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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림 Oct 09. 2018

4. 굶주림

가면을 쓰고 춤추리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어

그저 걷고 걷고 걷고 또 걸었어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걷고

저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로 걷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걷는 것 그것뿐이라

원하는 일이고는 그저 허기짐을 조금 달래는 것뿐인데.

배 부른 게 먼지도 몰라

그냥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되는 것

그게 다였어.



처음에 간 곳은 꽤 먼 곳이었어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주린 배를 꾹 참으며 도착했는데

그곳에 살던 고양이들에게 얼굴을 할퀴고 되려 달아나기 바빴지


며칠 후 다른 곳을 찾아갔어

살금살금 조심조심

모두들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성공했다 생각했는데

커다란 인간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랬던지 겨우 빠져나왔지 뭐야



여길 저길 다녀도

넌 여기 오면 안 돼.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

멈춰서. 돌아가.

이 말만 할 뿐

모두들 내가 가만히 있길 바라는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마 라고 해



젠장 삶에 감사함을 느끼라며.

이래도? 이래도?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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