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춤추리
나는 원하지도 않는데
세상에 태어났어.
그러더니 '혼자 살아 남아'
라고 하더군
인간들은 나를 고양이라고 불러
왜 여기 있는지 나도 잘 몰라
고양이라고 불리던 그때부터
그냥 여기 있었어.
인간들은 대게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낮고 부드러운 소리로 부를 때도 있지만
내쫓고 발길질을 할 때가 더 많거든.
내게도 가족이 있냐고?
어렴풋이
그래,
나를 매일 핥아주고 보살펴 주던 따뜻했던 품이 생각나
그 품이 엄마였던 것 같아
그때는 나 말고 다른 형제들도 많이 있었어
깨물고 뒹굴고 하면서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던 것 같아.
그런데 하나 둘 떠나갔어
어떻게 어디로 간 건지 나도 잘 몰라
사실 나도 떠나온 건지 남겨진 건지
분간이 안 가거든.
어쨌든 난 여기에 있고 하루하루를 보내.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햇볕이 뜨거울 땐 그늘진 곳으로 가 더위를 피하는
나만의 보금자리도 있지.
매일매일이 배가 고파.
주변을 돌아다니면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곤 많지 않아
그나마 저기 저 초록색 박스 쪽으로 가면 가끔 코를 자극하는 냄새가 나지.
사람들은 저곳을 분리수거함 이라고도 하고 쓰레기장이라고도 해
인간들이 무엇을 마구 가져다 놓으면
모두가 잠든 새벽녘 트럭을 몰고 온 인간들이 와서
모조리 가져가 버려.
덕분에 내 밥들을 모두 잃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