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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간 Sieben Stunden

17.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거란 낙관

by 언젠가



지역의 차이가 아닌 대륙의 차이가 나는 물리적인 거리가 존재하는 교류

성장과정과 배경의 차이

결혼 이후 살아온 과정의 차이

여성에 대한 관점이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따스한 동반자로 여기는 남성

남성에 대한 관점이 기본적으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여성


많은 것들이 다르지만

사실 우리는 많은 것들이 일치한다.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며 양육자, 남성, 학자, 중년의 나이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며 양육자, 여성, 교사, 중년의 나이


아마도 우리 교류에가 압도적인 작용을 하게 한 것은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자 양육자라는 지점일 것이다.


그렇다. 돌아보니 나만 그런게 아니고 이혼이나 사별등 인생의 어떤 변곡점을 겪은 사람은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성 양육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내가 그에게 가장 매력을 느낀 부분은 그 부분이였다. 어떤 변곡점을 겪고 자신의 아이 셋을 양육하고 있는 양육자. 자신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전 배우자나 혹은 또 다른 어떤 여성에게 미루지 않았던 남성.

양육자로의 역할을 잘 수행해서 자녀들을 너무나 성공적으로 키워낸 남성.

이런 사람이라면 그 어떤 일이라도 성실하게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을 품게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인생의 많은 일을 겪고도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거란 낙관을 품고 있는 사람이였다. 그가 하는 애정의 표현은 확고하고 크다.

그와 통화를 하고 있으면 목소리만으로 모든것이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언어적 표현이 이럴진데 아마 직접 만나서 비언어적 표현까지 합해진다면 정말 어마어마 할 것 같단 느낌이든다.


그런데 슬프게도 나는 아직 사랑이 모든것을 이길거란 낙관이 없다. 그의 이런 확고한 표현에도 나는 때론 의문이 들고 의심이 싹튼다. 처음엔 이게 무슨 로맨스 스켐 같은 상황인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외국에 거주하는 의사 혹은 교수 혹은 군인 같이 경계를 풀기 쉬운 직업군이라 하며 외로운 중년의 여성에게 접근하는 잘생긴 남성.

그는 그 지겨운 클리세를 떠올릴 조건을 다 가지고 있었기에 경계를 풀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경계를 풀 만한 시간이 지나고 사람에 대한 검증이 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무언가 두려웠다.


어쩌면 전생이 나에게 준 가장 큰 부정적인 결과가 이것일지도 모른다. 낙관하기 두렵다는 것.

불행히도 나는 그의 확고한 표현들이 좋고 그와 통화를 하면 행복하지만 낙관이 들지 않았다.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가변적인지 알기에. 그 사랑이란 감정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눈을 멀게 하고 객관성을 잃게 한다. 그래서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그 고통이 얼마나 큰것인지 알기에 더욱 두렵다.


그런데 그는 나의 두려움을 이해한다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우리가 얼마나 같은 사람인지. 그래서 우리는 결국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돌아보면 그의 그런 낙관이 참 고마운 일이였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길 것이란 낙관은 사람이 살아가며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며 사랑으로 인한 무수한 좌절과 절망을 겪고 그걸 경계하게 된다. 이 감정은 참 중요하지만 또 위험하다.

사랑이란 말을 품는 순간부터 나이브하게 된다. 이 감정은 경계를 풀게 만들고 사람을 말랑하게 만든다. 그리고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보이게 만드는 프리즘을 끼게 한다.

나는 또 한번 낙관론자가 되어 보려한다.

아주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인생 수업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다쳤던 어린시절 처럼. 전생이 없던 것처럼. 현생만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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