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쓰고 춤추리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어
그저 걷고 걷고 걷고 또 걸었어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걷고
저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로 걷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걷는 것 그것뿐이라
원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허기짐을 조금 달래는 것뿐인데.
배 부른 게 먼지도 몰라
그냥 더 이상 힘들지 않게 되는 것
그게 다였어.
처음에 간 곳은 꽤 먼 곳이었어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주린 배를 꾹 참으며 도착했는데
그곳에 살던 고양이들에게 얼굴을 할퀴고 되려 달아나기 바빴지
며칠 후 다른 곳을 찾아갔어
살금살금 조심조심
모두들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성공했다 생각했는데
커다란 인간이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랬던지 겨우 빠져나왔지 뭐야
여길 저길 다녀도
넌 여기 오면 안 돼.
여기와 어울리지 않아.
멈춰서. 돌아가.
이 말만 할 뿐
모두들 내가 가만히 있길 바라는 것 같아
아무것도 하지마 라고 해
젠장 삶에 감사함을 느끼라며.
이래도? 이래도?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게 맞아?