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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림 Oct 03. 2018

1. 살아남기

가면을 쓰고 춤추리




나는 원하지도 않는데

세상에 태어났어.

그러더니 '혼자 살아 남아'

라고 하더군



인간들은 나를 고양이라고 불러

왜 여기 있는지 나도 잘 몰라

고양이라고 불리던 그때부터

그냥 여기 있었어.


인간들은 대게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부를 때도 있지만

내쫓고 발길질을 할 때가 더 많거든.



내게도 가족이 있냐고?

어렴풋이

그래,

나를 매일 핥아주고 보살펴 주던 따뜻했던 품이 생각나

그 품이 엄마였던 것 같아

그때는 나 말고 다른 형제들도 많이 있었어

깨물고 뒹굴고 하면서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던 것 같아.


그런데 하나 둘 떠나갔어

어떻게 어디로 간 건지 나도 잘 몰라

사실 나도 떠나온 건지 남겨진 건지

분간이 안 가거든.


어쨌든 난 여기에 있고 하루하루를 보내.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햇볕이 뜨거울 땐 그늘진 곳으로 가 더위를 피하는

나만의 보금자리도 있지.



매일매일이 배가 고파.

주변을 돌아다니면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많지 않아

그나마 저기 저 초록색 박스 쪽으로 가면 가끔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나지.

사람들은 저곳을 분리수거함 이라고도 하고 쓰레기장이라고도 해

인간들이 무엇을 마구 가져다 놓으면

모두가 잠든 새벽녘 트럭을 몰고 온 인간들이 와서

모조리 가져가 버려.


덕분에 내 밥들을 모두 잃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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