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에게서 완벽을 기대하지 마세요"

워킹맘 인터뷰 1. 그림책작가 제이를 만나다

by 날필
범인과 비범인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사람

내가 아는 게으른 사람 중 가장 부지런한 사람. 아니아니. 부지런한 사람 중 가장 게으른 사람. 아리송하다. 15년을 알아왔지만 잘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맑게 자신을 비춰보이지만 그가 품은 무궁무진한 세계를 가늠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건 아마 내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일 거라고, 그의 비범함에 경외를 보내려는 찰나 극히 인간적인 면을 불쑥 꺼내보이며 비범인이기를 한사코 거부해왔던 제이. 과연 그는 범인인가 비범인인가. 그 해답은 아래 대화를 따라가며 각자가 찾아보기를.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그림책작가 제이입니다. 2015년 겨울에 첫 책 출간과 첫 아이 출산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하면서 엄마 그리고 작가로 데뷔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네번째 책을 작업하는 중이고요, 여섯 살짜리 아들 하나와 이제 막 안정기에 접어든 뱃속 둘째가 있습니다.


와! 내년에 둘째 출산을 앞두고 계시군요.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사실 기쁜만큼 걱정도 커요. 둘째가 태어나면 당분간은 작품활동이 어려워질테니까요. 둘째 출산 전에 네번째 책을 출간하는 게 요즈음의 최대목표입니다.


데뷔작도 첫 아이 임신 중에 작업하셨다고 들었어요. 주로 임신기간에 아이와 함께 역작을 빚어내시는 것 같습니다. 어쩐지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는데요?

출산이라는 배수진을 쳐놓고 필사의 각오로 임한달까요. 출산이 다가오면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진짜 못 그리겠구나. 첫 아이 때도 출산휴가 기간동안 본격적인 그림작업에 들어가서 예정일에 마지막 장면을 그렸어요. 덕분에 애기랑 책이 거의 동시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죠.


엄마 그리고 그림책작가, 멀리서 보면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인데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분명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책 작가로서의 경력을 이어갈 때 ‘엄마’라는 조건이 주는 고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림책작가 일을 하느라 엄마 역할을 덜하진 않았어요. 엄마로서는 할만큼 했죠. 반대로 엄마라서 그림책 작가 일을 제대로 못해냈냐고 묻는다면...맞아요. 육아로 인해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늘 있어요.

2015년에 첫 작품을 내고, 작년(2019)에 아이를 키우며 두 권의 책을 더 냈는데 사실 결과물이 마냥 뿌듯하지는 않았어요. 그림책 작가로서의 생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할 것 같은 조급함과 아이를 키우며 늘 느껴왔던 시간에 대한 갈급함, 이런 것들에 쫓겨 부랴부랴 내놓은 책 같았거든요.

아이가 없거나 아이가 다 컸거나 해서, 작품에 쏟을 수 있는 역량이나 시간 면에서 훨씬 유리한 작가님들을 보면 부럽죠. 애기가 정말 어릴 때, 특히 태어나서 두돌까지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고 의지만으로는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느꼈어요.


반대로 ‘엄마’이기에 가질 수 있는 그림책 작가로서의 강점은요?

아이를 키우느라 작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불안과 불만은 늘 존재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이가 없었을 때 더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시간이 양껏 주어진다고 해서 작업의 능률이 확 오르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없는 시간을 쪼개서 활용할 때,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이 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엄마로 살기 전에는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됐어요. 세상은 전과 같은데 제 시야가 넓어진거죠.


동감해요. 확실히 아이를 키우며 내가 알던 세계가 다가 아니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아이로 인해 확장된 세계가 작가님의 작품세계에도 반영이 됐나요?

제 그림들에 반영이 됐는지는...글쎄요. 언젠가는 저의 경험들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낼 수도 있겠죠? 아직까지는 작가로서의 역량을 넓히기 위한 소재축적의 기간인 것 같습니다.


'엄마'라서 갖는 강점 하나 더, 주로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비교적 시간안배가 자유로울 것 같아요.

확실히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자유롭죠. 내 시간을 내가 확보한만큼 오롯이 작업에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엄마로서 병행하기에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이가 여섯 살이면 한창 관심을 갈구할 때인데요, 엄마의 작업에 협조적인 편인가요?

전혀요. 아이가 있을 때는 작업을 못해요. 엄마가 앉아있는 꼴을 못보거든요.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아예 "엄마 내가 올 때까지 할 일 다 끝내놔." 못을 박아버려요. 본인이 귀가하는 순간, 그림일랑 그릴 생각조차 말라는거죠. 아이가 없는 시간에 최대한 작업에 집중해요. 아이가 하원하면 그때부터 빨래 개고 설거지하면서 같이 놀아요.


저는 아이들 없는 시간에 집안일이 자꾸 눈에 들어오던데요. 겨우 집안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아이들 올 시간이 되고요.

집안일을 보고 안 보고는 온전히 나의 의지예요. 안 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돼요. 집안일을 보지 않으려는 저의 의지가 어느 정도냐 하면, 아침에 밥을 먹고 나서 김치통도 안 닫고 작업방에 들어가요. 애가 올 때가 돼서야 나와보면 김치통이 열려있잖아요. 세상에, 내가 김치통도 안 닫았네 하면서 김치통만 닫아놓고 애를 데리러 가요. 안 보면 돼요. 정말로요. 안 보인다, 하면 안 보여요.


소중한 팁 감사합니다. '안 보인다'를 되새기면서 다음 질문 이어갈게요. 그렇게 소중히 확보한 작업시간으로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대략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나요?

보통은 기획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더미북(가제본 형태의 책)부터 시작, 6개월 정도의 기간을 거쳐 출간이 되는데요. 중간중간 출판사와 조율하는 시간들을 제외하고 그림 그린 기간만 생각하면 두세달 정도 걸린 것 같네요. 그림 스타일에 따라 작업에 소요하는 시간이 달라져서 정확히 얼마가 걸린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기획? 더미북? 그림책 작업의 용어와 순서를 대략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기획 단계에서 주제와 스토리라인을 잡고 나면 썸네일 작업에 들어가요. 썸네일은 미리보기 또는 축소판이라고 생각하시면 얼추 비슷합니다. 대략적인 장면구성과 흐름을 만드는 토대가 되구요. 다음으로 러프스케치를 통해 각 장면을 구상해요. 러프스케치로 더미북을 만들어서 전체 흐름과 분량을 검토하기도 하고요. 그러고 나면 본격적인 밑그림 작업에 들어가요. 이때부터는 책에 들어갈 원화를 그리는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이죠. 채색까지 마친 원화들로 더미북을 만듭니다. 이 더미북을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출판사에 투고함으로써 출간으로 이어져요. 출판사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더미북과 완성작이 많이 달라지기도 한답니다.


조심스러운 말씀이지만 데뷔작은 작품의 깊이나 섬세함에 비해 아쉬운 결과를 남겼잖아요. 상심하진 않으셨나요?

딱히 상심하지 않았어요. 첫 책이 나오고 얼마 안 되어 아기를 낳다보니 정신이 없기도 했고, 첫 책이라 출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좋았거든요. 판매지수로만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출판사나 독자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은 작품이고, 다음 작품을 위한 기회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만족합니다.

사실 모든 책을 내고 나서 다 조금씩 상심을 하게 돼요. 매번 이 책이 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기획하니까요.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객관적으로 다시 봤을 때 오는 부끄러움과 현타가 어쩌면 상심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량할지언정 작가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대들이 동기가 되어 작품이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회화 전공에서 그림책 작가로 전향하셨어요. 왜, 어떻게, 그림책작가가 되셨나요?

작가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심오한 예술세계보다는 대중과 소통하는 작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 중에서도 책이라는 매체가 갖는 물성이 좋았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힐스(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현재 없어짐)에 입학해서 2년을 공부했죠. 졸업을 앞두고 졸업전시에 출품할 더미북을 완성해야 했는데 전시 2주를 남겨두고 포기했어요. 겨우 이야기의 얼개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초반 4장의 그림이 전부였던지라 책을 만들 정도의 분량이 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졸업전시 리플렛에는 그 4장의 그림들 중 한 컷이 실렸고 리플렛에 실린 제 그림과 전화번호, 이메일주소를 보고 세 곳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죠.


와우. 단 한 컷의 그림으로 동시에 세 곳에서 러브콜을 받으신 건가요?

놉. 아니에요.

첫번째 출판사는 계약을 보류한 상태에서 디렉팅을 제안하셨어요. 책이 출간된다는 기약이 없어서 무산됐죠.

두번째 출판사는 미팅제안이 와서 미팅까지 가졌지만 이후로 감감무소식이었고요.

가장 적극적이었던 세번째 출판사와 2010년에 계약을 했고, 2015년에 첫 책이 나왔어요.


2010년에 계약을 했는데 2015년에 책이 나왔다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반응을 보니 제대로 들으셨어요. 당시 업계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기획과 몇 개의 그림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일단 계약을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작가와 출판사가 의논하며 책을 만들어가던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또, 그림책 출간이 바로 생계유지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지 않는 이상 출간으로 벌어들이는 계약금과 인세는 소소한 수준이에요. 이런 환경에서 그림책 작업보다는 본업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제 입장을, 출판사에서 이해해주셨던 거죠.


책을 낸다고 "고생 끝, 행복 시작"이 아니군요. 인세와 계약금은 어느 정도인가요?

업계표준으로 말씀드리면 인세는 10프로예요. 쉽게 말해 만원짜리 책 한권이 팔리면 작가에게는 천 원이 떨어지는 거죠.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를 땐 계약 시에 정한 비율만큼 인세를 나눠갖게 되는 거구요.

계약금 같은 경우엔, 인세와 아예 상관없이 순수 계약금을 지급하는 출판사들은 정말 드물어요. 보통은 계약금조로 1-2백만원 정도의 선인세를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에요.


선인세라면 인세를 미리 받는다는 거죠? 선인세를 받게 되면 추후에 책이 많이 팔렸을 경우에도 추가로 인세를 받을 수 없는 건가요?

많은 분들이 선인세와 매절을 혼동하시는데요, 지금 말씀하신 건 매절 방식의 계약내용이에요. 매절로 계약을 하게 되면 판매부수와 상관없이 4-5백만원 정도의 고정급을 받아요. 대부분 어린이그림책 시장에서는 1쇄 찍고 정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절 방식이 작가에게 유리할 수도 있죠. 판매부수가 적어도 목돈이 보장되니까요. 대신 책이 아무리 잘 팔려도 추가인세는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고요.

선인세 방식은 미리 계약금조로 선인세를 받은 뒤에, 판매로 발생한 인세가 선인세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추가로 인세를 지급받는 방식이에요. 보통 1년 단위로 정산하기 때문에, 2쇄 3쇄까지 찍는다면 12월에 소확행을 기대해볼 수 있죠.


출간 외 수입은 없나요? 그림책작가가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수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림책작가로만 활동하면서 생계를 잇기는 힘들어요. 저 같은 경우엔 수입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다보니까 해마다 조금씩 들어오는 인세, 내 책이 IPTV콘텐츠로 들어갈 때 받는 저작권료, 해외로 수출될 때 받는 판권료 등등 생각지 못하게 발생하는 수입이 꽤 쏠쏠했어요.

이외에도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그림책 관련 강연을 진행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첵제목이 "파란부채 빨간부채"라면 <"파란부채 빨간부채"작가 제이와 함께 부채 만들기>, 이런 강연인 듯 강연아닌 강연같은 행사진행(?)이 가능해요. 아직 대작가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행사죠. 대작가님들은 성인 대상의 작가강연을 주로 하세요. 하지만 저는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아기자기한 작가강연 환영합니다. 네, 저는 대작가가 아니니까요.


대작가님 되시는 날까지 화이팅입니다. 다시 출간 얘기로 돌아가서요, 요즘도 몇 장의 그림으로 계약을 하고 5년 후에 출간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예전에는 신인작가들도 썸네일과 줄거리만으로 투고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요즘은 그림책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림책 작가 양성 프로그램도 다양해졌고, 자연스럽게 작가들의 역량도 높아졌고요. 신인작가들도 90퍼센트 이상 완성된 더미북을 만들어와요. 더미북을 보고 출판사에서 출간을 결정하고, 여기에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내놓는 디렉팅 출판이 대세예요. 이대로 출판해도 되겠다는 퀄리티가 나와야 하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분들은 혼자 힘으로는 힘들고 수업을 듣는 게 필요하죠. 그게 어렵다면 한 두장만으로도 어떤 책이 될지 가늠할 수 있도록 완성도 있게 그려서 (출판사에) 들이대는 편이 좋겠죠.


작가님은 엄마가 되기 전에 그림책작가의 길을 닦아두셨네요. 부럽습니다. 이미 엄마가 된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그림책작가의 꿈에 다가설 수 있을까요?

일단, 글작가와 그림작가를 나눠 생각해볼 수 있어요.


- 글작가

그림책에서는 글과 그림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재미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글작가라고 해서 글만 쓰면 되는 게 아니에요. 머릿속에 장면을 구상하면서 글을 배치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그림책을 많이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되겠죠.

글작가의 의도를 온전히 담아내려면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작업하는 게 좋지만 직접 그릴 수 없다면 그림작가를 물색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주변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관련 직종의 지인, 출판업계 종사자들을 최대한 활용하세요.

이도저도 없다면 기성그림작가에게 본인의 글을 보내봐도 좋아요. 그림책 앞장에 보면 작가의 이메일/SNS주소를 적어두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또 그림책 전시회에서도 작가들의 이메일이 적힌 명함을 비치해 두거든요. 한마디로 생판 모르는 기성작가에게 비벼보는 건데요.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지금이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예요. 되면 좋은거고, 안 되면 지금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이니까요. 출판사에 투고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어차피 그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잖아요. 아무것도 아닐 때만 허락되는 기회를 잡으세요.


- 그림작가

1) 그림책 모작 - 혼자 공부하기

그림작가는 바탕(그림실력)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과 없는 분들로 나눌 수 있는데요. 그림에 자신이 없는 초보라면 요즘 나오는 좋은 그림책들이나 고전 스테디셀러들을 따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전체 한권을 모두 썸네일 수준으로 그려보면서 장면구성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살펴보세요. 구도와 장치를 이해할 수 있게끔요. 특히 백희나 작가님처럼 장면연출이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을 썸네일로 모작하다보면 장면연출의 감을 익힐 수 있어요. 또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세밀하게 모사해 보는 것도 그림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아카데미 - 함께 공부하기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할 때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요즘은 일반인 대상의 그림책 수업이 다양하게 기획되고 있어요. 일러스트 학원이나 상상마당에서 하는 그림책 워크숍, 그 외 독립서점에서도 그림책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프리랜서 편집자와 함께 더미북 만들기 같은 워크숍들도 있어요.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서울에 편중되어 있고, 저녁시간에 편성되어 있다는 거예요. 퇴근 후 직장인이라면 몰라도 애 키우는 엄마들은 참여하기 힘든 조건이죠.

한번은 정말 참여하고 싶었던 워크숍이 있었어요. 마침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오전 시간에 진행하는 워크숍이었어요. 그런 워크숍은 정말 드물거든요. 알고보니 워크숍을 주최한 편집자가 애기엄마시더라구요. 애기엄마가 주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기엄마에게 최적화된 시간대를 고르게 된거죠. 이런 워크샵을 잘 활용하시기를 권해요. 아무래도 혼자서는 집안일과 육아에 치여서 의지를 잡고 가기 어렵잖아요. 정해진 만남이 있으면 숙제와 마감일이 생기는 셈이니까 동기부여와 목표달성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3) 도서관 활용하기

사실 워크숍이니 아카데미니 하는 것들은 일단 참여하면 본격적으로 올인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이에요. 책 한 권을 내기 위해 1년 과정을 목표로 달리는 게 보통이다 보니 엄마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기엔 무리가 있어요.

완전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성인 대상의 그림책 만들기 수업인데요, 아무래도 전문 워크숍들에 비해 아주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더미북 만드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도 종종 있어요. 도서관에서 다양한 그림책들을 많이 보면서 감을 익혀가는 것 또한 무척 중요합니다. 엄마들은 필연적으로 아이에게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게 되니까요, 엄마로서 그림책 작가를 지망할 때 유리하다면 유리한 점이죠.


그림책작가를 꿈꾸는 엄마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냥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정작 시작을 못해요. 그러면서도 한번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으면 그 열망을 놓지 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게 되잖아요. 그럴 때 그냥 해버리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 내 한계를 받아들여요.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도 결과물이 구리면 구리다고 인정해버려요. 그리고 또 해보는 거죠. 지금의 나를 발전시키고 발전시키는 마음가짐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내 안에서 뿅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어요. 누구라도요.



* 본 인터뷰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2화 예고 : 그래픽 디자이너 H를 만나다 (1월 8일 발행예정)


워킹맘 인터뷰 신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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