀린 지도 모르게 나의 빗장을 푸는 사람. 그것도 아주 멀리서 아주 한정된 시간을 이용한 대화만을 통해 원격으로.

keyword
월, 토 연재
이전 02화일곱 시간 Sieben Stun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