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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남자들(1)
어쩌다 기회가 되어 소개팅을 연속으로 했다.
첫 번째 분과는 일주일정도 연락을 했다. ‘따라 해야지’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뭐 하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저장만 해뒀던 ‘급류’를 읽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고 또 형식적으로 물어본 안부에 러닝 8킬로를 뛰고 와서는 헬스장에 가고 있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별거 아니라는 투의 말에 장벽이 낮아졌는지 책을 4권이나 읽었고, 주 1회 겨우 가던 운동도 3번이나 갔다.
다음에 연락하던 사람은 둥근 세상을 사는 사람이었다. 뭐 하냐는 질문을 하면 영화를 보고 있거나 좋아하는 밴드 노래 들으면서 산책을 하거나 베이스를 칠 거라고 했다. 세상에 무심했지만 자신만의 취향은 확고했다. 한 밴드에 빠져서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조경이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여서 이직을 했었다고 했다. 디저트는 특히 말차류로 먹는다고 했다.
죽어도 못할 직무를 걷어내고 남은 것으로 정한 내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건강을 위해 하는 헬스를 내가 좋아하는 거라고 믿으며 사는 나는 그의 확신이 참 신기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카페에서 말차라떼를 시켰다.
평소 먹지도 않는 말차 음료를 마시며 내가 이렇게까지 주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나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