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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Nov 28. 2022

사랑받고 싶은 욕망과 거짓말의 관계

[친밀한 이방인]_정한아


1. 책 소개


소설의 화자인 '나'는

소설가이지만 7년째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남들의 눈이 두려워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척하고,

뒤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지만,

동시에 온전한 가정을 유지하는 듯 보이도록 연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자신의 소설 일부를 맞닥린다.


거기에는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이를 통해 작성자인 '진'과 연락을 하고,

당황스러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6개월 전 실종된 '' 남편은,

자신의 직업이 소설가라고 했고,

자신이 이 책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는 것.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애초에 소설가 아니었으며

심지어, ''의 남편은 남자도 아니었다.



그의 본명은 '이유미'.

이 책의 주인공이다.


'진'과 결혼하기 전,

세 명의 남자와 결혼한 전력이 있는 여자였다.


때로 그녀는 부유한 집안의 철없는 딸이었고,

때로는 좋은 대학 출신의 음악 강사였으며

고급 실버타운의 의료 스태프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그녀의 꾸며낸 거짓말이었다.

거짓이 드러날 때 즈음, 그녀는 다른 곳으로 숨어들어

새로운 이름과 직업으로 살아가고는 했다.


"베토벤 소나타 24번은 '테레제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곡이에요.

교수님은 그 곡의 주인공인 테레제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우아한 선율에 걸맞은 아름다움과 생기를 지닌 여자, 모두가 꿈꾸었던 여자 말이에요.(중략)

처음으로, 피아노를 치면서 나 자신을 잊을 수가 있었어요. 그건 정말 근사한 기분이었죠."

p.121


'나'는 그런 이유미에게 흥미를 느꼈고, 

삶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나는 거짓말을 하는 기분을 알고 있다.
스스로를 진실에서 배제시키고,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찍고,
어둡고 습한 자기혐오의 늪에 가둘 때 느껴지는
작은 쾌감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이유미에게 관심이 갔던 것이다.
우리가 동종의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나를 그녀에게 이끌었다.

p.237




2. 책 후기



1) 사랑받고 싶은 욕망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더 예쁘게 외모를 꾸미고,

누군가는 더욱 스펙을 다듬는다.


어떤 모양으로든지 간에 더욱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사랑받았던 기억'이 중요하다고 한다.


좋은 성적으로 사랑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성과를 통해 사랑을 받고자 하고,

자신의 외모로 사랑을 받아본 이들은

외모관리에 더욱 열을 올린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했을 때 사랑받아본 사람은 어떠할까.

그 거짓의 중독성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그녀는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고,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맡고 싶었다.

그 불가능해 보이는 욕심이
그녀를 자꾸만 무리한 사칭으로 몰고 갔다.

p.141




2) 첫인상의 법칙 유효기간


심리학 용어 중, '초두효과'라는 말이 있다.

자료의 앞부분에 제시된 항목이 나중에 제시된 것보다

기억도 더 잘 되며 인출도 잘 된다는 뜻이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첫인상이 긍정적일 경우,

다수의 사람들은 뒤에 이어지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반대로, 첫인상이 부정적일 경우,

이를 뒤집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처음 마주하는 사람의 첫인상은

3초~7초면 결정된다고 한다.

여기서 생긴 결과를 복구하기까지는

40시간 이상이 필요하고,


첫인상이 비호감이었을 경우,

이를 호감으로 바꾸기까지는

7~8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외모와 스펙 등을 관리하고,

안될 경우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까지 동원해서

자신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긍정의 첫인상은

기껏해야 1~2년이 한계다.


내면의 알맹이까지

외모의 그것과 마찬가지인 사람이 아니라면, 

이는 조만간 드러나게 된다.


비호감 첫인상이 호감 인상으로 바뀌기까지

7~8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것은,

이것의 역도 성립한다는 의미가 된다.


긍정적인 첫인상을 위한 거짓말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게 아닐까.


물론 외면과 내면(실체)의

어느 정도 크고 작은 차이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차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새로 알게 된 지인이 떠나간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억지로 꾸며낸 것에 

호감을 갖고 온 누군가가 이

나의 실체를 알게 된 뒤에 놀라서 떠나간다면,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생긴 게 반질반질한 게 꼭 새하얀 조약돌 같더군요.

나는 매력적인 사람은 믿지 않아요.
그 안에 뭘 숨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거든요."

p.222





3)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지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찾아보면,

해결책/방법에는 '사랑'이 대다수였다.


담배, 술을 끊게 된 계기가

자신의 사랑하는 어린 딸의 부탁인 경우가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끊거나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거짓말로 사랑받는 경험에 중독된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해결책은 하나뿐일 것이다.

모든 거짓말을 걷어낸 그/그녀의 모습을

온전히 사랑하고 지지해줄 사람을 만나는 것.


'너 왜 그랬어.'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잖아.'


따위의 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불행히도

'이유미'에게 그런 사람은 없었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어머니는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그나마 그녀에게는 언제나 지지할 곳이었던 아버지는

대학생 때 돌아가셨다.


그녀는 언제나 위장하고 있었고,

그럴 때만큼은 곁에 언제나 많은 사람이 있었다.


 '오랜 시간 내가 간절히 바란 것은 오직 하나,
진짜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변장과 거짓말을
실제라고 믿는 정신 착란에 빠지는 것.

그랬다면
이토록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허상이라도 딛고 설 땅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속일 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무대이며 도처의 아름다운 사물들도
결국 소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p.136




3. 드라마와 책의 관계


이 책은 드라마 <안나>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확히 따져보았을 때,
드라마 <안나>는 책 <친밀한 이방인>의 '이유미'의 다양한 일생 중 지극히 일부만 가지고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 <안나>에서와 같이 하나의 거짓말로

과연 그렇게 오래도록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책 <친밀한 이방인>은

길어봐야 2~3년 한 곳에서 거짓 인생을 살다가

들킬듯하거나 들키고 나면 도망친다.


때로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솔직한 모습으로 조용히 살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위장을 하고 화려하게 무대 위로 올라간다.


책 속의 이유미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 그럴듯하다.

그래서 더 친밀하고, 어느 정도 이해도 갔으며,

그랬기에 더욱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2박 3일간 밤새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오랜만에 스릴 넘쳤던 소설.


드라마보다 2배 이상의 재미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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